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누구의 방주인가.
누구를 위한 건지는 알고 있다.
제사가 끝나니 하늘에 매우 선명한 무지개가 떴다. 조카들은 하늘에 뜬 무지개를 보고 좋다며 뛰어놀았고, 아버님과 가족들은 하나님이 다시는 물로 심판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을 받았다며 기뻐했다. 몇 개월 동안 말도 안 나오는 개고생을 했는데 또 이런 일을 만드시면 그게 하나님이겠나. 나만 이렇게 막막한가. 가족들은 다 신나보였다.
아버님은 별안간 포도농사를 해야겠다고 하시며 포도씨를 구하러 가시겠단다. 아버님은 이벤트왕이신가. 이 상황에 포도농사라니. 이게 말이 되는 일인가 싶다. 풍경은 그림으로 그린 듯 선명하고 아름답지만 사실상 홍수가 다 쓸어 가버린 광야나 다름없는 이 곳에서 포도씨를 어떻게 구하신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
아버님은 이해가 되냐 안되냐로 살아온 분이 아니다. 순종과 불순종만이 아버님의 삶의 유일한 이슈였다. 아버님은 그 순종의 힘으로 어디에서든 포도씨를 구해오실 것이다. 만들어서라도 가져오실 것이다.
아버님은 포도씨만 뿌려놓으면 포도가 알아서 자란다고 생각하시겠지. 이제 포도농사를 위한 잡일은 다 우리 며느리들의 몫이겠지. 내 인생의 작은 쉼표는 육 십년 간의 산 오르내리기였나. 구원은 받아서 뭐하나. 하나님이란 분은 내 이름이나 아시려나. 그냥 나는 노아의 며느리다. 노아의 셋째 며느리. 방주에 못 한번 박아보지도 못한, 직업도 없는 그냥 이 집 며느리다.
그래도 구원받아 살았으니 살아야겠지. 살아있으니 이 길었던 곡절 끝에 환희도 느껴 보는거니까.
살아야지.
사는 동안 분명히 기억하며 살아야지. 그간의 수고들과 이 찰나의 환희를.
백년 가까운 시간동안 방주가 있던 산꼭대기를 오르내리며 식사를 나르고, 천국행 급행열차인줄 알았는데 실은 냄새와 습기의 방주에서 지낸 몇 개월, 그리고 환희와 감사로 제사까지 드렸지만 결국 맨 땅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환희 이후의 삶에 대해서도. 다 기억하며 살아야지.
끝까지 살아서 이 모든 일을 우리 아이들에게 전할 것이다. 너희 할아버지 혼자서 하신 일이 아니라고. 할머니랑 큰 엄마들도 나도 고생무지하게 했다고. 무지개가 뜨던 날 할아버지 혼자 계셨던 것이 아니라고. 할머니랑 큰 엄마들도 다 거기 있었다고. 너희도 함께 있었다고.
꼭 말해줘야지. 매일 말해야지. 오늘부터 말해야지. 똑똑히 머리와 마음에 기억하여 전할 것이다. 방주를 만든 일부터 홍수가 끝나기까지 모든 일에 어머님과 형님들과 내가 있었다고 말이다.
노아만의 방주가 아니었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