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뭐가 문제이길래?(반도체특별법, 주4.5일제

by 쏭쏭이


‘근로시간’이 다시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습니다.


최근 여당에서 반도체와 AI 2차전지 등 미래 산업을 살리기 위해선 무조건 칼퇴하는 건 문제가 있다며‘반도체특별볍’을 발의했고요. 경기도는 일생활 균형을 위한 주4.5일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죠.



주52시간제를 시행한지 6년째, 왜 이렇게 근로시간이 문제되고 있는걸가요?





1. 국내 근로시간 제도


[근로시간 역사: 주68시간 → 주52시간]


우리나라는 현재 주52시간 근무제를 채택하고 있는데요. 이전에는 근로시간이 훨씬 더 길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주52시간 변천사 간단하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6년 전인 2018년 전까지는 근로시간이 주 52시간이 아니고 68시간이었습니다. 근데 주68시간이 주52시간으로 줄어든 거예요. 어떻게 그게 가능했냐면 법정근로시간 40시간에 연장근로시간 12시간을 합해서 총 52시간이 되는거죠. 거기에 휴일을 근로기준법상의 일수로 아예 보지 않고, 새로운 영역으로 봐서 휴일근무가 8시간씩 이틀이 가능했던 거예요. 그런데 2018년 민주통합당 손학규 상임고문이 대선 출마 키워드로 내놓은 ‘저녁이 있는 삶’을 문재인 정부에서 반영해 휴일도 일주일에 넣고 주52시간 근무제로 법을 개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기업들은 주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하면 생산성이 낮아질 것이라 보며 반대를 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에 대해 설명해줄 수 있으신가요?



네, 말씀하신 것과 같이 주52시간제는 기업의 생산성과 근로자의 임금을 낮추게 될 것이란 우려가 있었습니다. 50인 미만의 중소기업은 인력난과 자금난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은데, 근로시간을 강제로 줄이면 생산성이 떨어지고 기업 경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러나, 주52시간 근무제는 근로자의 과도한 업무 시간과 노동강도를 줄임으로써 삶의 질을 높이자는 취지로 도입되었습니다.





[주52시간 초과하는 경우]


그러면 주52시간제가 도입된 지금, 주52시간 넘는 연장근무를 하면 어떻게 되나요?


주52시간에서 5분, 10분이라도 초과하면 법을 위반하는 것이 됩니다. 주 52시간 이상을 근무하기로 사용자와 근로자가 합의를 했다고 하더라도 불법이어서 사용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처분을 받게 되죠.


단, 선택근무제, 탄력근무제와 같은 유연근무제를 도입해 시행하는 경우, 단위 기간을 평균해 1주의 근로시간을 40시간으로 맞출 수 있기 때문에 특정주는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할 수 있습니다.




[근로시간과 휴게시간의 구분]


이렇게 법으로 근로시간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으면 기업들은 근로시간 관리에 더 신중해지겠는데요. 근로시간이라는 것이 ‘회사에서 일 하는 시간’이라는 것은 직관적으로 느껴지는데, 워크샵, 세미나와 같이 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개인 일도 아닌 회사 행사이고.. 이렇게 애매한 것들이 있잖아요. 근로시간과 휴게시간 구분을 어떻게 하나요?


근로시간이라는 것이 사무실에 앉아서 일하는 것으로 한정되지는 않아요. 출장 시 이동시간, 기업에서 의무적으로 실시하는 각종 교육시간, 사용자의 지휘 및 감독 하에 진행된 업무 수행 관련 워크숍, 세미나도 모두 근로시간에 포함된답니다.


그러니까 사용자의 승인 혹은 지시가 있는지 여부를 보고 판단하는데요. 그래서 업무 수행과 관련 있는 접대 시간도 근로시간으로 보고요. 다만, 직원 간 단합 차원의 워크숍이나 회식은 근로시간으로 보기 어려워요.



그러면 예를 들어, 김과장이 점심시간 중 10분 동안 밥을 먹었고 40분간 상사의 업무지시를 받아 회사 프로젝트 준비를 했다고 칩시다. 그러면 이 40분은 근로시간으로 인정되고 초과근로수당 청구가 가능한건가요?


네, 점심시간 40분동안 업무지시를 받아 일을 했다면 근로시간으로 인정받고 임금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대법원은 아파트 경비원이 식사시간 중 돌발성 민원, 근무 상황 보고를 해서 지휘·감독 하에 놓여있었다. 그래서로 이러한 식사시간은 근무시간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만일 김과장이 점심시간에 '자발적'으로 일을 했다면 어떻게 되나요?


자발적으로 일을 했다면 근무시간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근무시간으로 인정되려면 사용자의 업무 지시가 있어야 되는거에요.



2. 근로시간 유연화


[반도체특별법]


네, 설명 감사합니다. 최근에 야당이 근로시간 관련 법안 발의를 해서 국회가 또 시끄럽죠.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이철규 위원장 등이 여당 위원들 중심으로‘반도체특별법’을 발의했다고 하는데요. 이거는 “주52시간제 하지 말자” 그런 내용이 들어가 있는 건가요?


예 그렇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반도체특별법은 주 52시간을 반도체 산업 분야에 적용하지 말자는 것이 취지입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최근 AI 반도체 급부상으로 선진 경쟁국들은 반도체 산업을 엄청 지원하고 있다. 그래서 중국, 일본, 미국, 대만 같은 것들이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을 하고 있으니까 우리도 좀 지원하자” 라는 지원책을 담은 법안입니다. 그래서 신기술 개발 연구 인력들에게는 근로기준법에도 불구하고 52시간 규제를 적용하지 않도록 하며, R&D 인력을 대상으로 당사자간 서면 합의가 있는 경우라면 10년 이내 기간 동안 예외를 둘 수 있도록 허가해 주겠다는 것입니다.


[노조 반응]


반도체특별법 관련해서 찬반이 치열하겠는데요, 노조는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반도체특별법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삼성전자 노동조합은 성명을 통해“아니 52시간 근무제라는 것이 노동자의 건강 휴식을 위한 기본적인 것이어서 사회적으로 합의를 한 뒤 법을 고쳐서 2018년부터 순차 도입했는데 이걸 허무는게 맞느냐”라는 입장이고요. 지금 안 그래도 탄력 근로제를 사용하려면 삼성전자 사내규칙으로는 1개월 단위로 주 52시간만 평균으로 맞추면 돼요. 그래서 한 1~2주 흔한 말로 좀 빡세게 일하고 좀 쉴 수 있으니 삼성전자 노동조합은 그런 제도도 있는데 왜 그렇게 반도체 산업 경쟁력의 1위를 운운하며 개정하려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OECD VS 한국 근로시간 비교]


노동시간 규제를 없애려는 것이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라고 보이는데요. 그러면 한국의 근로시간은 다른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 어느정도 수준일까요?


우리나라는 연간 근무시간이 아직도 2011년까지는 전 세계 OECD 38개국 중 1등이었고 2022년에는 최장 노동시간을 가진 국가 5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래서 노조는 지금도 일하는 시간이 충분히 길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해외 사례]


그런데 제 기억에는 이런 얘기가 나온게 해외는 근로시간 제약이 없는 반면 우리나라는 너무 제약이 많다는 것에서 시작된 걸로 기억하는데, 맞습니까?


미국과 일본의 경우에는 주당 법정 근로 시간이 40시간 우리하고 똑같고요.


미국은 추가 근로에 대한 어떠한 제재는 없어요. 일주일에 40시간을 넘겨 일할 경우 추가근로시간에 대해 정규 임금의 최소 1.5배를 지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에는 ‘화이트 컬러 이그젬션’이라고 해서 10만 7,000달러 상위 20%, 그러니까 우리 돈으로 하면 1억 5천만 원 이상 연봉자들이 더 일하면 52시간 이상 일하더라도 수당은 안 주는 제도가 있긴 합니다. 그러니까 미국은 소득 상위 20%에게는 야근 수당 안 줄 수 있다. 그러니 내가 소득 상위 20% 속한다 싶으면 너 연봉 협상 할 때 야근 수당은 없는 걸로 생각하고 연봉협상 해. 그 말인 거예요.


일본의 경우 주당 법정 근무시간을 40시간으로 하고 이외 연장근로에 대해서는 360시간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과 비슷한 ‘고도(高度) 프로페셔널’ 제도를 둬 R&D 등에 종사하는 근로자 가운데 고소득자는 근로시간 등 규정을 적용하지 않습니다.



[탄력근로제가 아닌 ‘반도체특별법’?]


그래서 미국의 화이트컬러이그젬션이나 일본의 고도 프로페셔널 제도와 유사한 제도를 한국에도 도입하자는 것이 취지이겠군요.


그런데 주 52시간이라고 해도 사실은 업무량에 따라 특정 기간의 근로시간을 조절하고 법정근로시간을 맞추는 탄력근무제가 한국에 이미 있지 않습니까?


그러면 탄력근로제를 확장하면 될텐데 왜 법을 바꾸려고 하는건가요? 이미 있는 6개월 탄력 근로제를 활용하여 3개월 빡세게 일하고 이때 더 일했으니 나머지 3개월에 좀 쉬어서 보충하는 방식으로 하면, 원래 있던 근로기준법도 해치지 않고 생산성도 해결되지 않나요?


사실 천재급 연구원은 1년 내내 빡세게 일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반도체특별법의 취지가 상위급 연구원에게 돈도 많이 주고 스톡 옵션도 주고 집도 사 주고 하자는 건데요. 어떤 연구원은 “나는 정말 반도체 개발해서 세상을 바꾸고 뭐 100억씩 받고 싶어”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지금 주52시간 근로제가 “넌 안 돼. 넌 그런 욕심은 부려서는 안 돼”라고 막고 있는 건데 그럼 그게 그 맞는 걸까요?


그러니까 “나는 일하기 싫은데 왜 강제로 일을 시키냐 막아 줘라”라고 하는 건 법으로 막아 줘야죠. 근로기준법의 취지가 근로자의 건강을 상하게 하면 안 되는 것이니깐요. 그런데 나는 건강을 상하던 안상하던 관계없이 열심히 일해서 인정받고 일을 하고 싶은데 일을 집에 가서 반도체 라인을 연습할 수는 없잖아요. 사용자랑 계약을 했는데 제3자가 막는게 맞냐. 그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거 같습니다.


그리고 반도체는 한 라인에서 제품을 만들 때 빠르면 20일 길면 한 달 반 이상 걸린다고 해요. 그래서 교대로 라인을 돌리지만 추가로 야간에나 주말에 일하는 것이 필요할 수가 있고요. 반도체를 찍어내는 과정에서 수율이 제대로 나오기 위해서는 계속 밤새서 미세 조정과 장비를 조정해야 합니다. 특히 첨단 기술을 개발할 때 맨날 찍던 것과 다른 방식으로 실험을 해야 되니까 오후 6시 되었다고 끝내서는 안되고요. 그래서 야근이나 주말 근무가 많이 필요해지는 경우가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3. 근로시간 단축


[경기도 주4.5일제]


그래서 반도체특별법은 연구개발 인력 또는 제조 중에 특이한 신제품 개발 연구 인력들은 조금 더 정당한 대가를 주고 당연히 노사 합의를 전제로 해서 주52시간 적용을 받지 않을 수 있게 하자. 이런 취지이군요. 최근에 근로시간 유연화 뿐 아니라 근로시간 단축 이슈도 있었죠. 경기도가 올해부터 주4.5일제에 시동을 걸었다고요?


경기도가 제시한 근로시간 단축 방식은 크게 3가지입니다. 격주로 주4일 근무하는 방법, 주35시간제, 매주 금요일 반일 근무 중 하나를 노사합의를 통해 정하면 됩니다.


경기도가 주4.5일제를 시도하는 이유는 근로자들의 업무 생산성 향상과 새로운 조직문화 혁신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죠.


이는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자신만만하게 내세운 공약사업이지만 실제 결과가 긍정적일지는 미지수입니다. 카카오, 에듀윌 같이 이미 주4일제를 도입했다가 철회한 기업이 적지 않고요. 근무시간은 줄어도 일은 줄지 않을 것이어서 부정적으로 보는 직장인들도 있어서 한번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오늘 한국의 근로시간 제도가 이슈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는데요. 근로자들이 진짜 일하고 싶은만큼, 그리고 경쟁에서 이기고 싶은만큼 노력을 할 수 있는 그런 근로환경, 그리고 근로자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근로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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