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브런치를 아는 사람은 있어도 네이버 블로그처럼 친숙하게 들여다보거나 작가로 활동하는 지인들은 없어서 걱정아닌 걱정을 했었는데 다음 메인 덕에 구독자님들도 많이 생기고 나 역시 좋은 글들을 많이 접할 수 있게 되어서 좋았다.
감사합니다.
나는 왜 브런치작가가 되고 싶었나.
글을 잘 쓰고 싶었기 때문이고, 그래서 책을 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왜 책을 내고 싶나.
그동안 블로그와 브런치에 써 온 글이 폰이나 마우스로 쭉쭉 내리며 읽고 웃고 공감하거나 그냥 지나치면 되는 휘발적인 글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서다. 물론 폰으로 마우스로 쭉쭉 내리며 읽는 그 순간에도 독자의 마음에 잔잔함을 드리거나 웃음을 드리는 것은 정말 기쁜일이다. 작가의 쾌감이고 영광이다. 하지만 나는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물질적 존재로 남길 만한 가치가 있는 글을 쓰고 싶은 것이다.
책을 내는 것이 목표라면 내 돈이라도 들여 독립출판도 가능하지만 책을 만드는 전문가분들과 협업하고 싶고, 또 전문가가 개입할 만한 글이라는 것을 인정받고 싶어서 출판사를 통한 출간이나 공모전 등을 통해 등단을 하고 싶은 것이다. 내 글이 돈을 내고서라도 읽고 싶은 글이거나 돈을 줘서라도 의뢰하고 싶은 글이길 바라는 마음이다. 너무 꿈이 큰가.
브런치에 입성하면서 처음엔 기뻤지만 기쁨보다는 자괴감을 느끼는 속도가 더 빨랐다.잘 쓰는 분들이 정말 많고 '글'이라는 것의 분야가 이토록 다양하고 넓은 줄은 몰랐다. 그저 시, 소설, 수필, 평론 으로 끝낼 일이 아닌 것이다.
와우!
'어떻게 글을 쓰면 독자들의 관심을 받을까'도 고민이었지만 '이 많은 분야 중 내가 진입할 수 있는 분야는...'에 대한 고민도 아주 컸다. 잘쓰는 사람이 많고 분야가 많아도 모든 글이 나의 글과 같을 수는 없으니 내 자리를 내가 만들면 되지 하고 속편한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글을 쓰는 순간순간 '여기까지가 끝인가보오'라는 생각이 몰려오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최근에 어떤 에세이책을 읽었다. 블로그와 브런치에서 구독자도 많고 글빨도 있으신 분이 연재한 글을 책으로 냈나보다. 그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종이책'은 단순한 '글의 합'이 아니라는 것을.
나 역시 주제가 같은 글들을 매거진으로 묶어 놓았고, 그 주제에 대해 내가 쓰고 싶은 것을 다 쓰면 브런치북으로 발행할 생각도 갖고 있지만(이미 낸 브런치북도 있다. 소설이다.) '종이책'의 무게는 '브런치북'과는 다르다는 것을 심하게 깨우쳤다.
책의 소제목, 그 소제목을 이루는 더 작은 에피소드들 역시 기승전결이 있고 의미가 있어야 하듯이 책 전체의 흐름에도 기승전결이 있고 작가의 인생이랄지, 생각의 방향이나 변화들이 글 속이나 행간에서 느껴져야 하는데 내가 읽었던 책에서는 그런 흐름이 느껴지지가 않았다. 에피소드마다 의미는 있었다. 블로그에 올렸으면 공감이나 댓글이 꽤 있었을 것 같지만 종이책을 대하는 긴 호흡으로 읽기엔 나의 시간과 시력이 아까웠던 책이었다.
각 에피소드끼리의 흐름이 딱히 없는 책들도 있다. 나에겐 이석원이나 사노요코의 책이 그렇다. 책 제목 외에는 에피소드들 간의 연결성이 약하(게 느껴지)지만 그 짧은 에피소드글 자체가 몰입력이 있기 때문에 책 전체적으로는 작가의 생각을 읽는 느낌이라서 에피소드간에 툭툭 끊어지는 느낌은 없었다.
종이책에는 전체적인 연결성이 있거나 각 글마다 심한 몰입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역시 종이책은 화면과 다르구나 싶었다.
한편으로는 내가 그동안 책을 너무 많이 읽었나 싶기도 했다. 너무 수준있는 책들을 많이 읽어왔고, 심지어 배우러 다니기도 했고, 그렇다보니 나의 기준은 점점 높아만 가고, 지금 이런 글 밖에 쓰지 못하는 내가 너무 답답하고, 그렇다고 기준을 낮출 순 없고, 허나 발전이 쉬운 것은 아니니 나의 한계를 받아들이는 것이 빠른건가 싶고. 퇴고하면서도 숨이 가빠오고.
브런치와 함께 너무 좋고도 무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 시간.
목표를 무엇으로 삼아야 할지, 나는 과연 어느 수준즈음에 서 있는 것인지, 무엇을 열심히 해야 할지, 이렇게 살다보면 과연 발전을 하거나 변화를 도모할 수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어도 심히 알 수 없는 길에 서 있는 분이.... 계시겠죠? 설마 알 수 없는 길에 있는건 저 뿐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