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선을 바꿔가며 달리는 삶

by J 스토브리그

새벽 러닝의 시작은 운동장 트랙의 9개 흰색 선과 함께였다. 초보 러너인 나는 가장 안쪽 선을 따라 뛰기 시작했고, 조금씩 몸에 탄력이 붙자 바깥쪽 선으로 이동하며 러닝을 이어갔다. 오늘은 크루에서 특별한 운동 프로그램이 진행되었고, 자연스럽게 내가 달리던 트랙을 프로그램 참가자들에게 내어주게 되었다. 바깥쪽 선을 따라 달리다 보면 프로그램 참가자들과 조깅팀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돌아, 마주치며 스쳐 지나가곤 했다. 어떤 그룹은 운동장 중앙에서, 또 어떤 그룹은 모서리에서, 앞서거나 뒤따르며 서로의 뒷모습을 발견하는 식으로 달리기가 이어졌다.

바깥 선을 따라 달리다 보니 프로그램에 참가한 각 그룹의 크루원들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왔다. 그들의 노력 끝에 다져진 근육들이 인상적이었고, 운동량에 따라 달라 보이는 다리 근육도 눈에 띄었다. 아직 탄탄한 근육을 만들지 못한 초보 러너인 나는 그저 부러운 마음이 앞섰다. 열심히 노력해 만들어야지 하는 마음은 있지만, 오늘따라 몸이 유난히 힘들었다. 근육이 단단해지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는 걸 알면서도, 그들의 모습을 보자 조급함이 앞서기도 했다.


끝까지 뛰고 싶었지만, 오늘은 내 의지와는 달리 머릿속에서 "멈춰라, 멈춰라"는 외침이 울리는 듯했다. 결국 나는 멈춰 섰고, 트랙의 흰 선보다 더 안쪽에 있는 축구장 경계선 흰 선을 따라 걷기를 반복하며 운동을 이어갔다. 내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는지, 지나가던 크루원들이 "파이팅!"을 외쳐주었고, "싱글렛 커플"이라며 유쾌하게 응원해준 이들도 있었다. 그들의 목소리는 지친 나에게 작은 위안이 되었고, 다시 뛸 수 있는 힘이 되었다.


가장 안쪽 선보다도 더 안쪽을 달리던 초보 러너에게, 조용히 건네진 크루원들의 응원은 따뜻한 등불처럼 마음속에 스며들었다. 지친 숨결 틈 사이로 들려온 그들의 말 한마디, 손짓 하나가 오늘 나를 다시 한 발 내디딜 수 있게 해주었다. 그 응원은 다시 걷게 하고, 다시 뛰게 하고, 멈추고 싶던 마음을 조용히 안아주었다.


아직은 작고 느리지만, 나는 오늘도 한 뼘 성장하고 있었다. 그렇게 나의 러닝은 다시 숨을 고르고 이어졌고, 어느새 나는 내일을 꿈꾸고 있었다. 오늘은 가장 안쪽 선을 채우지 못한 채, 또 다른 흰 선 위를 조용히 걸었지만 언젠가 나는, 그렇게 선을 하나씩 건너며, 가장 바깥쪽 선에서 바람을 가르는 날을 마주하리라는 희망을 안고 상쾌한 새벽 러닝을 마무리했다.


@jacob_cam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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