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 더 밥 8회
TV를 그다지 즐겨보지 않는 편이지만 주말이면 두 개의 방송 프로그램은 꼭 챙겨본다. 토요일에는 '불후의 명곡'을, 일요일에는 '복면가왕'을 매주 빼놓지 않고 즐겨보곤 한다. 이 외에도 다른 음악 예능 프로그램들도 종종 보는데, 아무래도 힘든 하루 일과를 마치고 나면 음악이 주는 편안함을 느끼며 휴식을 취하고 싶어서인 것 같다. 특히 음악은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어주는 특별한 힘이 있다.
오늘도 저녁을 거른 채 복면가왕을 열심히 보며 누가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지 긴장하며 지켜보고 있었다. 오늘은 잔소리를 하는 아내도, 나를 샌드백처럼 다루는 딸 라희도 부산으로 여행을 가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고, 첫째 아들 건희는 피곤했는지 이미 자신의 방에서 잠들어 있었으며, 둘째 재희는 역시나 집순이라 자신의 방에서 인터넷 세상에서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아내의 잔소리를 들어가며 TV를 봐야 했겠지만, 오늘만큼은 더욱 자유롭게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프로그램이 중반을 넘어갈 때쯤, SNS로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청년목장 목자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오늘 목장 모임에서 한 청년이 진로 문제로 고민하고 있었는데 내 생각이 나서 상담을 해줄 수 있을지 물어보려고 연락했다는 것이다. 늦은 시간에 연락해서 미안하다며 말했지만, 나는 그 순간 배고픔조차 잊을 만큼 기쁘고 행복했다. 이번 주는 청년부 겨울 수련회가 있었지만 신청하려는 청년이 없어 별다른 만남을 갖지 못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청년 목사를 통해 소중한 인연을 이어갈 수 있게 인도해주신 것에 감사드린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귀한 만남이 찾아오는 것 같다.
브라더 밥과의 귀한 만남의 인연은 새내기 티를 갓 벗어던지고 본인의 진로와 인생에 대해 나름 진지하게 고민하는 청년이었다. 오늘은 밥 대신 커피와 티라미수를 먹고 싶었으나, 내 앞에서 티라미수가 품절되어 결국 다른 케이크로 허기를 달랬다. 청년은 앞으로의 만남을 기대하며 달달한 차를 주문했고, 우리는 카페의 조용한 구석자리에 앉았다. 창가로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 아래서 우리의 대화는 시작되었다. 또 한 가지 감사할 일은, 우리가 주문한 음료와 케이크는 이전에 만난 브라더 밥 4회 청년이 준 쿠폰으로 결제했다는 것이다. 자신이 받은 작은 감동을 전하고자 커피 쿠폰을 선물했던 청년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의 세심한 배려 덕분에 이번 만남도 더욱 소중해졌다.
오늘 주인공인 청년은 고등학교 때에는 입시라는 목표를 가지고 정말 열심히 공부해서 대한민국에서 알아주는 학교에 당당하게 합격하여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나 역시 청년을 모르지만, 다른 지인을 통해 그가 좋은 대학에 입학했다는 소식을 듣고 알게 되었다. 그런 청년과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생기니 조금은 설레기도 하였다. 그의 눈빛에서는 여전히 뜨거운 열정이 느껴졌지만, 동시에 깊은 고민의 그림자도 엿보였다.
그런데 청년에게는 새로운 고민이 있었다. 고등학교 때에는 입시라는 명확한 목표가 있었기에 그것만 바라보며 공부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 목표가 사라져버린 것이었다. 대학교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분야를 공부하고 싶어 전공도 선택하였지만, 학업을 이어갈수록 현실과 이상의 차이를 크게 느끼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공부한 것과 실제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이 많이 다르다는 사실에 당황하였다. 게다가 졸업 후에는 자신이 선택한 분야로 취업할 수 있을지도 확신하지 못하였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많은 청년들이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사 졸업만으로는 취업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깨닫고, 석사 준비를 시작하게 되었다. 석사 준비에 앞서 복수전공이나 전과 등도 고려해봤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아 결국 포기하였다. 그러면서 점차 학교 수업보다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 과외 활동 등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게 되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자신의 미래에 대한 고민은 더욱 깊어만 갔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 역시 대학 시절 비슷한 고민들로 밤을 지새웠던 기억이 떠올랐다.
몇 년 전에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 선발 과정에서 면접관으로 참여한 적이 있다. 그때 면접을 진행하면서 느꼈던 점은, 청년들의 목소리와 태도 속에서 자신감이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었다. 면접을 준비하는 방식도 사람마다 다양했다. 어떤 청년들은 단순히 면접 시간을 채우기 위해 여러 가지를 억지로 끼워 넣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에 또 다른 청년들은 단 한 장의 자기소개서로 그들이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지, 그리고 그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이런 경험들을 통해 나는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진정성 있는 준비와 노력은 결코 숨길 수 없다는 것이다.
대학 시절을 단순히 스펙 쌓기와 취업 준비의 기간으로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히려 이 시간을 자신을 성장시키는 '투자'의 시간으로 바라보길 권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다양한 경험을 하며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로 삼는 것이다. 실패란 성공으로 가는 여정에서 꼭 필요한 경험이기에, 대학 시절만큼 실패에 관대한 환경도 없다.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젊음의 특권이 있지 않은가.
대학생활에서는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교류하면서 인간관계 능력을 키울 수 있다. 동아리 활동, 팀 프로젝트 등을 통해 협력하는 방법과 소통하는 방법 등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들을 미리 연습해볼 수 있다. 이러한 경험들은 단순한 스펙 이상의 가치를 지니며, 사회에 나가서도 큰 자산이 될 것이다. 또한 학문적 지식 외에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 여행, 독서, 문화 체험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견문을 넓히고 생각의 깊이를 더해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경험들이 모여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감사하게도 목사님께서 이번 주 칼럼에서 대학생들의 장학금 신청을 독려하셨다. 장학금을 신청하는 것은 결코 창피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꿈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많은 대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신청했으면 좋겠다. 장학금을 받아 인생의 즐길거리를 찾는 일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는 단순한 금전적 지원을 넘어서, 청년들의 꿈을 응원하는 의미 있는 제도이다.
마지막으로, 나는 모든 청년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당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보세요. 그리고 일단 시작해 보세요. 지금 당신이 겪는 고민과 불안은 성장통일 뿐입니다. 그 과정에서 느끼는 두려움과 불확실성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오히려 그것을 통해 더 단단해질 수 있습니다." 지금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청년들이 더욱 많아지길 소망하고 기도한다. 여러분의 꿈과 열정이 결실을 맺는 그날까지, 이 시대를 함께 걸어가는 선배로서 항상 응원하겠다.
@jacob_cami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