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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글쟁 Dec 13. 2022

시간이 갈수록 잘 모르겠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육아 

아이를 낳아보기 전에는 이 정도일지는 몰랐다. 나도 아이로 살아보았고 요즘 육아에 대한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아닌가 말이다. 신혼 때 우렁서방에게 나는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 것 같다고 호언장담을 했던 게 엊그제다. 이후 첫 아이를 낳은지 곧 10년이 되어 간다. 그 말은 곧, 육아를 거의 10년 동안 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정말 시간이 갈수록 잘 모르겠다. 아니, 더 모르겠다. 아이는 내 경험과 전혀 무관한 완전히 새롭고 완전히 다른 존재다. 아주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특히, 첫째는 정말 내가 상상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는 독특한 존재다. 


육아 선배인 친한 친구는 우리 첫째를 겪어보고는 말했다. 첫째가 엄마인 나보다 훨씬 뛰어나서 내가 감당할 수 없어서라고 말이다. 나보다 훨씬 똑똑하고 멋진 아이란다. 내가 채워주지 못하는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좋은 선생님을 찾아주는게 나의 일이라고 말이다. 

어떤 일에도 느긋하고, 어떤 일에도 긍정적이고, 어떤 일에도 호기심을 잃지 않는 아이. 한 번 들으면 잊어버리지 않는 독보적인 기억력의 소유자. 이야기하다 보면 얘 속에 50년은 산 어른이 들어있는게 아닌가 싶은 아이. 나는 자주, 첫째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궁금하다. 커서 어떤 사람이 될까 몹시 궁금하다. 


친구의 말을 수긍하는 이유는, 결국 못 참는 건 나이기 때문이다. 아이는 늘 한결 같은데, 화가 많고 성격이 급한 나는 어떤 한 포인트를 참지 못하고 터져버린다. 누가 보더라도 백 퍼센트 엄마 잘못. 스스로도 인정. 

그래서 요즘 나의 육아는 미안함의 연속이다. 


오늘도 폭발해버린 나는, 훌쩍이며 등교하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고 아찔했다. 내가 울린거구나. 내가 아이의 하루를 망쳐버렸구나. 아이를 급히 불러세우고 품에 아이를 꼭 안았다. 이 엄마를 어쩌면 좋으니. 나를 어쩌면 좋을까. 글을 쓰면서 눈물이 날 것만 같다. 


오랜만에 아이의 하교길 교문 앞에서 아이를 기다려야겠다.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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