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시간은 흘러가겠지
이번 한 해는 이별로 시작한다.
21년이 시작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헤어짐을 경험하나 싶다.
직장과 이별. 애인과의 이별. 이번 한 해의 시작이 나에게 유난히 버겁게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인 것 같다.
익숙한 것을 떠나는 것은 매번 해왔어도 참 어려운 일이다. 친한 언니들과 헤어지고 타 지역에서 다시 본가로 왔던 순간, 타 지역에서 만났던 애인과 헤어지고 아픔을 곱씹어 삼켜야 했던 순간들도. 그 아픔들은 새로운 시작으로 덮혀지거나 질긴 흉터로 남아 욱신거리는 통증으로 남아버린다.
한 번 이런 일이 있었던 적이 있다. 일을 하던 중, 칼을 만지다 실수로 내 중지 손톱 밑 부분을 베어버린 적이 있었다. 바로 응급실로 가 마취를 하고 손을 꿰매었다. 그리고 2주 동안의 치료 기간. 그 기간 동안 타자를 칠 때면 손 끝이 화끈거리듯이 아팠고,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욱신거리기도 했다. 그렇게 아픈 기간을 넘기고 다 나았을 때는, 희미한 흉터와 흉터를 누를 때 느껴지는 이질감이 남아있었다. 지금도 타자를 칠 때면 그 느낌이 가끔 느껴지기도 하다.
끔찍하게 아팠던 때, 그래도 일은 해야 했고, 물에 닿지 않게 조심하라던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도 끊임없이 물을 만져야 했다. 내가 아프다고 해서 일상이나 일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바쁘게 돌아갔으면 돌아갔고, 그 속에서 나는 내 아픈 부위를 달래 가며 그 속도에 맞춰 일을 했다.
이번에 했던 이별들. 이 이별들은 나에게 질긴 흉터로 남아 욱신거리는 통증이다. 하지만, 나는 동시에 다시 시작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듯하다.
나에게 아직 아물지 않은 흉터가 있다한들, 쉬고 평온을 찾아야 함을 잘 알고 있다 한들, 나는 또 세상의 속도에 맞추어야겠지.
그 속에서 내 아픈 부위를 속으로 달래가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