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무늬 Aug 19. 2021

다섯시가 넘어간다

최근 동생의 충고가 고마웠다 그랬다 나는 어떠한 이유에서든 간에 나 스스로 고독한 시간을 가져야 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누구에겐가 감정적 의지를 했었던 것이 분명하다 분명 스스로 감정적 자립을 했던 영국의 삶은 나에게 무한한 고독감을 주는 동시에 해방감을 주었는데, 지금은 무언가 어중간한 고독감과 해방감이 내 주위를 맴돌고 있다 그러니깐 동생의 충고의 요지는 '무슨 관계든 감정적인 유대관계를 적당히 할 필요가 있다'라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내 동생과는 극히 정반대의 인간이라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좋은 점만 보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늘 피곤하지만 사람으로 행복을 얻는다 나는 인간은 결국 사랑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는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대상이 인간이 아닌 물건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대상이 인간이 될 경우에는 극히. 다분히. 결국은. 어떠한 형태로든 간에. 분명. 비극적인 것을 내포하고 있다. 그래도 곰곰이 생각해봐도 일생에서 가장 큰 행복을 주었던 순간은 역시 사람이었다 물론 헤어지는 것은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나는 항상 감정적 약자였다.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 나는 내 마음을 조금 더 준다 하지만 거의 모든 사람이 그런 마음을 알지 못하고 시간 속에서 사라져버린다 그리곤 그 시간 속에는 나의 감정들이 묻혀있다 솔직히 가끔은 어떤 사람이 혹은 모든 사람이 나를 싫어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다시 너로 돌아온다 나를 반겨주는 너는 나와 같다 그러니깐 그런 순간에는 너의 얼굴에 무한한 환희가 느껴진다 얼굴은 슬픔을 감출 수 있지만 애정은 감추지 못한다 그건 방금 흔든 콜라를 딸 때 나오는 거품 같다 그냥 넘쳐버리는 감정들이다. 나는 역시 부정적인 것보다 좋은 감정을 더더욱 감추지 못한다 나는 그러한 감정을 잘 잡아서 순간을 보관하고 싶다 너의 옆에서 존재만으로 너에게 심적 안정감을 주고 그저 담담한 사람이 되고 싶다 그건 역시 어떤 순간이고 그 순간은 확정적인 행복이다  동생은 스페인에 도착했다. 맛집 빨리 알려달라고 재촉해서 서둘러 맛집 리스트 보냈다 나이 먹으면 내가 알고 있는 맛집 리스트의 개수처럼 차곡차곡 인간관계도 잘 쌓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역시나 오산이다. 다섯시가 넘어간다 

작가의 이전글 우울과 구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