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이럴 때 글태기

돈을 많이 벌고 싶어요

by 김호정

선정이 되지 않을지언정 모든 공모전에 두루두루 참전하고 있다. 최근 밀리의 서재와 함께 한다는 공모전이 시작되어 서랍에 고이 모셔두고 있는, 그리고 내 노트북에 쌓여있는 소설재고들을 털 수 있는 날이 왔군(에세이도 많음 주의)! 했는데 털기는 커녕 내가 써놓은 글을 다시 읽지도 않고 있다. 읽지 않을거면 그냥 브런치 화면에 복사+붙여넣기라도 해야지 싶은데 그것도 안하고 있다.



1. 컴퓨터를 켠다

2. 소설재고 폴더 더블클릭

3. 그 사이에 브런치 클릭

4. 브런치 로그인

5. 브런치 글쓰기 클릭

6. 재고 소설 및 재고 에세이 아무거나 더블클릭

7. 손가락 힘이 닿는 만큼 드레그

8. 글쓰기 창에 붙여넣기

9. 발행 혹은 저장

10. 위의 7~9 반복



이 간단한 걸 왜 안하고 있나요.


1번 부터가 좀 어렵다.


아침에 일어나서 첫째 등교, 둘째 등원시키고 집을 후다닥 치우고 세탁기 돌려놓고 씻고 점심차려서 먹고 치우고 빨래 널고 하면 출근시간이다. 출근해서 돌아오는 길에 둘째 하원해서 같이 들어오면 저녁준비, 저녁먹기, 저녁상 치우기, 과일과 함께 담소시간 및 다음 날 등교 준비를 하고 씻기면 벌써 밤 10시다.


아이들 재우고 컴퓨터 켜면 되겠네?


싶지만 사실 그렇게 되지가 않는다. 집은 초토화되어 있고, 나도 블로그와 브런치의 안부가 궁금하다. 편하게 폰으로 보다가 스을쩍 유튜브에 들어가면 요즘 나의 관심사가 뭔지 알만큼 주식이나 부동산 관련된 알고리즘이 주우우욱 올라온다. 궁금했던 것은 보고 심화학습이 필요한 것은 또 검색해보고 남편에게 이러네저러네 정보를 흘려주고 나면 12시가 넘어 1시로 간다.


아, 그럼 미라클모닝을 하면 되겠네!


내가 미라클나이트라면 몰라도 미라클모닝은 불가능불가능절대불가능이다. 2시에 자도 8시전에 일어나는게 힘들고 11시에 자도 8시전에 일어나는게 힘들다. 그래서 그냥 2시에 잔다. 폰질을 하면서


그렇다면 주말에 글쓰면 되겠네!!


아이키우시는 분들 아시겠지만 주말은 더 힘들다. 지금은 아이들이 좀 커서 자기들끼리 놀고 간단한 건 꺼내먹을 수 있어서 그나마 조금 괜찮아졌지만 더 어렸을 때는 일주일이 월화수목금금금이길 바랐을 만큼 주말은 힘든 시간이었다.


첫째는 글도 알고 검색도 할 줄 알아서 내가 컴퓨터로 무언가 하고 있으면 와서 보고 내가 쓰고 있는 글을 소리내서 읽고 그런다. 아흐. 아직은 나의 사생활을 사수하고 싶은데. 내 주변의 사람들이 내 글을 읽는 건 너무 부끄럽다. 그러다보니 주말도 컴퓨터를 켜는 호사는 누리지 않는 편이고, 요즘은 잔뜩 흥미를 두고 있는 '부동산'에 관련하여 임장을 다닌다. 허허.


지금 사는 집에도 대출이 좀 있긴 한데 남편은 빚 빨리 갚는게 특기인 사람이다. 여유까진 아니었지만 부족한 여유를 가지고 부동산의 바람을 타고 우리도 달리는 말에 일단 올라타서 우리를 알아봐주던 집을 매매했고 우여곡절끝에 좋은 세입자분을 모실 수 있었다. 몇 달 안되긴 했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자 사실 좀 신이 나신 것 같았다.


위, 배티성지 아래, 금광호수 입니다. 안성과 충북진천 사이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더라고요!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해 대화인지 논쟁인지 싸움인지를 하며 백 억대 자산가가 되겠다는 허무맹랑한 소리는 그만하고(남편아!)

실현가능한 단기목표를 세우며(예전에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실행했던 것 처럼 우리도 경제자유 3개년 3세트 계획을 만들었습죠)

정보습득 및 정보가공(가공이 가능할 만한 뇌는 아니지만, 하다보면 늘지도),

현지 임장등을 통해 혜안을 키우겠다며 검색하고 쏘다니고 하다보니 돈은 1도 안되는 글쓰기 보다는(공모전에 당선되면 돈을 주시긴 하지만, 잘쓰시는 분들 너무너무너어어어어무 많은 것도 사실) 지금은 돈을 공부하자 싶은 마음이 더 커졌다.


검색과 유튜브 시청, 주말 임장장소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나를 보며 남편이 물었다.


"이제 글 안써?"

"당분간 안 써."


"왜?"

"돈도 안 되는거 왜 하나 싶어."


"그래서 안 쓸거야?"

"쓰면 좋겠어? 뭐 소질이 있어야 쓰지."


"난 자기 글 재밌는데! 자기가 안 보여줘서 그렇지. 그래도 써야지. 자기가 좋아하는 거 해야지."

"영혼없네?"


"그래도 잘 써서 또 채택되고 하면 좋잖아."

"아 몰라. 돈이 좋다, 지금은."


"나도 좋지. 나도 자기가 막 부동산 촉이 있으니까 너무 좋아! 나는 좋지만 자기가 글을 안 쓰면 국가적인 손실인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파."

"촤하하하하하하하!! 무슨, 국가적 손실같은 소리하고 있냐."


"국가적 손실이지! 국민이 좋은 글을 읽을 수 있는 특권을 놓치는 거 아냐. 나야 좋지. 자기 글 쓸 때 막 예민해지면 좀.. 근데 자기 부동산 검색하면서 짜증안내고 하니까 사실 너무 좋아. 그래두 국가적 손실은 손실이지. 안타깝네."

"참 나."


"빨리 백 억 자산가가 되서 편하게 글 쓰게 해줄께."

"백 억 있으면 참 글 쓰고 싶겠다."


"안타깝네 좀. 자기가 글 안 쓴다고 하니까 너무 좋고 너무 슬퍼."

"아 됐고, 이번 토요일엔 OO에 가보자."


"그래, 임장다니면서 여행이라고 생각하고 또 글감도 떠올리고 해봐."


이런 곳에 저런 집을 지으면 좋을텐데, 남편말론 저렇게 집 지어도 저기 빼고 다른 곳으로 여행다닐 것 같다며... 정말 그럴만 하죠 전ㅋㅋ


고마운 마음은 늘 있었다. 수상가능성도 없는 공모전 마감일에 맞추기 위해 그렇게 예민떨고 앉아있는 나를 보며 얼마나 답답했을까. 나도 내가 답답했고 지금도 답답하다. 나도 그러고 있는 내가 좀 웃기고. 성과가 희미하게라도 보이면 모를까, 동료도 없이 골방.. 아니, 식탁에서 온갖 미간 찌푸리고 앉아

"이번 주말까지만 제발 엄마 좀 놔둬줄래?"

하는 나도 내가 웃겼다. 유난떠네.

노벨문학상이라도 받는 줄?


한 번에 두 가지를 다 할 수 있다면 좋을까? 사실 나는 멀티태스킹이 잘 되는 사람이긴 하다. 어지러운 속에서도 여러가지 일을 깔끔하게 잘 처리하는 편이었다. 진짜다.


근데 글쓰기와 돈벌기는 양극단에 있는 것 같다. 사실 시인이나 따스한 에세이를 쓰는 작가가 전담기사를 대동하고 비서를 통해 전화를 걸며 허경영 버금가는 고오급 세단을 타고 다닌다면, 그 이가 쓴 글에 감정이입이 될지 모르겠다. 소설가라면 모를까. 소설에 굳이 도덕적이거나 서민적인 감정을 투영하진 않으니까. 그래서 나는 소설가를 꿈꾼다.

알 수 없는 미래가 펼쳐진 인생의 바닥에 나와 우리 가족은 내던져졌고, 전쟁이 없는 평화의 시기를 보내는 대신 벼락거지와 알부자의 거리가 점점 더 멀어지는 시대를 살고 있다. 글을 쓰는 감성만큼 현재를 감당하고 미래를 살아갈 준비를 하는 것도 필요한 일인 것 같다. 마침 관심도 있고.


인생의 과정 중에 돈이 안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을 걸고 싶을 만큼 소중한 '글'에게 내 열정과 시간을 들이는 일. 그리고 공부하고 다녀보고 생각해서 '돈'이 되는 일을 모색하는 것은 서로 양극단의 일이지만 둘 다 내 인생에서는 중요한 일이다. 극단인 만큼 균형은 어렵다. 일단은 한 쪽으로 쏠리는 중이다.


돈욕심에 사로잡힌 나의 합리화인가

근데 돈 안 좋아하는 사람 있나, 숨만 쉬어도 돈이 드는 걸.


성공담 혹은 실패담으로만 나눌 수 없는 무지막지한 이야기가 있을 인생에 또 다른 갈래의 에피소드를 만들 기회이면서 동시에 돈도 벌 수 있을 기회가 현재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일단 글태기를 마주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