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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호정 Jan 04. 2021

정형외과에 간 푸른이외할머니2

우리가 모두 미쳐가던 날

"엄마, 내일 집에 있어?"

"그럼, 내가 어디가냐?"

"베이비(조카)도 같이 있지?"

"그럼, 왜?"

"근데 엄마 우리 애들 안보고 싶어?"

"하하하하하하. 보고는 싶지."

"하하하하하하하. 두 시간만 봐줘."

"그래. 어찌 살았냐 그동안."

"서로 미쳐가는거지 뭐."

"120%동감한다. 내일 와. 그냥 텔레비 틀어주고 놀게 해. 뭐 어때."

"(조카도 있는데 나도 참..;;;)고마워 엄마."

"그래 내일 보자."


-


"엄마, 나 왔어. 스벅 커피 사왔어."

"(속삭이는 소리) 어(베이비 재운다)."


-


"베이비 자니까 엄마도 커피마시고 나갔다 와."

"아오, 됐어."

"공기라도 마시고 와. 안답답해?"

"귀찮어. 어우 커피 맛있다."

"근데 겁나 춥긴 해. 머리가 띵할 정도야. 진짜 안나갔다와도 되겠어?"

"너도 그냥 티뷔나 봐. 나 다리에 사단났잖아."

"다리? 왜?"

"지난 주말에 막 다리가 아프더니 못 걷겠는거야. 만져보면 어디가 아픈지 모르겠는데 움직이질 못했어. 주말 내내 누워있었어."

"어우...(지난 1편의 일들이 떠오름) 엄마...."


"그래서 월욜에 9시 땡 하자마자 병원에 갔지."

"갔더니?"


-


"아이고, 왜 또 오셨어요?"

"아 네... 다리가 아파서요."

"사진부터 찍으시죠."


"음...여기 보세요. 사진상 달라진 건 없거든요. 근데 뭐 골반에 좀 자극이 갈 만한 일이 있었나요?"

"네... 손주가 한 마리 더 생겨서, 며느리 조리원 가 있는 동안 독박을 좀..."

"하아... 그러니까, 하시지 말라니까 그러네."

"안 할수가...."

"우리 어머니도 누나 애들 봐주다가 아주 그냥.... 도수치료 받으세요. 퇴행성이라 이게. 조심해야되요."

"시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1시간 20분 정도 걸립니다."

"아, 그럼 안되겠네요."

"뭐가 안되요?"

"낮잠 잘 때 나와서 받기가..."

"그러니까 못 한다고 말씀을 하시라고."

"그래도...."

"아유, 뭐 이해는 하는데. 그러면 토요일에 받으세요. 이번주는 예약이 다 차있고 다음주에 오세요. 꼭."

"근데, 비용은...."

"9만원이요."

"네, 그럼 예약해주세요."


-


"그러니까 내가, 그때 받으라고 했, 하아... 왜 병을 키우냐고."

"별 일 없다잖아. 약 먹으니까 훨 나아."

"약이 문제가 아니고, 열흘넘게 남았는데 어떻게 버텨? 얘는 계속 봐줘야 되잖아."

"그래도 훨 나아져서 괜찮아. 큰일 아니라고 하니까 마음도 편하고."

"아 미춰불겠네."

"그래도 새아기한테 얘기했어, 어머님 다리 불편하세요? 하길래 사실대로 말했지. 걔도 철수(동생)도 알고 있어야 될 거 아녀."

"잘했어. 내가 지금 현금이... 일단 엄마 병원가서 보험사에 낼 서류로 해달라고 해."

"걱정마라. 그 정도 돈은 있다."


-


우리의 할머니는 애 낳으시느라 세월을 다 쓰시고

우리의 엄마는 애 키워주느라 세월을 다 쓰시고

나는 내 인생 살겠다고 내 인생 살고

아이고 모르거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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