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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호정 Apr 23. 2021

우울의 끝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이렇게 길고도 고되게

                                                                                                                                                                        

 아는 선교사님이 ㅋㄹㄴ에 확진되신 후 돌아가셨다(해외에서). 아내분도 확진판정 받으시고 호흡이 어려워 중환자실에서 치료받고 계시는 중이라 남편의 부고소식을 모르시는 상황이라고 한다. 자녀는 셋인데 첫째는 기숙사 학교에 있고 둘째가 확진, 셋째는 음성이라고 했다. 둘째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어 셋째와 집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첫째는 아버지의 부고소식을 듣고 달려와서 아버지의 화장 등의 사후 일들을 했단다. ㅋㄹㄴ로 인해 사망 후 24시간 안에 화장을 해야 한다고 한다.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중환자실에서 깨어났는데 듣게 될 소식이 남편의 부고소식이라면...

격리생활을 끝내고 듣게 될 소식이 아빠의 부고소식이라면...


삶과 죽음의 경계에 ㅋㄹㄴ가 있다. 너무 무섭고 어두운 채로.


우리의 일상과 관계를 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망가뜨려놓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웬만큼의 망가짐은 견디며 살아왔고, 그 망가짐은 이미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아니었다. 죽음으로 마무리되는 관계를 견디는 것은 힘들다. 말도 안되고. 괴롭다. 우울하다.


선교지에서 사역하다가 안식년에 들어오셨던 선교사님은 갑상선암에 걸리셔서 안식년을 고스란히 치료와 재활에 쓰셨고, 이혼으로 선교사역을 마무리 하기도 했으며, 죽음으로 마무리되기도 했다.


이러려고 청춘을..


이것이 사랑이고 이것이 공평이겠지?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는 관계가 인간과 신 사이에서는 가능하다.



   

 며칠 전, 아침에 등교하던 아이가 다시 돌아왔다. 학교 행정실직원 중 한분이 확진이란다. 다행히 주말이 끼어 있었고 월요일은 출근을 안 하셔서 접촉자나 동선이 없었다. 그래도 역학결과가 나오기까지 긴장상태였고, 등원하던 둘째는 혹시나 싶어 다시 데리고 왔다.


지겹다, 사는게. 살아 있는게.


우울하고 짜증난다.


나는 비관론자가 아니다.


부동산이나 주식부자가 되려면 긍정적인 사람이어야 한(댔)다. 백 번의 비판보다는 한 번의 지혜로운 대응이 날 돈의 세계로 인도한(다고 했)다. 규제가 모두에게 공평하게 퍽퍽하다면 규제를 이기는 투자를 하면 된다(고 한다).


(굳이 이런 상황에 돈 얘기를 한다)


무진장 세상을 아름답게 보려고 노력했다. 지나갈거야, 괜찮을거야, 위드ㅋㄹㄴ여도 괜찮아, 이제 어느 정도 적응했으니까, 조심조심 잘해보자 싶었다.


지나가지 않았고 결국 괜찮지도 않다.


나는 우울하고 괴롭다.


당신을 믿는 신자들에게 하나님은 늘


공평하게 무심하고 공평하게 가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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