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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호정 Dec 10. 2021

스벅을 향한 마음

나는 왜 굳이 스벅을 찾는가


아침에 딸과 아들을 차례로 등교 및 등원시키고 나면 나는 스벅으로 간다. 집에서 1km정도 떨어져 있는데 운동삼아 걸을 만하다. 운동삼아 걸었다가 칼로리 더 높은 커피를 마시고 오는게 문제긴 하지만 커피로 시작하지 않으면 하루가 힘든 사람, 저 입니다.







여름엔 아이스박스와 랜턴이 걸린 행사를 했었는데 연말인 지금, 컴포터와 다이어리 그리고 시계가 걸린 행사를 하고 있다. 분홍색 컴포터가 너무 예뻐서 그건 진작 받았고 두번째 다 채운 것으로 시계를 기다리는 중인데 벽시계는 지금 당일예약으로 바뀌어서 다음주가 오길 기다리고 있다.





스티커를 받기 위해 이벤트 음료를 먹기도 했다

너무 달았고 커피의 정통성(?)과 떨어져있는 느낌이 있었지만 그래도 맛있게 한 번 정도 먹을 만 했다.


커피를 좋아하지만 커알못이기도하고 진짜 같은 커피는 좀 독한 느낌이라 바닐라라떼 같은 단 커피를 좋아했었는데 이제 단 커피의 시절도 나에게서 떠나려는지 그냥 커피가 좋더라.


 그렇다고 아직 아메리카노의 때는 오지 않은듯. 아메리카노는 나한텐 아직 드세다. 커피는 하루에 한 잔 정도 마실 수 있어서 커피마시는 시점과 어떤 커피를 마실지 매우 고심하는 편이다. 저 커피의 이름은 뭐였더라. 커피같진 않았어서 오후에 한 잔 더 마셨던 것 같기도 하다.





가끔 별을 많이 주는 행사를 한다. 원래 하고 있는건가. 오전에 브런치메뉴와 커피를 시키면 별이 8개씩 적립되는 날도 있더라. 어떻게 그렇게 된 건지는 몰라도 그냥 별을 12개 모으면 공짜커피 한 잔 마시니까 기분이 좋았다.





주말에는 남편과 번갈아가며 나홀로 외출을 한다. 내가 나가있는 동안 남편은 아이들과 운동장에서 뜀박질을 하고, 나는 아이들과 도서관에 가거나 카페에 가기도 한다.

 지난 주엔 아이들과 함께 스벅에 갔었다. 요즘 종이접기에 빠져있어서 카페에 가서도 아이들은 조용히 종이접기를 하고 나는 책을 읽을 수 있겠다는 판단을 해서였다.


 다행히 아이들은 핫초코를 나눠마시며 비행기를 접거나 나름의 방법으로 종이접기를 하여 작품을 만드셨다. 키즈카페가 아니라 성인카페(?)에서도 내가 아이들과 상관없이 책을 읽다니. 감격스러웠다.

종이접기에 대한 집중이 조금 사그라들었을 때 위기가 오긴 했지만 셋이 나누는 수다로 위기를 넘겼다. 딸이 물었다.


"엄마 우리 집 앞에도 카페 있잖아. 근데 왜 여기까지 와?"

(아이들이 고구마라떼에 눈을 뜨게 해주신 놀라운 카페가 있다. 고구마를 직접 굽고 갈아서 만들어주신다. 그러게, 그 카페에 가도 되는데 굳이 애들데리고 1km나 떨어진 곳까지 걸어왔다. 이프리퀀시때문만은 아니었다)


"음.. 그냥.. 운동할 겸 걸으면 좋잖아."


"그럼 엄마도 우리랑 운동장에서 운동하고 그 카페로 가면 되잖아. 여기는 핫초코는 맛있어도 고구마라떼가 없으니까 허전해. 거기도 커피 맛있다며. 스벅커피가 더 맛있어?"


"근데... 엄마는 카페에 커피만 마시려고 하는게 아니라 조용히 책도 읽고 휴대폰도 보고 생각도 하고 싶은데, 우리 집 앞에 있는 카페는 아는 사람도 많이 오고 사장님이 엄마한테 말 걸때도 많고 해서 좀 부담스러울 때가 있더라고."


딸은 내 말을 이해했을까.


잠시 정적 후


"...엄마 마음이 이해가 됐어?"

"음, 조금. 나도 그림 열심히 그리고 있는데 친구가 뭐 물어보고 그려달라고 하면 좀 그렇더라구. 근데 거기 사장님이 엄마한테 말 많이 걸어?"




사실 동네카페 사장님은 본인이 만드시는 커피에 대한 커피부심이 좀 상당하신 편이라

"우리 커피마시다가 다른데 가면 커피 못마시겠죠?"

라는 말씀을 인사처럼 하시고

"애들 많이 컸네. 하나 더 낳아~"

라는 말씀도 인사에 덧붙여 하신다.


 사장님은 결혼한 따님이 있고 그 따님의 아들을 봐주고 계시는데 딸이 애 키우고 직장다니고 하느라 넘 힘들어하니까 둘째낳으란 말을 못하겠다시면서 나한테는 매번 하신다. 난 이미 둘 낳았는데. 셋을 만들라고.


 늘 하시는 말씀이라 웃으면서 네에~ 하고 넘기는데 다른 손님이 없을 때면 책 읽고 있는 내 앞에 아예 앉으셔서 이런저런 말씀을 하실때가 있다.


 아, 모르는 분이면 내가 셋째 낳으면 사장님이 키워주실거냐, 따님한테도 못하는 말씀을 왜 나한테 하시냐며 대들고 싶지만.. 여긴 동네카페고 애들도 좋아하고 호구조사도 너무 당했다. 큭-






"너네한테도 많이 컸다고 말씀하시고 엄마한테도 아기 또 낳으라고 하시잖아."


"아, 맞다. 거긴 좀 작아서 코로나걸릴지도 몰라."


"아, 코로나는 작은 곳이든 큰 곳이든 조심해야지."



딸은 주변을 주욱 둘러본다. 주말 저녁이었지만 커플이나 그룹손님보다는 혼자있는 손님들이 많았고 다들 노트북으로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거나 했다. 그 분위기를 보더니


"나 15분동안 영상보면서 종이접을테니까 엄마도 책 읽어. 다이소가서 방수색종이 사고 집에 가자."

 


고맙다.

다소 지루해져서 드러눕기 시전을 할랑말랑하는 동생을 잘 구워 영상앞에 앉혀 새로운 종이접기를 연마했다.

귀엽다. 많이 컸구나.


여기까지 올 수 밖에 없었던 내 마음을 이해해주다니. 동네카페에서는 안 파는 티라미슈를 먹기 위함도 있었겠지만^^


이해한건지 모르겠지만 9살난 딸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자체가 심금을 간지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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