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숨, 긴 호흡

by J 스토브리그

새벽의 창밖에는 조용히 내리는 비가 풍경을 적시고 있었다. 물기 머금은 나뭇잎과 도로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이 잔잔한 리듬을 만들어냈다. 지난주는 하루를 제외하곤 모닝 런과 정기 런을 모두 소화했지만, 이번 주는 출장과 여러 사정으로 인해 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무거운 눈꺼풀을 겨우 들어 올려 밖으로 나서니, 찬기 섞인 공기 속에 알싸한 상쾌함이 스며들었다.

가볍게 몸을 풀고 나자, 어지럽게 얽혔던 생각들이 조금씩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숨을 가다듬고 나만의 리듬으로 조심스레 달리기 시작했지만, 금세 거친 숨이 터져 나왔다. 가슴이 답답하고 호흡이 흐트러지며 발걸음도 무거워졌다. 며칠 쉰 사이에 이렇게 달라질 수 있나 싶었고, 잠시 멈춰서 걸을까 하는 갈등이 스쳤다.


얼굴에 닿는 빗방울은 차갑게 스며들었고, 그 감촉은 되레 정신을 맑게 만들었다. 달리기를 하고 있다는 감각보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일에 온 몸이 집중되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호흡이 부드러워졌다. 짧던 숨이 점점 길어지고, 몸이 달리는 리듬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어깨는 가벼워졌고, 팔의 움직임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나도 모르게 흐름에 스며든 채, 운동장 트랙 위를 여유 있게 달리고 있었다.


조금 앞선 선두 그룹이 내 옆을 스쳐 지나갔다. 그들의 움직임은 안정적이었고, 빗속을 가르는 발소리와 숨소리가 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하나의 음악처럼 들려왔다. 잠시 고민했지만, 나도 그 흐름에 몸을 실어보기로 했다. 무작정 따라간다기보다는, 같은 리듬을 타보자는 마음으로.


놀랍게도 괜찮았다. 숨은 급하지 않았고, 오히려 일정하고 깊은 호흡이 나도 모르게 자연스레 이어졌다. 예전의 나였다면 상상하지 못했을 장면이다. 이젠 안다. 짧은 숨이 길어지고, 리듬이 만들어지는 데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조급해질 때도 있지만, 그럴수록 내 페이스에 귀 기울이려 한다.


비 내리는 새벽의 공기는 묘하게 차갑고도 따뜻했다. 빗소리와 함께 울리는 심장의 박동이 나를 깨우고,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 느리고 서툴지라도 매일같이 조금씩 나아지는 내 모습을 마주하며, 나는 오늘도 나만의 속도로, 흔들리며 또 단단해진다.


@jacob_cam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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