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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Jul 29. 2023

잊혀진 여성작곡가를 깨운 여성 음악인 2

잊혀진 여성 작곡가 공연 후기

부디 1편을 읽은 분들이 2편도 읽어보셨으면 한다.

할 말은 많고 소개할 곡도 많은데 한편에 긴 이야기를 할 수 없어 부득이하게 두 편으로 나눠 올린다.

이번에도 읽는 당신에게 감성을 줄 수 있는 곡을 만나길 바란다.


4. Revecca Clarke <Sonata for Viola and Piano>

영국의 작곡가이자 비올라 연주자로, 비올라 실내악곡 작품으로 유명하다. 클라크는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사이의 시기에 중요한 영국의 작곡가로 평가받아, 당대에 가장 두각을 드러낸 영국 여성 작곡가로 설명된다. 클라크가 작곡을 그만둔 뒤 대부분 잊혀졌으나, 1976년 자신의 90세 생일을 맞으면서 클라크의 작품에 대한 연구와 관심이 되살아났다.

<Sonata for Viola and Piano>는 1919년 주최한 비올라 음악 작곡 공모에서 1위를 차지한 Bloch와 동점을 이룬 화제의 작품이다. 이 곡은 5음 음계(Pentatonic Scale), 온음음계(Whloe-Tone-scale),  반음계(Chromatic Scale)등의 사용으로 신비하고 민속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 공연에서는 제1악장 Impatuoso를 들었다.

곡 소개에 맞게 영국 특유의 민속적인 느낌이 강한 음으로 시작한다. 비올라가 당당하게 자신의 소개를 하는 듯 음을 펼쳐낸다. 피아노와 비올라의 연주가 생전 듣지 못했던 신비하면서 독특한 음을 엮어나가고 비올라 특유의 중간 음과 낮은음은 단번에 나의 귀를 사로잡았다. 피아노의 선율이 끊임없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지탱해 주고 비올라가 이 곡만의 강한 개성을 여과 없이 표현한다. 음의 전개가 강약 반복 패턴을 보여주는데 잔잔할 때는 비올라의 높은음과 피아노의 음이 날 놔주는가 하면서도 같이 센음으로 연주할 때는 어쩔 수 없이 음악에 확 끌리게 된다. 정형화되지 않고 종횡무진 전개되는 독특한 음악적 언어가 이 곡의 엄청난 장점이라 생각된다. 더불어 곽다경 연주자님의 비올라 연주 퍼포먼스는 청각뿐만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이곡의 강렬한 분위기를 더해주었다. 너무나도 인상 깊은 곡이었다.

https://youtu.be/MY_WHdO9Zc4<Revecca Clarke-Sonata for Viola and Piano>


5. Graxyna Bacewicz <Suite for 2 Violins>

그라지나 바체비치는 20세기 최고의 폴란드의 작곡가 중 한 명이자 바이올리니스트이다. 우치에서 태어난 그는 바르샤바 음악원의 바이올린과 작곡과를 나온 뒤, 1943년부터 파리에서 나디아 불랑제(1887-1979)를 사사하였고, 폴란드로 귀국하여 우치 음악원의 선생이 되었다. 1934년 다시 파리로 가서 카를 플레쉬에게 바이올린을 배워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하였고, 후에 작곡가로서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작곡하였다. 1950년대 후반까지 작곡은 신고전주의였으나, 그 이후에는 급진주의로 흘러갔다.

이 곡은 1943년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작곡된 곡으로 7개의 짧은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는 지하 공연장에서 사람들을 위해 연주하며 이 작품을 골라 듣는 사람을 고양시키고 삶에서 긍정적인 면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7개의 짧은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부터 신선했다. 마치 7편의 짧은 이야기를 연속으로 들은 기분이었다. 각 작품마다 고유의 정서가 담겨있는데, 맨 처음은 사람들에게 힘을 주는 힘차고 강한 음으로 시작한다. 그러다 감성적인 곡을 들려주기도 하고, 묘한 인상의 곡이 나올 때도 있다. 단기간에 현악기의 다양한 매력을 맛볼 수 있는 좋은 곡이 아닐까 싶다. 현악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꼭 이 이중주를 들어보았으면 한다.

https://youtu.be/r63UMjYsee8<Graxyna Bacewicz-Suite for 2 Violins>


6. Dora Pejacevic <Piano Quartet in d minor, Op. 25>

귀족 가문에서 태어난 도라 페야체비치는 크로아티아 작곡가로, 피아니스트인 어머니 밑에서 자라면서 음악원에 입학하기 전부터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공부했다. 그 후 그는 독일 뮌헨 음악원에서 월터 쿠보이시어에게 작곡을, 헨리 페트리에게 바이올린을 배웠다. 도라 페야체비치는 20세기 크로아티아 작곡가 중 가장 중요한 한 명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그녀의 많은 작품들은 독일, 오스트리아 등 여러 나라에서 연주되며 일생동안 상당한 성공을 이루었다.


이 공연에서는 페야체비치가 23살 때 작곡한 곡으로 후기 낭만주의 스타일로 작곡된 이 곡의 1악장 Allegro만 들었다.

지금까지 연주했던 모든 이들이 모여 협주곡을 들려준다. 조금 더 음이 입체적이고 다채롭게 들렸다. 중간중간 활기차다 진중해지다 음악 안에서 여러 인상을 느낄 수 있는 곡이었다. 앞서 나오셨던 음악가 분들이 다 같이 호흡하며 연주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멋진 광경이라 생각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솔로보다 합주를 좋아하는데, 악기의 섬세함이 만들어내는 음이 딱 맞아떨어질 때의 그 완벽한 아름다움을 좋아한다. 이 공연을 통해 합이 잘 맞는 아름다운 4중주를 들을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https://youtu.be/512afmGkTaQ <Dora Pejacevic-Piano Quartet in d minor, Op. 25>

 


잊혀진 여성작곡가에 대해 새로 알 수 있었던 것뿐만 아니라 지금 왕성하게 활동 중인 여성 음악인들의 공연을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기에 나에게 이 공연의 의미가 깊다. 다들 자신만의 스타일로 곡과 분위기를 이끌어나가는 모습에서 프로의 멋짐이 물씬 풍겼다. 이 분들의 공연을 보면서 프로페셔널한 공연은 단지 손으로 악기를 만지고 소리 내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악기를 다루어 고유의 아름다운 음을 만들어낸다는 점을 깊이 느꼈다. 그 악기를 연주하는 자세와 분위기, 악기를 잡고 움직이는 모습 하나하나가 공연을 멋지게 만들어주는 요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것이라 기대했던 이 공연에 아쉽게도 많은 인원이 찾아오지 못했다는 것이 너무나 아쉬움이 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 자체가 지방에서 이루어진 것에 의의를 두면 한없이 반가운 시도 아닌가. 이런 광역시뿐만 아니라 다른 지방의 소도시 또한 이런 여성들의 멋진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잊혀진 여성 작곡가들은 후대를 잇는 여성 음악가들 덕에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여성 음악가가 울린 여성 작곡가 작품의 공명이 조금 더 멀리,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깊이 울렸으면 한다.


p.s 음악 선생님들에게 전부 사인받은거 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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