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호정 Feb 04. 2023

세부한달살기 ㅣ 부자의 품격, 집주인에게 배운 애티튜드

부자가 되고 싶은 만큼 마인드도-

우리는 3가족 7명의 대인원이었고 따로 묵을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에어비앤비 를 통해 다같이 들어갈 수 있는 집을 구했다.


단지안에 있는 타운하우스라서 앞뒤로 출입을 지켜주는 가드가 있었고 집 한 채를 우리가 다 사용하는 거라 아이들이 뛰건 큰 소리를 내건 아파트에 사는 것 처럼 예민하지 않아도 되어 정말 좋았다.


다행히도 관리해주시는 분들은 바로 앞집에 살고 있어서 도움이 필요할 때 바로 가서 요청할 수 있었고, 저녁 늦은 시간이라면 에어비앤비의 메세지창을 통해 메세지를 보내면 거의 카톡급으로 답을 주거나 바로 달려와 문제를 해결해주었다.




3일에 한 번 수건을 교체해주며 불편한 것이나 필요한 것이 있냐고 늘 물었고 우리는 휴지쓸 일이 많아 화장실휴지를 늘 요구했었는데 그럴 때마다 갖다주었다. 후에 알고보니 장기투숙의 경우 투숙객이 소모품을 조달하는 것이었는데 우리에겐 그냥 주었다.


주1회 베딩교체를 해주었는데, 그때 왔던 관리인이(아무래도 관리인 중 짱이었던 것 같다) 집을 둘러보더니

"짐들이 좀 스프레드되어있긴 하지만, 너네 정말 집 깨끗하게 쓴다. 고마워."

라고 말했다. 그.... 그런가....?

"좋은 집을 빌려줘서 나도 고마워"

하며 훈훈하게 미소를 주고 받았다.


우리의 깔끔함(?)이 능력을 발휘했나. 그 후로는 좀 빠듯하게 왔던 화장실휴지가 더 넉넉하게 오고

수건도 넉넉하게 갖다주었다^^






호텔이 아니었기 때문에 삼시서너끼를 해야하는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아이들은 분명 학원에서 점심을 먹고 오는데 하원하면 바로 배가 고프다고 해서 5시쯤 저녁을 먹이고 8시에 헤비한 간식을 먹이거나 5시에 헤비한 간식을 먹이고 7시쯤 저녁을 먹는 식으로 저녁시간을 보내다보니 정말 설거지옥이었다.




싱크대앞에 세워진 선반이 약간 불안정하다고 느껴져서 무거운 그릇들은 싱크대 옆 빈공간에 엎어놓고 선반위엔 상대적으로 가벼운 컵 몇개와 밥공기정도만 올려놓았는데 설거지를 마친 직후 내가 싱크대옆으로 한발짝 움직이는 순간 선반이 쏟아져내리면서 그릇들이 와장창 다 깨져버렸다.


내가 괜찮건 말건 이 사태를 어떻게 주인에게 말해야할 것인가가 너무 막막했다. 다행히 주인집 문이 열려있어 집에 썸씽프라블럼이 일어났다고 하니 바로 동행해주었고, 그릇조각들이 튀고 박살난 모습을 보고 제일 처음 한 말은

"너는 괜찮니? 아이들은?"

이었다.


"걱정마. 잇츠 언 어씨던트"  

라며 관리인과 주인의 남편까지 함께 청소도구들을 들고 와서 세심하게 쓸어담았다. 이곳은 유무선청소기를 쓰지 않는지 쓰레받이와 빗자루만으로 유리파편을 쓸어담는게 솔직히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오랜시간을 꼼꼼하게 쓸어담았다.


선반이 좀 불안정한 것을 확인하고는 제대로 벽에 박아두도록 관리인에게 지시하기도 했다.


그리고 1시간여 후에 새 그릇과 컵들을 사왔고

선반대신 담아둘 수 있는 받침대도 사왔다.

아무래도 그릇이나 유리컵이 깨지면 파편이 멀리 튀니까 아이들의 안전을 재차 물었고 아이들은 괜찮다, 너무 고맙다고 했더니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인사하고 갔다.


손님의 부주의로 인한 물품의손상은.....

손님이 배상하셔야합니다...


이런 주의문구를 수도없이 봐왔고

우리가 들어온 이 에어비앤비 어디에도 그런 문구가 적혀 있었는지도 모른다.


모든 친절을 베푼 후 그릇값은 내고 가라고 해도 나는 섭섭한 마음 없이 지불했을 것이다. 그 어시던트를 확인하고 내게 보낸 주인의 표정은

'어쩌다가...' 가 아니라 '너 괜찮니?' 였기 때문에.



 

순간순간 보였던 주인의 여유있는 표정과 미소는

좀 멋진데? 하는 느낌을 갖게 했고 이 느낌은 친구들도 동일하게 느꼈다.

 


그 어씨던트가 있고 다다음 날이 우리의 퇴실이었다. 아이들은 학원에 갔고 우리는 남아 낑낑 짐을 쌌는데 음식짐이 태반이었던 터라 이미 다 먹어치웠기 때문에 짐이 줄어들 줄 알았는데 왜때문인지 짐은 더 많아진 느낌이었다.





퇴실 전 확인하러 온 주인도 또 놀랄정도ㅋㅋ


우리처럼 집을 깨끗이 쓴 사람은 없었다며 엄지손가락을 추켜주었고, 바로 한국으로 가냐길래 우리는 근처 #탐불리리조트 로 간다고 말했다.


그랩으로 택시를 잡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던 터라 그의 말에 바로바로 대답할 수 없었음에도 불구 그는 여유있게 알아들을 수 있는 쉬운 영어로 천천히 말해주고 3월이 되면 옆에 3층집도 오픈할거니까 또 놀러오라는 말도 해주었다.


"택시 잡았어?"

"아니, 기사가 캔슬했어."

"그럼 내가 데려다줄게."


읭???

"우리 짐 겁나 많아."

"우리 차 짱커"

와우ㅋㅋㅋㅋㅋㅋㅋㅋ


주인이 눈짓을 하자 남자분이 나와 우리 짐을 다 차에 싣고 리조트로 가주었다.

"너희 주인은 정말 따뜻한 마음을 가졌구나"

"응, She is very nice, nice boss."


진짜 나이스, 나이스애티튜드.


여기에 쓴 몇 가지 에피소드로

내가 그에게 받은 은혜(?)를 다 표현하지 못하겠게 너무 안타깝다. 주인뿐 아니라 관리인들도 한결같았고 그들은 우리에게나 아이들에게나 그야말로 나이스했다.





얼마 전 남편은

"한 2년쯤 후엔 다같이 유럽에 한 번 가고싶어."

라고 했더니 아이들이

"유럽을 왜 가! 필리핀에 가야지!"

"필리핀에 왜 가?"

"거기 우리집이 있는데 되게 크고 강아지도 귀엽고 수영장도 있어, 거기서 수영해야돼. 경비실에 귀 하나있는 고양이도 있는데 걔도 잘 지내는지 보러가야되고 사장님이 영어공부 열심히 해서 또 오라고 했어. 아빠도 가고싶다고 말하면 아마 받아줄거야."


https://youtu.be/tZjM4vao_UY




한달간 머문 세부의 추억은 정말정말 많지만

그 중 탑은 주인에게서 느낀 따뜻하고 멋진 기운이었다.


이 기운이 나에게 행운이 되어 빠른 시일내에 또 세부로, 세부가 아니라도 다른 도전과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장소로 나를 데려다주면 좋겠고.



떠나서도 고마운 사람


늘 부자가 되기를 꿈꾸는 나에게

애티튜드란 이런 것임을 잊지말고

삐지고 싶을 때 한 번 참고

잘난 척 하고 싶을 때 한 번 참고

한마디 더 붙이고 싶을 때 한 번 참고

그러면서 부드럽고 넓은 내면을 가진 나로

다시 태어나긴 싫고, 그런 사람으로 좀 다듬어지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세부한달살기 ㅣ 겨울방학이 벌써 마감이라고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