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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호정 Sep 06. 2021

직장에 확진자발생

비자발적 전업주부체험중


 7월 말에도 직원중에 확진자가 나왔었다. 가족 중 확진으로 일주일 전부터 격리하던 직원의 확진이었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건 나 뿐이었나보다. 당시가 목요일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금요일까지 직장건물은 폐쇄였고 각자 코로나검사를 받으라고 공지가 왔다. 어차피 그 직원은 격리중이었고, 나는 휴가라서 그 주에는 출근을 하지 않았다. 게다가 휴가인 기간동안 나는 집에만 있었다. 굳이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나 싶었고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어서 무섭기도 했다.


 그런데 그 다음 날 동료들은 음성을 알리는 코로나검사결과를 단톡창에 다 올렸다. 집에 편하게(?) 있던 나만 검사를 하지 않았다. 담당 선생님이 따로 연락을 해서 검사받았냐고 물어보더라. 동선도 출근날짜도 안겹치는데 해야하냐고 물었더니 지금 전직원에게 내려진 명령이란다. 관장님이 코로나검사결과 및 백신접종여부와 미접종자라면 접종일정까지 파악하라고 했다고.


 결국 나는 무서운 마음을 안고 다음 날 코로나검사를 받으러 갔다. 막 출발하려는데 아들이

 "우리 (어린이집)선생님이 그러는데 이~~~만한게 콧구멍으로 들어간데! 귀까지 들어간데! 근데 코딱지가 나올까봐 걱정했데! 엄마 코딱지 파고가!"


하하하.

덕분에 긴장이 풀렸다. 그러게 콧속으로 넣는다는데 코딱지는 없어야겠지. 느낌상 콧속은 깨끗할 것 같았지만 혹시 몰라 코도 한 번 풀어주고 갔다. 그것도 첫 경험이라고 떨리기도 했고, 다음 날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잠을 좀 설쳤다. 다행인지 당연한 건지 음성이 나왔고 그 다음 주 부터 업무를 재개했다.


 


 감염때문에 비장애 아이들도 학습격차가 일어난다는데 장애아이들은 자극이 감소하면 그만큼 퇴행할 수도 있는 형편이기 때문에 작년 처럼 서너달 씩 휴관을 감행하긴 어려운 일이다. 매번 소독약 뿌리고 환기하고 손에 장갑끼고 얼굴엔 마스크하고 어쩔때는 페이스쉴드도 하면서 버겁게 일상을 이어가던 중, 지난 주 초 아침 또 공지가 날아왔다.


 확진자가 발생했고 어제까지 출근했던 직원이라 이번주 내내 기관폐쇄이며 이용자 및 부모님들에게도 연락부탁드리고 선생님들 코로나검사 받으시라고.

 

 어제까지 출근했던 직원, 하아. 나 그 어제가 출근하는 날 아니었는데 보강하러 딱 1시간 가 있었는데. 그 직원과 층수도 동선도 전혀 겹치지도 스치지도 않았지만 혹시 모르는 것이다. 델타변이에 이어 델타플러스가 나올지도 모른다니. 마치 아이폰 출시할 때마다 업그레이드 하듯이 델타, 델타플러스, 델타플러스프로, 델타플러스프로킹..뭐 그렇게 진화할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출근준비와 함께 아이 등원준비도 하던 나는 혹시 몰라 아이는 집에 두고 그길로 코로나검사를 하러 갔다. 7월말에 왔을 때보다 훨씬 대기하는 사람이 많아서 놀랐다. 앞서 한 번 해본 것도 경력이라고 이번엔 여유있게 마쳤다. 여기가 관내에서 제일 안아프게 검사해주는 곳으로 소문났던데, 과연 그런가보다(결과는 익일오전 8시경에 문자로 통보한다. 음성이다.).


올린 사진들은 성남시 중원구 여수동에 있는 "카페애디아플라워"입니다 꽃과 식물, 쑥케익과 초코바나나케익, 커피까지 모든 것이 조화로운 카페에요^^



 지난 주는 출근하지 않았다. 연일 1500명이 넘는 확확진자발생으로 늘 두려운 마음으로 출근하던 중이었다. 다행이다 싶은 마음으로 1년간 준비해오던 전업주부 예행연습 삼았다.


 하루종일 나는 움직인다. 방에서 화장실로, 화장실에서 부엌으로, 부엌에서 거실로. 매번 분주하고 매번 정신없다. 계속 지저분하고 계속 더럽다. 나는 계속 돌아다니는데 계속 정지화면을 보고 있는 기분이다. 정지화면이긴 한데 자꾸 더러워지는 정지화면. 소음인듯 음악인듯 바깥소리와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리고, 아이들은 자꾸 나를 부르며 스스로도 해결 가능한 일에 나를 끌어들인다. 사랑스러운데 귀찮고 예쁜데 힘에 부친다. 아이들이 건강해서 참 감사하다.


  커피를 사서 직장으로 가는 것이 루틴인데 커피를 사서 집으로 들어왔다. 집에서 마시는 커피는 내가 아는 커피맛이 아니었다. 무언가에 대한 독촉같고 압박같다. 커피라도 맘 편히 마시려면, 알던 맛대로 마시려면 나는 출근을 해야겠구나, 근로노동을 멈추면 안되겠구나. 육아와 살림이 체질이 아니라면 다른 형태로 이 상황을 버티거나 피해야 한다.


 전업주부에 대한 꿈을 접고 출근을 열망하고 있던 주중의 끝즈음. 동료들 단톡방이 또 울렸다. 확진자의 배우자도 확진되어 다음주까지 기관폐쇄가 연장되었으며 코로나검사 후 음성이 나왔더라도 추후에 양성판정이 나오는 경우도 있으므로 주말 지나고 다음주 월요일에 코로나검사를 또 한 번 받으라고.


 아.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인 오늘 아침, 나는 또 코로나검사를 위해 출근하듯 집을 나섰다. 드라이브스루로 검사하던 곳은 11시전에 접수마감이라며 대기하던 차들을 돌려보냈고, 나는 드라이브스루로 검사한다는 다른 곳으로 이동해서 검사를 받았다. 오전 시간이 지나갔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간다. 내 시간인 듯 남에게 빌려주는 시간인듯 신에게 빌려온 듯한 시간이 내 일인지 남의 일인지의 경계가 모호한 일들과 함께 흘러간다. 흘러가는건지 스쳐가는건지 나에게 의미가 있는건지 없는건지에 대한 판단이 애매한 체로 시간은 잘도 간다 흘러간다. 흘러가긴 하는데 버겁다.


 한편으로는 연대의 힘도 느낀다. 코로나에 걸린 직원이 누군지 모르지만 단 한 순간도 누구인지 궁금하지 않았고, 반복되는 검사요구가 피곤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 직원을 원망하진 않았다. 다 같은 마음이기에 기한내에 검사결과를 통보하고 서로의 건강을 걱정해주는 게 아닌가 싶다.


 건강 걱정도 걱정인데 사실은 급여가 걱정이다. 일한 시간 수대로 돈을 받는 나로서는 4주 중에 2주가 날아갔으니 급여 반토막도 마음이 아픈데 그 와중에 추석연휴까지 끼어있다. 후아.

 



 그래도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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