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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니모 Nov 04. 2021

그냥 넘어가는

하루하루

감사하게도 서점 두 곳에서 입고 환영 답장을 받게 되었다. 주말 입고를 목표로 하여 포장 준비를 위해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책 위에 얹혀서 전달될 엽서의 배송기간이 문제가 되어 출력이 끝나자마자 직접 인쇄소로 가지러 가기로 했다.

다행히 오늘 출력이 끝났다는 연락을 받았고 회사 업무를 서둘러 마치고 반반차를 급히 내어 인쇄소 영업시간을 맞췄다.(회사일도 열심히 합니다!ㅎㅎ)


이사님의 허락을 받고 근태관리를 하는 동료에게 반반차 사실을 알렸다.


- 니모 : 저 오늘 반반차에요!

- 동료 : 저도요!

- 니모 : 우와아아아ㅏㅏㅏ~~ 같이 가야지!


이윽고 반반차 퇴근시간.


- 동료 : 들어가 보겠습니다!


내가 다른 동료와 업무 정리를 하는 사이. 쌩~ 먼저 나가버렸다.

그럴 수 있지. 바쁜가 보다. '안녕히 가세요!'


인쇄소로 향하는 길 내내.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 동료는 나의 메시지를 읽지 않았다.

일부러 1을 없애지 않기 위해 누르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평소에 유쾌하고 호탕한 동료라 나를 불편해하지 않을 것 같아서 같이 가자고 이야기한 거였는데 부담스러웠나 보다.


편하게 대해주길 바라며 가볍고 친근해 보이려고 나름 노력했는데,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꽤 어려운 아니 불편한 사람이었나 보다.

작년에 이사님과의 대화중 '왜 동료들은 제 의견에 고개를 끄덕이고 뒤에서 다른 말을 할까요?'라는 물음을 던진 적이 있다. 조금 더 타인에 대해 이해 폭이 좁았을 때라 굉장히 싫어하던 행동 중에 하나였다.

앞에서 OK 하고, 뒤에서 다른 소리하고.

그때 이사님은 '네가 어려워서 말을 못 한 게 아닐까?'라고 말해주셨다. '애이 설마요'라고 생각했는데...

그 후에 이런저런 관찰을 해보니 정말 그런 것 같기도 해서 나이 어린 동료들과는 식사도 함께 하지 않았다.

괜히 껴서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 되고 싶지 않았다. 꼰대 취급받고 싶지도 않고.


다른 나이 어린 동료들이 격 차리며 다가오는 거에 비해

격 없이 호탕하고 유쾌하게 다가오는 동료라 조금 다를 줄 알았는데, 역시나 '불편함에 함께 가기 싫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눈치 없이 굴었네'싶었다.


전에 옆에 팀 팀장님이 팀원 몇몇 하고 같은 시간에 퇴근을 하게 되었는데, 같은 방향인 거 뻔히 아는 친구가 다른 길로 돌아서 가는 걸 목격하고 충격에 빠졌다며 토로한 일이 있었다. 상처를 많이 받았는지 몇 번이나 그 사건에 대해 언급하셨었다.

본인 팀의 팀장이랑 그 몇 분 같이 집에 가는 길이 불편해서 피하는 팀원은 본인도 필요 없다고.

나는 뭐든 솔직하게(솔직하지만 무례하지 않게) 말하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방도 솔직하게 정확한 의사표현을 해주길 바란다.


오늘의 경우를 작년의 내 거 겪었다면 '왜 저러지'라며 그 동료와 나와의 관계를 조금은 신경 썼을 텐데,

지금은 '딱 거기까지'라며 제법 쿨하게 그냥 넘어간다.

불필요한 감정 소모는 하지 말자 주의가 돼서 내일 아마 그 동료에게 물어볼 것 같다. 하하하.



그냥 오늘 하루 그랬다고요.



+ 그리고 내일인 오늘. 뒷 이야기.

어제 나를 두고 간 동료를 만났다. 


- 니모 : 날 까다니! 싫으면 싫다고 말로 하시지 말이야. 하하하.


마음에 담아두기 싫고, 그 동료도 그럴 거 같아 장난스럽게 말을 걸었다.


- 동료 : 아니~ 그런 게 아니구요. 버스시간 맞춰 나가야 돼가지고요~


역시 장난스레 웃으면서 미안한 듯 웃는다.


이걸로 끝.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전에 감정은 빨리빨리 해소하자!

이기적일 수도 있지만 나의 찝찝한 감정들은 그때그때 풀어야 한다.

불필요한 감정 소모가 싫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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