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0. 19
( ⚠️ 퇴고하지 않은 날 것의 글... 차차 퇴고를..)
두근두근 드디어 스포츠 브라가 도착했다는 문자를 사무실에서 받았다.
집에 가면 저녁 먹고 바로 개천을 뛸 생각을 하니 기대되었다.
막상 뛸 생각을 하니 내가 뛰고 싶은 생각이었나? 아니면 단지 뛰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이렇게 설레는 건가
“너는 뛰는 것에 대해 행복하고 설레어야 해”라고 내가 스스로 주입해 넣은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오늘은 뛸 수 있다!!
비도 안 오고 어제와 그제에 비해 비교적 날씨도 덜 춥고 바람도 많이 불지 않는다.
저녁으로 엄마가 차려주신 오리백숙을 감사히 거하게 먹고 서둘러 새 스포츠브라를 뜯어 착용했다.(뭐든 사면 안 빨고 입음 하하하) 역시 나이키. 내가 좋아하는 이 스판 끼 없이 꽉 끼는 느낌! 가슴이 갑빠가 된 이 느낌!!
너무 작은 사이즈를 산거 아닌가 싶은 답답함도 있었지만 헐렁한 거보다 답답한 게 좋다.
팔에 부착할 수 있는 핸드폰 밴드와 블루투스 이어폰을 들고 개천으로 향했다.
달리기를 안 한 지 오래되어 제대로 뛰지 못하는 자신에게 실망하진 않을까 싶으면서도 '그래 힘들면 좀 달리다 쉬자'라는 마음으로 스트레칭도 나름 꼼꼼히 하고 신발 끈도 고쳐 묶고 비장하게 달리기 시작했다.
계산에 넣지 않은, 간과하고 있던 마스크가 복병이었다.
여름 전에는 사무실(10층)까지 계단으로 걸어 오르느라고 마스크 쓰고 운동하는데 적응이 좀 된 줄 알았는데… 숨쉬기 힘든 거보다 마스크 안에서 콧물이 줄줄 흐르는 불쾌감이 정말 으악!!
마스크 안으로 손을 넣고 콧물 훔치기 바빴다.
그래도 반환점을 지나서 올 때는 다행히 콧물은 줄었다.
내가 콧물을 잘 흘리긴 하지만 마스크 안 썼을 땐 이 정도는 아닌데.. 흑흑
어제 3시간 50분의 적은 수면시간을 핑계로 댈 수 있는데 아무 핑계 없이 달리러 나간 대견한 나. 하하하
게다가 생각보다 매우 잘 달려서 놀랐다. 숨이 차긴 했지만 3분도 못 뛰고 쉴 줄 알았는데 반환점까지 쭉 달렸다. 느리지만 멈추지 않았다 기특, 대견한 나. 하하하
초반에 뛰면서 발레리나처럼 뛰네, 힐풋으로 뛰네 팔은 뒤로 90도로 뛰고… 등등 같은 이런저런 입력값을 생각하느라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갔더니 뭔지 모를 부자연스러움에 불편했는데, 조금 달리면서 원래 뛰던 모습으로 돌아오니 숨도 덜 차고 편하게 달렸다.
반환점에서 멈췄을 땐 뱃속에 장기들이 밑으로 다 빠져나갈 만큼 아릿해왔다. 장기들도 오랜만에 중력을 역행하려고 펄쩍거리는 몸뚱이에 때문에 덩달아 펄떡거렸더니 그런 것 같다.
돌아오는 구간에서는 달리면서 가끔 발목이나 무릎이 안 좋은 날은 있었지만 발바닥이 아프기는 첨이었다.
까치발로 뛰듯 앞꿈치만 지면을 닿아 뛰는데 정말 촐랑거리듯 뛰어지더라. 팔짝팔짝하면서 뛰어지는데
근데 이게 보이는 모양새도 실제 촐랑 거리듯 보일 것 같긴 하지만 생각보다 달리기가 편했다. 다리에 부담도 덜한 느낌이고 몸도 가벼운 느낌이다. 발바닥도 안 아프고.
다음에 한번 더 시도해봐야겠다.
막판 스퍼트도 못 뛸 줄 알았다. 반환점을 돌고 스퍼트 라인(내가 정한) 직전 구간에서도 그 생각을 했는데,
스퍼트 라인이 보이는 순간 몸을 좀 더 편한 자세로 예열하고 있었고 스퍼트 라인에 도달하자마자 정말 신나게 달렸다. 진짜 이 맛에 달린다. 40m? 50m? 정도 되려나 전속력으로 뛰다 보면 멈춰야 할 지점에서 최고로 가속도가 붙는다.
아. 단거리가 최고다~! 하하하
내일은 친구와의 약속이 있어 저녁에 달리기를 못한다.
집착으로 조바심 내면 서운 동하고 싶진 않기에.. 편하게 친구를 만나고 와야겠다.
그나저나 스트레칭 잘하고 자야겠다 종아리가 절절 끓는 것 같다.
누가 보면 달리기 엄청 잘하는 줄 알 수도 있겠지만 오늘 4.6km 27분 만에 뛰었다 하하하하…머쓱
겨우 30분 뛰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