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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글쟁 Oct 16. 2020

밀크카라멜

내가 일곱 살이었을 때, 밀크카라멜은 큰 마음을 먹어야만 사먹을 수 있었다. 왠만한 과자들을 100원에 사먹을 수 있었던 때였다. 그런데 노오란 갑에 든 밀크카라멜은 150원. 늘 우리 엄마는 간식을 사먹을 수 있는 돈으로 100원을 주셨다. 밀크카라멜이 먹고 싶어 50원만 더 달라고 해도 엄마는 주시지 않았다. 


100원으로 100원짜리 과자를 사먹으면 그만이었지만, 언젠가 맛보았던 이 달콤하고 쫀득한 밀크카라멜은 늘 나를 갈등에 빠트렸다. 어느 하루를 간식 사먹기를 참고 기다려야만 150원 짜리 밀크카라멜을 손에 넣을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7살 아이에게 그 하루를 참고 기다린다는 건 꽤 큰 결심이었다. 


그렇게 하루를 기다려 엄마에게 또 다시 100원을 얻은 나는 잽싸게 동아슈퍼로 뛰어갔다. 그리고 가지런히 놓여진 노오란 갑에 든 밀크카라멜을 손에 들고 슈퍼 아줌마에게 200원을 내밀었다. 거스름돈 50원을 받아 주머니에 넣고 슈퍼 문 밖에 나오자 마자 얇은 비닐을 벗겨내고 갑을 열였다. 다시 갑 안에 하나씩 포장된 밀크카라멜을 꺼내 껍질을 까고 입안에 넣으면 내가 사르르 녹는 것만 같았다. 어찌나 달콤하고 우유향이 풍부하게 나던지. 

7살 때 먹은 그 밀크카라멜의 맛을 잊을 수 없다. 


이틀 전, 아이 손을 잡고 간식을 사러 마트에 갔다. 아이의 간식을 고르는데 그 옆에 노오란 갑에 든 밀크카라멜이 눈에 띄었다. 나는 미소지으며 밀크카라멜 한 갑을 손에 들었다. 마트 문을 나서자 마자 얇은 비닐을 뚜껑 쪽만 벗기고 카라멜 하나를 입에 넣었다. 


이제는 단 것을 싫어하는 어른이 되어 버린 나.

내 입안에서 녹아가는 밀크카라멜. 다시 7살이 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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