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여전히, 나는 나
만듦새가 대단한 영화는 아닌 것 같은데, 오스카 여우주연상의 연기를 감상해 보실까 하고 시작했던 게 괜히 내가 투영되어서 중반쯤부터는 울음이 막 비죽비죽 새어 나왔다.
정말로 알츠하이머로 삶을 잃어가는 분들에게 큰 실례일 수 있지만... 요즘은 나도 어떻게든 세상에 속하기 위해서 발버둥 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나는 아직도 이런 것을 할 수 있다고, 끊임없이 보이고 증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잘 한다고 생각했던 것, 내가 생각했던 나의 능력, 이 모든 것이 발휘할 사이도 없이 이미 사회에서 필요도 없거니와 사라지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결국에는 맥없이 기대어서 내가 예전에는 굉장히 똑똑했었더라고, 굉장히 능력 있었더라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가장 마음이 아팠다. 그래도 한 때는 나도 그런 줄 알았던 내가 생각이 나서.
그래도 뭐, 그래서 내가 막 힘들어 죽겠고 그렇다는 건 아니다. 살다 보면 좋은 날도 많더라, 많겠지. 어찌 됐든 앨리스는 여전히 앨리스(Still Alice)였고, 나도 여전히 나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