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혐대선 무투표 운동본부'와의 인터뷰 기사
“후보부터 공약까지 철저히 여성이 배제된 여성혐오 대선에 분노한 여성들이 조직적으로 무효표를 행사한다면 여성들의 목소리를 가시화할 수 있다는 생각에 시작하였습니다.”
尹 前 대통령의 파면으로 21대 대통령 선거가 올해 6월 3일에 진행되었다. 12.3 내란에 민주주의를 얻고자 하는 국민의 행동은 간절했고 강력했다. 특히 2030 여성의 ‘아이돌 응원봉 시위’는 새로운 시위 문화를 만들었다. 지금까지 ‘정치는 잘 모르고 연예인에 관심이 많은 집단’으로 ‘빠순이’라 폄하되었던 2030 세대 여성들이 새로운 민주주의 실천 양식을 만들었고 이끌었다.
국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의는 6.3 21대 대통령 선거까지 이어졌다. 유권자들은 투표용지에 도장을 찍으며 ‘내란이 종식되고 안전하며 살기 좋은 민주주의 대한민국’이 되길 염원했을 것이다. 이렇게 투표소에 찾아온 유권자들 사이, 무효표를 던지는 이들이 있었다.
‘무효표’는 ‘투표에 참여했지만, 유효한 표로 인정받지 못한 것’을 의미한다. 기표 방법상의 실수나 의도적으로 기표를 하지 않아 표로서 효력 상실한 표이다. 기권의 경우, 투표소에 찾아가 권리행사를 하지 않아 보통 ‘정치적 무관심’, ‘전체 제도에 대한 불신’으로 해석되지만, 무효표는 ‘현 체제에 대한 저항’으로 해석된다. 작년 22대 국회의원 선거의 무효표는 무분별한 비례 정당 난립과 꼼수 위성정당 재연에 불만을 품은 유권자들의 의도된 행위였을 것이라 해석되었다. 2017년 프랑스 또한 유권자들이 백지투표(Vote blanc)를 던져 정치적 불만을 표출하였고, 무려 11.5%의 비율의 무효표가 생기기도 했다. 이처럼 무효표는 단순 개표 시 기계적 오류나 기입 오류로 일어날 가능성도 있지만, 또 다른 정치적 표현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번 6.3 21대 대통령 선거 또한 2030 여성 유권자들 중 무효표를 던지며 정치표현을 한 이들이 있었다. ‘X(구 트위터)’에서부터 시작된 ‘여혐 대선 무효표 운동본부’는 “우리의 무효표는 사라지는 표가 아닌, 다가올 여성 정치의 시작을 알리는 굳건한 약속이자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우리는 무효표로서 정치적 파업을 선언한다.”는 주장으로 무효표 운동 연대를 전개했다. 위 운동본부와의 인터뷰를 통해 위 운동본부가 가지는 ‘무효표 운동’의 정치적 의미를 알 수 있었다.
무효표는 투표에 직접 참여하고 정치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여성들이 더 이상의 타협 없이 어느 정당에도 귀속되지 않은 상태로 여성의 목소리를 내겠다는 외침입니다. 우리는 무효표로 여성 유권자의 힘을 정치에 보여주고, 이를 근거로 정치에 여성의 요구를 전달하였습니다.
이번 21대 대통령 후보들의 주요 10대 공약은 내란 종식에 큰 영향을 미쳤던 ‘2030 여성들의 목소리가 미뤄진 공약’이라는 대중의 평가를 받았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가 동시에 내밀었던 ‘군 가산점제부활’이 시작점이었다. 위헌판결이 났던 군 가산점제를 부활한다는 공약을 본 일부 유권자들의 반발이 일었고, 이어서 여성 관련 공약 부재로 논란이 된 것을 안 주요 정당 후보자들은 뒤늦게 여성 공약을 제시하였다. 하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대처’는 제대로 된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2030 여성들의 정치참여도에 비해 그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정치계를 보고 일부 유권자들은 “여성의 정치적 에너지만을 착취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번 대선은 18년 만에 치러지는 ‘여성 후보 없는 대선’이었기에 위와 같은 비판의 물결은 쉽사리 잠재워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기권, 회피가 아닌 정말 치열하게 고민하여 선택한 무효표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남성 중심 정치에서 벗어나 여성 정치의 초석을 다지고자 하는 여성 유권자의 행보를 지켜봐 주셨으면 합니다. 저희의 바람은 정말 여성을 위한 여성 공약과 정책입니다. 저희가 행사한 무효표는 사표가 아닌 여성 정치의 새로운 바람이 될 것입니다.
위와 같은 무효표 운동에 대해 일부 유권자들은 “어떻게 얻어낸 국민의 권리를 없애는가.”, “무효표는 정치적으로 관심을 끌지 못한다.”는 말로 비판의 의견을 던지기도 했다. 더 나아가 “정당 지지층의 ‘작업’이 아니냐”, “특정 후보의 ‘애첩’이다.”며 여성 혐오적으로 폄하하고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에 운동본부 측은 “개인의 투표 자유를 억압하고 모독하는 것이 과연 건강한 민주주의의 모습인가.”, “우리는 강력한 저항의 수단으로 무효표를 선택한 것이다.”라고 성명문을 통해 반박하였다.
투표는 국민이 한 나라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대중적이고 주요한 정치참여 방법이다. 이번 무효표 운동 현상과 유권자들의 거센 갈등에서 중요한 점은 여전히 ‘2030 여성들은 치열하게 고민하고 정치에 적극 참여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한 집단만을 초점으로 포퓰리즘 전략을 구사하고 한 집단 층을 혐오하며 갈등 구도를 만드는 정치에 한 표를 던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후보가 공정하고 잘 살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 것인가 끊임없이 토론하고 고민한 것이다. 2030 여성은 탄핵을 이끌었듯이 다양한 가치관과 전략을 동원하여 투표에 참여한 것이다. ‘여성은 정치에 문외한 집단’이라는 소리는 이미 구시대적 이야기가 되었다. 새로 떠오르는 정치 주역의 행보에 정치계는 똑바로 주시하고 귀 기울여 듣고 세심하게 다가가야 할 의무가 있다. 정치는 차별 없이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반응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