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편하게 보고싶은 영화를 내주세요
이번 길복순이라는 영화를 만든 감독을 살펴보자. ‘불한당’이라는 영화를 만든 ‘변성현’ 감독이다. 저번 영화부터 이번 영화까지, 동성애 코드를 가지고 나왔다. 피도 눈물도 없는,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여성 킬러, 여성 형사 역할도 가지고 왔다. 그리고 어김없이 여성을 성적 대상화로 사용하는 여러 요소를 가지고 왔다.
불한당의 첫 장면이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히 남아있다. 교도소에서 나온 임시완을 위해 설경구는 햄버거를 준다. 그리고 영화의 이름이 나오는 장면에서, 임시완은 스포츠카에서 수많은 여성과 키스를 하는 이른바 ‘차 위에서 벌어지는 성매매’가 나온다.
변성현 감독의 작품 두 개를 보면, 참 ‘속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왜 여성 캐릭터의 신선하고 멋진 면과 지독하게도 보기 싫은 면이 공존하는가. 이 슬픔은 길복순을 보고 난 후, 더 강력하게 느껴진다.
언제부턴가 TV를 보지 않게 되었다. 정확하게는 ‘TV 예능’을 보지 않게 되었다. 왜냐하면 TV예능에서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남성 연예인을 끊임없이 써주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mbc예능 ‘구해줘 홈즈’이다. 우리나라 예능에서 보기 힘든 여성 메인 엠씨가 두 명이나 캐스팅 됐다. 구해줘 홈즈는 김숙과 박나래를 주축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예능감에서 절대 뒤처지지 않는 저 두 사람이 드디어 메인을 차지하게 되다니. 정말 뜻깊은 광경이었다. 그런데, 그 뒤에 같이 나온 패널이 가관이다. 장동민과 붐이다.
여성 혐오 발언을 한 옹달샘의 ‘장동민’과 도박 이외의 사건 사고가 많았던 붐이 여기에 등장한다. 눈치를 보면서 살금살금 예능판에 다시 들어온 것이다. 이를 보는 시청자는 이런 고민에 빠지게 된다. ‘정말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두 엠씨를 응원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이 프로그램을 불매하며 저 문제가 다분한 남성을 매도해야 할까?’ 그 어떤 선택을 해도 마음은 편치 않다. 불매를 하면 ‘역시 여성이 주연이라’, 혹은 ‘역시 여성이 엠씨여서’ 성적이 안 나온다는 말이 나올 것 같아 죄책감이 들고, 보게 되면 그 남성들을 보면서 불편함을 느껴야 한다. 이 두 가지 상황에서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우리나라도 조금씩 동성애 가시화나 다양한 여성 인물의 등장 등, 변화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항상, 그 곁에는 ‘여성 혐오’가 존재한다. 사회에 꼭 필요한 변화를 맘껏 받아들이고 축하하고 싶은데, 왜 꼭 여성혐오적 요소를 넣어서 시청자를 갈등하게 만들고, 보고 나서 후회하게 만드는가. 왜 우리에게 온전한 즐거움을 주지 않는가.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되면, 역시나 우리나라에 더 많은 여성 감독, 여성 피디, 여성 주연, 수많은 여성이 활동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더이상 작품을 볼 때 죄책감이 들지 않길. 작품을 보고 불편한 마음이 들지 않길 바란다. 수많은 여성이 편하게 보고, 많은 사람이 불편함 없이 볼 수 있는 작품이 나오길 바란다.
길복순의 모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