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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Sep 07. 2021

각자의 최선. 각자의 몸부림.

이우정 감독<최선의 삶>

여기, '이강이'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좁디좁은 아파트에 살고 있고, 친구들과 체육시간에 가끔 땡땡이도 치며, 수학 시간에 낮잠을 그런 평범한 학생이 있습니다.

이 친구에게는 '소영', '아람'이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소영'이라는 친구는 강이에게는 일종의 '선망의 대상'과도 같은 친구입니다.  소영이는 예쁘고 공부도 잘하는 친구에다가, 소영이와 함께 사고를 치거나 큰일을 저질러도 항상 '최선의 결과'를 맞이하기 때문입니다. 선생님들께 벌을 덜 받는다거나, 어른들에게 맞을 일을 말로 혼나는 식의 결과 말이지요. 

'아람'이라는 친구는 어떤 물건이든 외로워 보인다며 주워오는 친구입니다. 길을 가다 떨어져 있는 장갑 한쪽을 발견하면, '너무 외로워 보이니까 내가 데려가야겠어.'라고 이야기하며 장갑을 주워갑니다. 그 물건의 주인이 있든 없든 그것은 상관하지 않습니다. 그저 그 물건이 외로워 보이면 아람이가 데려가게 되지요.

열여덟 살 고등학생. 각자 평범하거나 평범하지 않는 그런 삶을 살고 있는 와중에 소영이가 가출을 하자고 이야기합니다. 한창 주저 없이 반항할 나이의 친구들은 그대로 가출을 하게 됩니다. 가출을 하는 나날 중 친구들과 한없이 웃고 떠드는 시간도 존재하고, 사회의 무서운 단면을 발견해내는 때도 존재합니다. 거기다 친구들과 하루 종일 함께 지내면서 보지 못했던 새롭고 낯선 모습과 감정들도 느끼게 되지요. 이런 여러 상황들 속에서 친구들은 혼란스러움을 가득 느끼게 됩니다.

이들은 그 혼란스러움을 각자의 방식으로 어떻게든 없애보고자 합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없애버리려는 모습도 있는가 하면, 무시하거나 오히려 화풀이를 해버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들은 그렇게 각자의 방법으로 어떻게든 해나가려 하지만, 결국 각자의 '최선의 방법'은 '최상의 방법'이 되지 못한 채 갈등과 고난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버리게 되지요. 그래서 '최선의 삶'이라는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이 'Snowball'이 된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영화에서는 방황 속에 흔들리는 아이들의 모습뿐만 아니라 그들을 지켜보는 부모님들의 '최선'도 보입니다. 불상과 촛불에 기대어 자식이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자식이 어디 엇나가지 않고 잘 자라기만을 기도하는 엄마. 자식에게 꾸지람 대신 '잘 왔으면 다행이다'는 나름의 다정한 말을 건네보는 아빠. 그들도 자식을 위해 각자 최선을 다합니다. 이처럼 이 영화는 제목 그대로 '각자의 최선의 삶'을 보여주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영화의 큰 특징 중 하나가 있습니다. 이것은 제가 영화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느낀 점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는 대사의 비중이 많지 않습니다. 강이의 독백. 친구들과 일으키는 갈등들 사이에서 나누는 대화. 그리고 결국 자신들이 만든 눈덩이에 이기지 못하고 폭발할 때 내지르는 비명들. 그 뿐입니다.

"내가 어떻게든 잘 해보고 싶었는데..."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우리는 우리 각자가 생각하는 방식이 맞다고 생각하고 그 믿음에 따라 행동하게 되지요. 근데 살면서 여러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무조건 자신의 방법이 '최선'만은 아니라는 것을, 이 영화가 말해주는 듯합니다. 저는 그걸 강이와 엄마의 관계에서 절실히 느꼈어요. 강이 엄마는 강이에게 못된 말도, 험한 욕설도, 상처 주는 말도 하지 않습니다. 정말 강이를 생각하는 마음을 저도 느끼기도 했어요. 하지만, 영화에서 보이는 그 둘의 관계는 결국 끝까지 서로에 대해 이해를 하거나 서로에게 다가가게 되는 전개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엄마는 강이를 위해 이것저것 하지만, 결국 강이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고 보듬을 수 없는, 거리 있는 존재밖에 될 수 없지요. 그런 상태에서 엄마의 '최선'은 결국 강이에게 가닿지 못하게 됩니다. "정말 어떻게든 잘해보고 싶었는데..." 이 말이 정말 안타깝게만 들리는 듯하네요.

저는 여러분들이 이 영화를 볼 때 인물의 감정. 각자가 취하는 최선의 방식, 인물 간의 관계에 집중하면서 보셨으면 합니다. 이들이 각자 어떻게 행동하는지, 이들의 관계가 어떤 감정선으로 엉켜버리는지, 결국에는 왜 이런 결말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인지에 대해 집중하며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정말 영화관을 나올 때쯤, 여러 가지 생각에 가득 차 버린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만약 당신도 당신만의 '최선을 다했지만 힘들고 서툴렀던 이야기'가 있다면 같이 꺼내어보고 영화와 함께 생각해봐도 될 것 같아요. 저도 어린 학생이었을 때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유난히 서툴렀고 결국 울며불며 끝내버린 힘든 순간들이 많았거든요. 제 경험과 함께 덧칠해진 영화에 대한 감상은 언제나 그 영화를 더욱 특별하고 오래 기억 남게 합니다.



이 글을 보신 분들 중 저와 같이 이 영화를 특별하게 기억하는 분들이 있을까요? 

그러면 정말 더없이 반가울 것 같습니다.

이상 '함께 즐기고 싶어서' <최선의 삶> 편이었습니다.




포스터 출처: 다음 영화 https://movie.daum.net/moviedb/contents?movieId=136365#photoId=14320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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