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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Jul 29. 2023

잊혀진 여성작곡가를 깨운 여성 음악인 1

잊혀진 여성 작곡가들 공연 후기

클래식이 낯선 분들에게 '아는 클래식 작곡가 이름 말해보세요.'라고 물어보면 그래도 베토벤, 모차르트, 바흐라는 이름은 나올 것이다. 클래식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 질문하면 저 이름들만 나오겠는가. 라흐마니노프, 차이코프스키, 헨델, 멘델스존 등 당대 고전주의, 낭만주의를 이끈 유명한 작곡가 이름이 나올 것이다. 

그럼 여기서 질문을 바꿔보도록 하겠다.

'당신이 아는 여성 작곡가는 있나요?'


젊은 여성 음악인 4분 이서 잊혀진 여성 작곡가들을 위한 공연을 기획하셨다. 현재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비올라 수석으로 지내시는 곽다경 바이올리니스트를 비롯하여, 정혜진 바이올리니스트, 최예지 첼리스트, 마지막으로 윤유정 피아니스트까지. 이 네 분은 아름다운 공연과 함께 우리에게 물음을 던지셨다.

'우리는 몇이나 되는 여성 작곡가들을 아는가?'


옛 여성작곡가들은 주변의 남자 형제의 후광에 가려지거나(페니 멘델스존), 남편이 유명한 피아니스트라서 같이 조명을 받았다.(클라라 슈만) 이렇게 알려지기만 해도 어디인가. 실제로 자신이 작곡을 했어도 직접 곡을 선보이지 못하고 남편과 남자 형제의 이름을 빌려 발표한 경우가 많았고, 이로 인해 여성 작곡가의 곡이 남성의 것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 시대 여성들은 자신의 창작물을 거침없이 선보이지 못했고 항상 가려져야만 했다. 그것을 끊임없이 발굴하고 찾는 여정이 필요하다. 나는 그 여정 중 하나가 이 '잊혀진 여성 작곡가' 공연이라 생각한다.

이 공연에서 선보인 여성 작곡가들의 작품을 글로 나마 전달하고자 한다.

(이는 필자의 곡 분석이 아닌 추상적인 감상임을 밝힌다. 그냥 공연 당시 들은 음악을 들려주고 싶지만 그것은 저작권 위반이라... 궁금하시면 링크를 눌러 같이 감상하길 바란다.)


1. Fanny Mendelssohn <Easter Sonata for Piano>

이 곡은 라장조의 피아노 소나타로 페니 멘델스존이 작곡한 두 번째 소나타이다. 이 곡이 펠릭스 멘델스존의 곡이 아닌 페니 멘델스존의 곡이라는 사실은 이 곡이 쓰이고 150년 후에 밝혀졌다. 이 곡은 총 4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리스도의 수난을 그려내고 있다.

내가 그날 들은 부분은 제1악장 Allegro assai moderato 부분이었다. 잔잔하면서 맑은 피아노의 음색이 윤슬처럼 퍼져 흐른다. 처음은 물가의 평화로움을 연상하는 맑은 음이 진행되다 중반부터 무거운 음이 함께하면서 그 수난의 실체가 드러나는 음의 전개로 이어진다. 점점 무겁고 슬픈 음으로 곡이 장식된다. 그의 수난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격정적임을 드러낸다. 하지만 그 격정 속에서도 본래 바탕이 되는 음에서 작곡가가 담은 그리스도의 고결함이 느껴진다.

https://youtu.be/CgROnJeTYaQ<Fanny Mendelssohn-Easter Sonata for Piano>


2. Rita Strohl <Solitude>

Rita Strohl는 프랑스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였다. 어릴 적부터 음악에 재능을 보인 그는 13살 파리 음악학교에 입학하였으며 독학으로 작곡과 성악을 배웠다. 1884년 그는 실내악 3 중주곡 발표를 시작으로 성악, 오케스트라, 오르간을 위한 미사곡도 등 다수 작품을 선보였다. 다수 예술가들의 지지와 호평을 받았던 여성 작곡가였으나 시대적 배경에 의해 감추어졌 있던 Rita Strohl의 걸작들이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Solitude>는 1897년 발표된 첼로(또는 바이올린)와 피아노를 위한 작품으로 '고독'을 의미한다. 

공연장에서는 최예지 첼리스트의 첼로연주로 이 음악을 감상했다. 고독과 걸맞게 첼로의 낮고 깊은 선율은 한 사람 저 깊은 내면의 외로움을 나타내는 듯했고, 첼로의 높은음은 밖으로 꺼내진 눈물과도 같았다. 첼로와 함께 연주하는 피아노의 선율은 첼로의 서글픈 소리를 더욱 애절하게 만들어준다.

첼로의 소리는 마치 묵묵하게 자신의 고뇌와 비애를 담아 혼자 몰래 슬픔을 삼키는 듯 하면서도 타인의 슬픔을 안아주는 소리와 같다. 최예지 첼리스트의 연주 퍼포먼스와 음률은 1인극을 연상시켰다. 고독한 화자를 관망한 느낌을 주는 그런 슬픈 음악이었다.

https://youtu.be/ov9PAG3YBT<Rita Strohl-Solitude>


3. Amy Beach <Romance for Violin and Piano in A Major, Op. 23>

에이미 비치는 미국 최초의 여성 작곡가다. 미국 뉴햄프셔주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음악적인 재능이 뛰어나 7세 때 피아노 독주회를 가졌고, 18세 때인 1885년에 보스턴 심포니와의 피아노 협연으로 데뷔하였다. 결혼 이후 활동을 중단했지만, 43세에 남편과 사별한 후 독일로 건너가 작곡가와 피아니스트로서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재개한다. 1914년 미국 보스턴으로 다시 돌아와 작곡에 전념하고 독일 낭만주의 양식에 많은 영향을 받은 미국 작곡가 그룹인 보스턴 악파(Boston School)의 유일한 여성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 음악은 여성 바이올리니스트 Maud Powell에게 헌정된 곡이다. 독일 비평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은 작품들 중 하나이며, 따뜻한 선율과 분위기를 지닌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아름다운 정원이 떠오르는 피아노의 선율로 시작되어 바이올린이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한껏 더해준다. 이 곡을 들으면 마치 중세시대의 화원이 떠오를 때가 있다. 우리가 원하는 로맨스의 모습도 이런 아름다운 분위기가 아닐까. 하지만 이 곡은 로맨스의 아름다움만을 풍기지 않는다. 중간중간 사랑으로 인한 마음속 고민, 사랑의 격동을 잘 전달한다. 사랑 안에 행복함만 있으면 좋으련만, 이 곡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사랑 안에는 달콤하면서도 쌀쌀맞고 시린 순간을 떠오르게 한다. 이 곡은 제목에 걸맞게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음색으로 로맨스를 보여주는 음악이었다.

https://youtu.be/aLaMIlNbs6g<Amy Beach-Romance for Violin and Piano in A Major, Op. 23>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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