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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호정 Jan 03. 2022

XX친구가 결혼을 한다, 불혹을 넘어.

어찌됐든 축하해

부X친구도  불X친구도 다 표준말인가.

그런 친구가 결혼을 한다. 이제야, 드디어, 이윽고, 마침내!


사실 유치원때부터 친구였던 건 아니고 스무살 쯤 부터 다닌 교회친구다. 피끓는 시절부터 친구였지만 이성의 감정은 느낀 적이 없다, 걔는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20여년 적당한 거리에서 친구의 인생을 목격하는 동안 그 친구에겐 녹록치 않은 일들이 몇 번 었다. 방위산업체로 있었던 회사가 망해서 골치썩었던 일, 취업했던 회사의 사장님이 친구의 공로에 대해 보너스를 준다고 해놓고는 잠수탔던 일(받아야만 하는 돈을 안받은 건 아니기 때문에 법적 문제는 없지만 뒤통수를 심하게 맞은 일이었다), 3년쯤 전 아버지가 혹서기에 갑자기 돌아가신 일 등.


 그 친구의 어머니는 목사님이신데 아주 직선적인 믿음이셔서 마찬가지로 신학을 하는 친구이지만 어머니와의 마찰이 있었고 지금도 있는 중이다.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나서는 자주 가서 돌봐드리려고 하는데 효도라는 것이 단어가 주는 따스한 느낌에 비해 따스함만으로는 할 수 없다는 것을... 충분히 안다.



간만에 만나 수다를 떨었다. 판교 현대백화점 9층에 h'541 이라는 레스토랑이 있는데... 맛있다^^




 오랫동안 이성사람 친구로 지낼 수 있는 것에는 서로 이성적인 감정이 없어서이기도 했기에 난 그 친구의 지난 여친들은 다 알고 있다.  그 중엔 나와 친구인 아이도 있으며, 마지막 여자친구(결혼하기로 한 여자친구 말고)와 헤어지면서 그 친구의 몸과 정신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목격하며 '사랑'이라는 깊고 어두운 수렁을 타자의 시선으로 경험하기도 했다.


 떠난 여친에 대해 내 나름의 객관적이라고 생각하는 의견도 비출 수가 없고 빨리 털고 일어나라고 채근할 수도 없고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거라는 말은 내가 그런 상황이었을 때 제일 듣고 싶지 않았던 말이기에 내가 할 수 있었던 말은 그저


헛소리하지말고 자

일찍일어났음 공복에 동네두바퀴 뛰러 나가라

안먹히면 먹지마라, 다이어트하기 좋은 계절이다


이런 류의 우정그득담은 것들이었다.






 누구에게나 사랑이 한 번은 아니듯, 이 친구에게도 그러했는데 한 5년간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됐다. 여자친구의 아버지 반대가 심해서. 대부분 어른들이 "평범한 회사원"을 만나라고 하는데, 그 평범함이 어디 쉽나.


 주위를 둘러보면 평범한 회사원은 의외로 별로 없다. 사업을 하거나 장사를 하거나 평범하다고 하는 회사의 목록엔 소기업은 불포함일텐데, 작은 회사 아니면 가족 회사를 다니거나 종교계에 몸담고 있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범한 사람"을 그렇게 찾는다. 별로 없어서 더 찾나.


 특별한 자식 특별하게 키웠을텐데 결국 평범한 사람과 평범하게 살길 바라는 것을 보면, 평범함과 특별함 사이에 차이가 사실은 없는건가, 알고보면 동의어인가 싶다.



10층에서 뱅쇼를 준다기에 먹어봤는데 너무 달아서.. 귀가 간지러울 정도!


 여자친구도 마흔이 가까워오니 마음이 다급해진 여자친구의 아버지가

 "니 맘대로 하고 살아!"

라고 하셨단다.


 그 길로 여자친구는 스드메를 계약하고 평소 눈여겨봤던 예식장을 예약하고 신혼여행지와 숙소도 이미 예약을 끝냈고 반지도 다 봐놨으니 친구에게

 "오빠가 가서 결제만 해."

 라고 했단다.

추진력 갑.

멋졌다.


 결제를 그 친구에게 맡겼다고 해서 경제적으로 의지하는 것이 전혀 아니다. 내 친구는 동네교회 목사로 재직중이라 돈이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고, 오히려 여자친구가 몇 억 단위를 모아놔서 완전 장가를 가는 입장. 내 친구의 자금사정으로 할 수 있는 최대치가 '반지값결제'였다고 한다.

 복덩이를 만났구나.


 "야, 너는 뇌가 없다고 생각해. 그냥 하라는대로 다 해. 결혼식까지 남자의 의견은 없어야 하는거야."

  내가 말했다.



 지난 시간 동안의 마음고생에 대한 보답인가. 결혼을 오랫동안 기다려왔으니 이렇게 추진력있게 쭉쭉 진행하고 싶었을 것이다.


 -집은 작게라도 사서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아.

 -6월이면 상황이 나아질지도 모르니 신행은 외국으로 가도록 해봐. 결혼하면 멀리 나가기 쉽지 않.. 거의 불가능이야.

 -결혼식 끝나면 호텔로 가야지 무슨 신혼집이냐, 집은 노동의 공간이다, 내가 호텔은 해줄게!!

 -딩크 추천

등의 말을 장황하게 했지만 씨알도 안먹혔고요.



엄마친구삼촌의 결혼을 위해 열심히 기도했던 저의 딸입니다. 오동통~ 이 아이가 10살이 되는 해에 저 등짝삼촌이 결혼한답니다^^


 나도 남편의 당시 상황에 맞추어 많은 것들을 하향평준화했었는데, 사랑의 힘이 위대했다. 정말 그러했다. 인생에 단 한 번도 오지 않을 수도 있는 신비한 시간의 선물이니 사랑으로 모든 것을 이기는, 그 찰나처럼 지나가는 꿈 같은 일을 너도 한 번 겪어보거라.  


 사랑의 정수는 정말 순수한 것인가. '어려서, 뭘 몰라서, 사랑에 빠져서..' 했던 순수한 행동들을 불혹의 미혼인 내 친구도 '어려서' 정도 빼고는 순수하디 순수하게 하고 있으니. 사랑의 힘은 30대를 지나 40대에도 순수하고 아름답구나. 그런 것이구나. 내가 재혼을 해도 이런 감성일 수 있을까. 허허.


 결혼소식보다 부고소식이 훨씬 많았던 한 해였다. 우울까진 아니지만 좀 침체되고 막막한 감정이 나를 두르고 있었는데 오랫동안 기다린 친구의 결혼소식에 나도 괜히 신나고 옷 좀 살까 싶고(왜?), 예식장 근처 인스타스러운 카페를 벌써부터 검색중이고(왜 땜에?). 브랜드 그릇 세일하면 카톡보낼까 싶고(대체 왜?)ㅋㅋ


 간만에 밝은 소식 고맙다.

 잘 살든 힘들게 살든 아무튼 살아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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