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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 28. 2023
세부한달살기 ㅣ 겨울방학이 벌써 마감이라고요?
이제 여름방학 끝났는데요
친한 친구들 3명이 계모임을 하고 있다. 큰 비전을 갖고 시작한 건 아니었지만 가랑비에 옷 젖듯이 티끌을 모았더니 조금 큰 티끌이 되어
2019년에 말레이시아 조호바루+싱가포르로 6박8일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다.
그 추억은 나에게도 아이들에게도 특별하게 각인되어 우리는 곗돈을 조금 더 올려서 다시 붓기 시작했다.
2020년 초에 코시국이 되어 거의 2년을 붓기만 할 뿐 계획도 세울 수 없는 시간들을 계속 보냈고, 올해 들어 하늘길도 슬슬 열리기 시작하니 코에는 콧바람이 들고 엉덩이는 들썩들썩하여 애초에는 제주도 한달살기만 해도 감지덕지라고 생각했던 우리는, 겨울이니 이왕이면 따뜻한 나라로 가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2019년에 5,6,7세였던 아이들은 이제 8,9,10세가 되어 어엿한 초등학생이 되었고, 내년이면 슬슬 고학년에 진입하는 나이라서 놀고 쉬는 것도 좋지만 영어도 좀 배울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었다.
"한달살기"라고 하니 막연하게 막 발리에 가서 우리는 요가하고 아이들은 #영어학원 보내면 좋겠다 했다가
그렇다면 푸켓은 어떨까 했는데 비행기삯도 만만치 않은데다가 우리가 엄마3+어린이4이다보니 다같이 들어갈 수 있는 리조트나 에어비앤비를 찾으니 감당이 안되었다.
이럴거면 태양의 나라 바르셀로나가 어때? 했는데..
비행기값이 동남아랑 별 차이가 안나..
그렇다면 바르셀로나인가??
이미 문명국에 살고 있는 이 아이들을 데리고 굳이 유럽까지 갈 필요가 있나. 제일 문제는 돈이었지만 사실 문화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결핍이 덜한 아이들을 벌써 풍요로운 곳에 데려다놓을 필요가 있나 싶은 마음도 들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가성비'를 생각해봤더니 '필리핀?'이라는 생각이 스쳤고, #필리핀 하면 생각나는 곳이 수도인 마닐라가 아니라 #세부였다. 그래서 #세부키즈, #세부어학원, #세부키즈클럽 등을 검색했다.
사실 해외를 검색하면서도 긴가민가했다. 하늘길이 열렸다지만 신혼여행이나 유학생 외에 여행을 위해 나가고 있는 사람이 있나 싶었고, 리조트나 #어학원 들이 재오픈을 했을까 싶어서.
발리부터 주욱 검색을 해보면 사실 최근 후기라고 해봐야 2019년이 대부분이었고, 2022년에 작성된 후기를 보면 하늘길이 열리기를 기대한다며 3-4년전의 여행을 리뷰하는 글들이 많아서 느긋하게 생각하면서
"추석 지나면 제대로 검색해보자" 했다.
그러다가 무삼히 휴대폰을 보다가 눈에 띄는 어학원이 있어 연락을 해서 1월에 3주 등록이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현재 거의 마감이고,12월~2월은 성수기라 4주단위 등록만 가능하다"
는 답이 왔다. 헐.
알아본 3군데 학원이 대부분 같은 답이었다.
이제 #여름방학 끝나가는데 벌써 #겨울방학 코스가 마감임박이라고? 급한 마음에 친구들에게 빨리 소식을 알리고 등록하자고 했다. 어차피 3주 넘게 아이들을 끼고 있긴 힘든 일이니.
학원을 등록하고 학원내부의 숙소는 이미 마감이라 근처에 #세부에어비앤비 숙소를 예약해버렸다. 한 이삼 일 안에 벌어진 일이다. 등록을 하고 예약을 했다는 건 돈을 보냈단 얘기다.
우리는 겨울에, 추운 겨울에 따뜻한 나라 따뜻한 필리핀에 갈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필리핀에 있는 어학원에 보낼 것이다.
등원길에 달팽기발견,그만구경하고 학원가!와, 허세가 차오른다.
세부 #한달살기 를 가는 엄마라니.
필리핀에 어학원보내는 엄마라니.
좁고 깊게 모아둔 비상금이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숙소는 곗돈으로, 학원비는 각자부담하기로 했다.
가을이 올까말까 하던 여름에 우리는 겨울여행계획을 마무리했다.
이제 시간이 우리를 겨울로 데려다주면 된다.
물론 그 전에
1.아이들 학교에 체험학습신청서를 내야 하고
2. 학원 선생님들께 한 달간 빠질 것을 말씀드려야 하고
3. 남편에게도 생각보다 여행이 길어질 것과
4. 부모님께도 두분의 손주들이 필리핀에 가서 어학원을 다닐 거라고 말씀드리는 일들을 해야한다.
그리고 또
5. 장티푸스예방주사도 맞기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