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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글쟁 Mar 22. 2021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

왠지 낯설어진 너를 보며

시간이 많이 흐르기는 했. 십 년이 훌쩍 지나버린 지금의 우리는 서로 완벽히 다른 삶을 살고 있으니 말이야.

학술 연구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열심이던 너는 어느새 그 끈을 놓아버리고 맹렬히 미워하는 것 같더라. 작은 것에서 일말의 가치를 찾으려고 애썼던 우리였는데, 이제는 그 일말의 가치마저 맹 비난하고 있는 너를 보고 말았으니까.


그동안 너에게는 무슨 일들이 일어난 걸까. 나는 한 번도 상상해보지 못한 일들을 하고 있는 너는 마치 영화에 등장하는 '오로지 지금만 사는' 사람처럼 느껴졌어. 네가 관심 있어하는 모든 일들은 서로 다른 가치를 가지고 있었지만 궁극적인 목적 끝에는 돈이 자리 잡고 있었지. 물론 그게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야. 누구나 금전적인 여유를 거부할 이유는 없으니까. 다만 그 목적을 향해가면서 마주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비난과 혐오가 넘쳐난다면 나는 너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망설여졌어.


전화하는 동안 우린 서로 다른 언어로 서로의 시간을 때우고 있었어. 이래서 기억은 정말 무섭다니까. 내가 기억하는 너와 지금의 네가 다르다는 이유로 나는 한껏 낯섦을 느꼈으니 말이. 나 또한 그 시간들 속에서 달라졌을 텐데 너무 호들갑인 거지. 


 오늘 아침에 '변화(變化)'와 '변질(變質)', 이 두 단어가 떠올랐어. 너도 알다시피 둘 다 비슷한 말이지만 뉘앙스가 묘하게 다르지. 사물의 성질이 바뀌어 달라진다는 뜻은 같지만 본래의 가치를 어떻게 지켜내고 있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뉘앙스를 풍기니 말이야. 변화와 변질의 경계는 아마도 긍정성과 부정성의 정도로 나뉘지 않을까.


맞아. 그때와 지금은 분명히 다르지. 세상과 사람은 시시 때때로 변화하기 마련이고 말이야. 숱한 변화 속에서 너와 나, 우리는 서로 변질되지 않았으면 좋겠어. 특히 서로가 단박에 알아볼 수 있었던 긍정적인 가치들은 변질되지 않았으면 해. 언제 어디에서나 너의 삶이 너만의 색깔로 영롱하게 빛나길 응원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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