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퇴근길에 맥주나 한잔 마시고 가고 싶은 날이 있다.
대게는 그냥 시원한 맥주가 먹고 싶은 마음인데, 이런 날에는 주변에 이야기해 한 잔을 마시기도 하고 혼자 마시기도 한다. 하지만 마음에 짐이 생겨 차가운 맥주에 위로받고 싶은 날이면, 주변에 '맥주 한잔 하자'는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
맥주에 위로받고 싶은 게 아니라 사람에 위로받고 싶은지도 모른다. 이런 가려진 의도 때문인지 선뜻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오늘 딱 그런 날이었다.
어차피 집에서 엄마와 저녁을 먹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누구와 함께 맥주를 마시기는 어려운 날이긴 했지만,
술친구 한 명쯤은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중한 이야기를 나누는 관계라기보다는 그냥 잠깐 만나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나누고 내가 굳이 입 열지 않아도 옆에서 재잘재잘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
오늘은 그런 사람이 필요했다. 시시한 농담들에 마음이 풀리고 생각이 풀리고 기분 좋게 맥주 한잔 나누는 사람.
*
최근에 트로이 시반이라는 가수를 알게 되었다.
한 곡의 노래밖에 모르지만 그 노래의 가사 중 한 소절이 내 마음에 딱 하고 맞춰졌었다.
앞 구절은 '내가 니 옆에 있을게'라는 뜬구름 잡는 듯하고 식상한 가사였다면,
뒷 구절은 '네가 소리쳐도 다른 사람들에게 그 소리가 귓속말처럼 들린다면 너를 위해 내가 대신 소리쳐줄게'라는 대목인데, 이 가사가 내 마음에 딱 하고 꽂혔다. 옆에 있는다는 말보다 내가 혼자 고군분투하고 있을 때 내편이 되어주겠다고 들리는 것 같아 정말 외롭지 않을 것 같은 감동적인 가사였다.
그리고 이 구절의 그 뒷 구절이 또 한 번. '와 이게 진짜지'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니 너도 내 곁에 있어줘' 이런 가사였던 거 같은데... 당연한 말인데 보통 이런 달달한 가사에 나오지 않을 진짜라고 생각했다.
*
이런 일련의 생각들을 나열하니.. 이게 외로운 기분이란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사람이 필요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