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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호정 Dec 09. 2021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겠지

그렇겠지

사십 줄 넘어가면서 시대도 이래 되어버려서

나 역시 첨단으로 가는 기계시스템이 낯설다.


아날로그부터 디지털로 가는 단계를 고스란히 보고 겪는 세대이기에 뭘 배워서 안다기 보다는 그냥 직관적으로 익힐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각종 인터넷활용, 한글, ppt, 엑셀(은 배워야는게 많았지만) 등등.. 엄마아빠가 회사나 교회일로 파일을 다루는 일에 쩔쩔매는게 이해가 되지 않을 만큼.


나도 귀찮고(한두번이어야지)

"그냥 아무거나 눌러봐~ 누르다보면 엄마가 원하는 기능이 나와~"

했는데 막 덮어쓰고 삭제하고 못 찾을 곳에 저장하고 난리.


힘겹게 컴퓨터를 정복(?)해가나 했더니 나에게도 낯선 스마트폰의 시대가 오고야 말았고 이제 어플아니면 큐알코드

"그 식당 전화 안받던데?"

"응 어플로 주문해야지"

"어플이 모야?"

를 지나 이젠 키오스크의 시대


근데 이런 날이 오고 만거야


https://youtu.be/1BzqctRGgaU



업로드한지 좀 된 영상인데 나는 이제 봤다.

사실 우리 부모님은 이런데서 드실 일이 자주 있진 않지만 읍내 오가다가 간단히 떼우고 싶을 때는 '버거나 하나 사갈까' 싶으실텐데.


들어가서 뭘 사실 수 있으려나.





MZ세대의 끝을 잡고 있는 나도 낯설만큼

버거왕이나 맥대널 가면 기계가 늘어서있다. 기계앞에 사람들이 주욱 줄서있고.


쿠폰이 있어서 간 경우가 있었는데 쿠폰은 기계에서 어떻게 적용해야는지 몰라 키오스크에서 하다가 점원에게 쿠폰 어케사용하냐고 물어보면서 그냥 점원에게 계산하려고 했더니 설명만 듣고는 다시 기계앞에 줄서야했다.

나도 몰라요 몰라.


근데 우리 엄마, 보통의 할머니할아버지라면.





보통 가자고 하는 사람도 나,

돈 내야 하는 사람도 나,

엄마가 카드를 줘도 내가 주문하고 계산을 해야 하니까 그냥

"내가 할께"

해왔는데 이제 슬슬 엄마가 하실 수 있게 해야겠다





방황하는 눈빛, 너무 실감나.






글씨가 안보이고

사진이 있지만 그 역시 작고

흔히 먹는 음식이 아니니 낯설고

감자튀김이라고 알고 있지만 기계에는 후렌치후라이로 되어있었나보다. 그래서 찾기 어려웠다는 말도 나온다.


37살부터 노안과 흰머리 직격탄을 맞은

나 역시도 이게 남 일이 아니다.

안보여요




포장을 위해 또 도전하시기로 하는 장면에서 감동을 받았다. 어르신이 이런데 가려면 식사시간은 피해서 가야겠고, 본인 뒤로 사람들 줄서면 얼마나 긴장이 될까 싶고(나도 그런데) 점차 이런 곳들이 많아지는 것 역시 무서운 일이다.





 얼마전에 지역화폐 충전하면 할인도 되고 행사도 있어 아빠 폰에 지역화폐어플을 깔아드렸다. 엄마랑 곱창을 드시러 갔다는데 혹시 몰라 가기전에 전화로 지역상품권결제 되냐고 묻고 확인받고 가셨단다.


다 드시고 지역화폐로 결제하겠다 했더니 직원이 여기 가맹점 아니라며 현금이나 카드로 하라고 했단다.


내(아빠)가 몇시쯤에 전화해서 분명 된다고 했는데 뭔소리냐니까 누가 전화받았냐고 묻더란다. 누가받은지 내가 어케 아냐며 실갱이가 오가던 중 아빠 폰 통화목록에 그 식당 번호가 있었다. 그걸 보여주니 그제야 구석에서 큐알코드를 보여주며 결제하라 했다고.




모르면 몰라서 무시당하고

알면 모를 줄 알고 무시당하고

어려운 월을 견뎌냈더니

서러운 세월이 다가왔다.



약자에게 유용한 것은 모두에게도 그렇다.

신호등에 남은 시간을 알려주는 표시나 횡단보도 끝 경사로 등. 우리 실생활에선 당장 떠오르는 게 그것 뿐이라 안타깝지만.


시대흐름이 기계화라면 어쩔 수 없지만

그림이나 글씨는 키워줄 수 있지 않나.

모두가 다 편할 수 있지 않겠나.


늙어가는 부모님과

결국 늙어갈 내 미래에 대한 답 없는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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