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호정 Jan 01. 2021

정형외과에 간 푸른이 외할머니1

이 일은 현재진행형의 실화임.

                                                                            

"무릎이 좀 아파서요."

"사진 한번 찍어보죠."


-


"무릎은 사실 퇴행성이에요. 나이드시면 계속 조심하셔야 되는거지. 그래도 아프시면 허리도 한번 찍어보시죠."


-


"어이구, 허리가 난리가 났네! 안아팠어요?"

"글쎄요, 이 나이 되면 다 이 정도 아픈거 아닌가 했는데요."

"허이구(어이구 아님), 어떻게 참고 사셨데?"

"그렇게 심한가요?"

"여기(엑스레이) 보세요. 삐뚤빼뚤 난리났지. 이거 심해지면 협착증와요."

"그럼 어떡해요?"


"물리치료 받고가실래요?"

"아니 뭐 그럴 거 까지는...."

"험한일 하셔요?"

"험한 일이라면 뭐.....?"

"평생 식당을 하셨다던지, 무거운걸 들고 다니시는 일을 하신다던지.."

"아 저 손주 키우고 있는데."


"허이구! 그게 제일 험한 일이지 그게. 중노동이요 중노동. 어쩌실라고. 그 일을 그만하셔야 하는데."

"손주 하나 더 생겨서 한 4-5년은 더 키워야 하는데.."

"허이구! 우리 어머니같은 말씀하시네. 애들 키운다고 아픈줄도 모르고 사시는 분들이 있긴 하더라고요. 큰일났는데 이거."

"제가 쉬엄쉬엄이어도 수영은 오래 했거든요. 요즘 운동을 못해서 더 심해진걸까요?"

"아 뭐. 수영은 좋은 운동이죠. 근데 안했다고 이렇게 된 건 아니고. 운동은 계속 하시는 게 좋아요. 근데 시절이 이래서.. 일단 약 처방해드릴께. 약 드시고. 그리고 중요한거. 살찌시믄 안돼."

"하하하. 네에.."


   며칠 뒤


 "엄마, 이거. 김서방이 엄마 물리치료든 도수치료든 받으시라고."

 "뭔 소리니 얘는? 내가 뭐 이런 거 달라고 아프다고 한 게 아니야."

 "일단 이 돈으로 하고, 보험사에 청구해서 환급받으면 그거 우리가 가지면 돼."(보험금은 우리가 내고 있다)

 "됐어, 그럴 정도 까지 아니야."

 "의사가 큰일났다고 했다며."

 "얘, 너 까지 이러면 내가 누구랑 수다떠니? 그냥 아파서 병원다녀왔다고 말 한거야. 내가 너 집 보고 왔다고 집 사주냐? 그냥 말 하는거지, 그냥. 병원갔다온 거 니 아빠한테 말하면 당장 그만해라, 이래라저래라 생각만 해도 구찮어. 그냥 너한테 말한거야, 그냥. 너까지 이러면 나 이제 아무말도 안하고 살아야 돼. 아직 뭐 치료까진 아닌 것 같애. 난 그래. 약 먹으니까 좀 나아졌어, 괜찮아."


 "의사가 물리치료 받으라고 했다며. 어쨌든 우리 애들 보느라 그런 거 잖아. 올케 애기 오기 전에 치료를 좀 받아놔. 푸른이 8살이야. 신생아는 강도가 달라. 올케가 나 처럼 파트타임도 아니고, 엄마가 좋아하는 정규직이잖아. 엄마 이제 독박이야 독박."

 "아이고, 일단 됐다니까! 괜찮다고!"

 "그럼 엄마 이거 갖고 소고기라도 사드셔. 안 받으면 나 김서방한테 혼나."

 "그럼 너 가져. 내가 비밀로 할께."

 "나 가방 산다?"

 "살려면 사. 니 맘대로 해. 얘는 왜 괜한 얘길 김서방한테 하고 있어? 이제 수다떠는데도 딸 눈치 봐야하냐?"

 


-

 


 엄마와의 대화는 겁나 투명하게 하는 편이라고 자부한다. 연년생으로 조카가 또 생기는 중이라 생명은 고귀하지만 고귀한 만큼이나 뼈와 살과 피까지 뽑아먹는다.

 엄마의 무릎은 한동안 괜찮았다. 한동안.


 고귀한 생명이 뼈와 살과 피를 뽑아먹고 있긴 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당신의 죽음이 두렵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