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시작하면 그날이 바로 1일
코로나가 우리 집을 한바탕 휩쓸고 나서
정신 차리고 다이어리를 쓰려고 펼쳤다.
날짜를 보니 1월 반토막이 났다.
작년에는 책 출간으로 출판기념회와
온라인 북토크, 드로잉 강의도 하고
앱디자인도 하나 있었고 공모전까지
숨 막히게 빡빡했던 1월을 보냈는데
밥 해 놓고 아파서 누워 있던 시간들
지금도 두통과 기침과 피로감에 금세
소파로 가서 눕방 하다 잠들기를 반복
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텅텅 비어버린 내 다이어리를 보니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해도 시간이
잘 가는 구나를 실감했다.
하루의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 정말
싫었던 나는 부지런히 시간을 쪼개어
금쪽같은 하루를 살았는데 이렇게 아파서
아무 일을 하지 않아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다.
하루를 뭘 그리 급히 어디로 가는
사람처럼 아등바등 살았는지 말이다.
전시회도 제대로 참여를 못하고
프로필 그림 주문 제작도 밀렸고
디자인 작업일정도 다시 잡아야 하고
인스타툰 소재도 잡아야 하는데
무섭게도 다음 주가 설날… ㅎㄷㄷ
나의 1월은 이렇게 가버리는 것인가?
2023년 1월 1일에 모두가 마라톤을
시작한 사람들마냥 여기저기 챌린지를
시작한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내 모습이
초라하고 급격하게 우울모드에 빠졌다.
예전 같으면 그냥 부정적인 생각으로
온통 투덜거렸을지 모를지만 이제는
언제라도 내가 결정하고 시작하면
그날이 바로 1월 1일이라고 내가 할 수
있을 때 그때가 시작일이라는 말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더 단단한 나의 1월 1일을 위해
재충전한다 생각하고 회복에 집중하며
조급해하고 우울해하지 않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