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말이 많은 편이고, 할 말이 많고, 하고 싶은 말도 많고, 누가 알아줬으면 싶기도 하고. 그래서 싸이월드 시절엔 싸이블로그에 미니홈피에 이모양저모양으로 키보드를 두드려댔고, 싸이월드를 보내고 네이버로 가서도 이렇게저렇게 키보드를 두드려댔다.
'글'에 대한 욕구가 있는데 발산해야 하는 방향을 잘 모르겠더라. 독자투고를 받는 월간지에도 투고하고 브런치에도 도전해서 삼수만에 합격! 드디어 글쓰기에 새로운 장이 열렸다.
여행에 관해, 작가가 되고 싶은 나의 야심에 대해, 언어치료사로 사는 삶에 대해, 위기는 없었다 치고 이혼하지 않고 사는 사람, 아이키우는 엄마로서, 또 내 지나온 인생의 시간에 대해 썼다. 통일성이 없고 좀 잡스럽달까, 나도 내 글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사람이다. 글쓰기 학원을 다녀야 하나.
가끔 내가 썼던 글이 DAUM메인에 가면 기분이 좋기도 했다. 글을 훑듯이 읽든 성의껏 읽든 어쨌든 그 너머의 사람들에게 내 글이 노출되었다는 것에 위안을 받곤 했다. 그 덕에 구독자가 늘기도 하고, 또 구독자님들을 통해 몰랐던 놀라운 작가들을 알게 되기도 한다. 주로 자괴감을 느끼지만 감사한 일이다.
나로서는 야심을 갖고 도전했던 브런치북 대상이었는데 수상한 작품들은 사실 전문성이 있는 글이었다는 것, DAUM메인에 걸릴 만한 일상의 가벼운 글은 아니었다는 것, 우리가 쓰는 보통 글의 수준이 '일상'과 '여행' 정도에 있었 다는 것 등...
나도 쓸 수 있겠다는 수준의 글은 진짜 나 혼자 쓰고 읽어야지, 종이에 인쇄되어 책이 되는 생명력있는 글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전문성.
연예인이나 명사라면 '아침에 일어나서 요가하고 밥먹고 장보러 다녀왔찡~' 이라고만 해도 대중의 관심을 받을 수 있고 팔릴 수도 있겠지만 그런 기반이 없는 나로서는 전문성이 있거나 없는 전문성을 커버할 만한 문장력, 말하자면 글빨이 있거나 세상에 대한 관점 자체가 좀 독특하거나, 해야할 것 같은데.
전문성이라고 하면 내 직업이 언어치료사라는 것과, 남이 낳은 남자 한 명을 10년 가까이 관찰하고 응대하고 있다는 것, 9살짜리 여자 한 명과 7살짜리 남자 한 명을 태어났을 때 부터 관찰하며 이 아이들의 인생이슈에 대부분 관여하고 있다는 것 정도이다.
2012년부터 1년에 50권 이상씩 읽고 독후감도 쓰지만 많이 읽는 것과 서평까지 잘 쓰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일이더라.
난 도대체 뭐임?
나는 전문성도 없고, 글빨도 결국은 모자란 것 같으니 돈도 안 되는 글쓰기일랑 집어 치우고 그냥 해오던대로 회사다니고 살림하면서 살까 싶기도 했다. 물론 회사다니고 살림하는 것은 내 삶의 현장에서 매우 중요하다. 내가 해야하는 일이다. 안 하면 안 되는 일이기도 하고.
문제는 '나'라는 인간이 '글을 쓰고 싶어'한다는 것에 있다.
장강명의 <책 한번 써봅시다>라는 책에 이런 구절이 있다.
p.47
다른 취미에 대해서도 그렇다..... 그걸 왜 하는지 묻지 않는다...... 직장동료가 댄스학원에 다닌다고 하면 멋지다고 응원해주지, 언제 아이돌로 데뷔할 건지 궁금해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유독 책을 쓰는 일에 대해서는 "그거 써서 뭐 하려고?"하고 스스로 묻고 "내가 그런다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수 있을까?"라며 자기검열에 빠지는걸까. 그냥 내가 좋아서 쓴다는 이유로는 부족한 걸까.
글쓰는 데 돈 드는 거 아니니까 계속 써볼까. 아이돌 될 것도 아니면서 돈들여 댄스학원도 다니고 보컬학원도 다니는데 돈 안 드는 글쓰기가 뭐 어때.
글쓰는 데 돈은 안 들지만 시간은 드는데 시간을 계속 써도 될까. 써도 되지 않을까. 내가 지치지만 않는다면.
돈이 되지 않는다. 두드러진 향상이 보이거나 느껴지지 않는다. 나만의 색깔이 없거나 약해보인다 등 지금 이 순간 이 글을 쓰면서도 문장마다 단어마다 글자마다 자기검열에 들어간다. 이런 징징대는 글은 또 발행해서 뭐하게? 하는 생각도 함께.
살면서 돈도 안되는 일에 열정을 가졌던 적이 없다.
직장생활은, 사실 이제와서는 돈 때문이고(옛날엔 자아실현이었지만) 살림은 돈을 넘어 생존때문이다. 내 생의 열정이라면 책과 글 정도이다. 가끔 여행과 전시관람정도 되겠다.
스러져가는 마음을 열정으로, 돈도 안되지만 돈이 안되는 일이라는 '희소성'에 한 번 더 마음을 쏟아볼까.
쓰기를 반복한다고 전문성이 생기는 건 아니겠지만 전문적으로 쓰다보면 뭐라도 하나 걸리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