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히든작가 탈락!!

괜찮아요!!ㅋㅋㅋㅋ

by 김호정


올해 들어 스물스물 글에 대한 소망이 있었는데 코로나와 함께 집에 있는 생활이 길어지자 소망에 실천력이 더해져서 겁도 없이 일간지나 출판사에 등기를 보내고, 월간지에 투고를 하기도 하고, 이후로도 글을 써보겠다고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관심을 갖고 찾아보니 문학상 등의 공모전이 꽤 있었다. 등기도 날리고 메일도 보냈다. 그들은 내 등기와 메일을 씹었지만 난 괜찮다. 되기를 바랐지만 안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나의 글에 대해서 나는 아직 객관적인 시각이 없다. 도전에 대한 경험치가 쌓이고, 공모전을 위함이긴 했지만 완성된 작품수가 늘어가는 것이 그 와중에 선한 영향력이라고 믿겠다.


얼마 전, 경기 히든작가 공모전이 있었다.

다른 문학상이나 공모전에 비해서는 조금 기대를 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소설을 쓴 지원자는 별로 없지 않을까. 12작품안엔 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9월 11일에 결과를 발표한다고 해서 정말 11일이 되던 밤은 밤을 새우다시피 했는데 16일로 연기되었다고 해서, 또 16일이 오기까지 순간순간 심장이 조여오는 느낌이 있었다. 오늘이 되던 밤에도 나는 잠을 설치다시피 했고 오전 10시에 발표한다고 했던 결과는 오전 9시에 발표되었다.



내 이름은 없다.

믿을 수 없어.

보통 믿을 수 없는 것이 사실이고 현실이더라.


다행일까 불행일까. 나는 '작가'라는 길만 가고 싶은 외길 작가 지망생이 아니다. 못 먹어도 고! 할 수 있는 베짱의 사십이고, 실패에 쪽팔려하지 않는 담력은 이미 충분하다. 떨어져도 그만이라는 마음의 여유는 없다. 다른건 다 있는데 떨어져도 그만은 아니다. 그런 데다 쓸 마음의 여유는 없다. 나를 붙여줘!! 나를 붙여줘!!


그래도 나는 빨리 정신을 모을 것이다. 결과 발표까지 도무지 마음이 잡히지 않아 쓰지 못했던 이전에 써왔던 소설을 계속 쓸 것이고, 새로운 공모전에 나는 또 도전을 할 것이다. 지금까지 등기비용만 몇만 원은 될 것이다. 다행이다. 난 돈은 있으니까. 이제는 글빨만 있으면 되겠는데.



....어른이 되면 ..... 모든 게 결정되어버린 삶을 살기 때문이다. 앞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 벌 수 있는 돈, 만날 수 있는 사람의 수 등이 서른이 넘고 마흔이 넘으면 대개 정해져 버린다. 장차 여행은 몇 나라나 더 가볼 수 있고 몇 권의 책을 더 읽을 수 있으며 내 힘으로 마련할 수 있는 집의 크기는 어느 정도일지가 점점 계산 가능한 수치로 뚜렷해지는 것이다. 남은 생이 보인다고나 할까. 이석원 <언제 들어도 좋은 말>


이석원의 글을 좋아한다. 가끔 사는 것이 숙제처럼 느껴질 때 이 문장이 늘 떠올랐다. 나는 여기까지야, 여기까지 일거야, 하면서. 이미 몇 번이나 기대한 이상의 일들이 내 인생에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남은 생이 보이는 것처럼, 숙제를 열심히 해봤자 그저 숙제를 한 것일 뿐 경시대회 출전권은 얻지 못할 거라는 조금은 루저같은 생각이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오늘도 그런 기분이었다. 실패에 집착하지 않을 거지만 그래도 슬픈 건 사실이니까. 내가 작가가 되고 싶고, 공식적으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애를 써봤자 그냥 여기까지가 아닐까. 남은 생이 보인다고나 할까. 그래서 그의 책을 다시 펼쳐 보았다. 그 페이지에는 내가 기억하고 있는 문장만 적혀 있는 것이 아니었다.


허나 아무리 어른의 삶이 그런 것이라고는 해도 모든 것이 예상 가능한 채로 몇십 년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가혹하다, 고 생각하기에 나는 노력하기로 했다. 너무 빨리 결정지어진 채로 살아가고 싶지 않은 것이다. 남은 생에서도 한두 번쯤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생기길 바라며 살고 싶다. 자고 일어나서 막 눈을 떴을 때 또다시 맞을 하루가 버겁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 자신을 가꾸는 일이 소중한 이유는 그 일을 함으로써 나와 내 삶이 아직 결론나지 않았다는 걸 스스로 믿고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석원 <언제 들어도 좋은 말>


기억은 왜곡되어 있었다.

정말 중요한, 그야말로 주옥같은 글들이 뒤에 있었다니.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정말.

공감을 하려고 펼쳤던 책에서는 위로를 얻었고, 얼마간의 힘도 얻었다.



나에게, 우리에게 새로운 시간이 또 올 것이다.

라고 믿는다.

*


저는 괜찮아요! 힘내라는 말은 하지 말아요!

힘 안 낼거에요! 힘내 봤자 힘들어요!

모두들 힘내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