다리

글감

by 김니모

누구도 만나지 않고, 무엇도 하지 않고.

무기력함이 자연스러워질만큼 무기력함에 매몰되어 가던 요즘.

더 이상 무기력함에 담겨있으면, 스스로 나오기도 힘들 것 같아

어제는 내 멱살을 잡아끌고 밖으로 나갔다.


따뜻한 볕 속에 기분이 한껏 좋아진 채로, 친구를 만나기 위해 버스에 올랐다.

오랜만에 오른 버스, 오랜만에 나간 장거리 여행,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

무기력함이 습관처럼 익어갈 무렵이라 다리는 한껏 무거워져 억지로 끌려가듯 걷고 있었다.


무기력에 빠지면 하루를 제대로 쓰지 못해 놓아버린 아까운 하루를 만든 자신을 비난하고,

그러다가 괜스레 주인 없는 불만만 가득 쌓여간다.

그럴 때쯤이면 매일 연락을 주는 고마운 친구에게

나 좀 돌봐달라고 날카로운 말투로 못난 응석을 부려본다.

이 친구는 그런 나에게 끊임없이 상냥하게 문을 두드려준다. 고맙게도.


이런 나의 다리가 얼마나 무거운지 소통의 발길도 끊으려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친구를 만나러 한강을 건너가는 대교, 그 다리 위에서

친구에게 가기 위한 다리를 건넌다. 나의 두 다리로.

어쩌면 같은 음절을 품은 단어들은 같은 의미를 품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생김새가 다르지 역할은 비슷한 것 같다.

이곳과 저곳을 잇는 관계의 다리. 이곳과 저곳으로 가는 관계의 다리.


용기 있게 다리를 건너게 해 준 관계의 다리 덕분에.

오늘은 어제와 조금 다른 하루를 보냈다.

나의 다리로 건널 수 있는 내가 가진 관계의 다리는 몇 개나 될까?

무기력의 핑계로 놓아버린 주변 다리들을 정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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