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도 안녕히 주무셨는가.
이 편지를 쓰고 있는 오늘은 2022년 7월. 나는 오늘 20년 후의 나에게 말을 건네는 중이고.
이 편지를 읽고 있는 자네는 2042년을 살고 있는 70의 노인이 되어 있겠군.
70년이라는 세월을 살아보니 어떤 것 같아?
인생이 허무하다는 생각이 드는지 아니면 힘들었지만 살만했다라는 생각이 드는지 아니면 후회가 많은지 여전히 현재에 만족하며 사는지 무척 궁금해.
나는 사십대 때 외로움을 많이 탔었지, 그때 그런 감정이 드는 덕분에 주위에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에게 늘 질문을 했었어. 외롭지 않냐고. 어떻게 외로움을 이겨내고 있느냐고 나이가 들면 고독을 어떻게 이겨내고 살지 미리준비를 하며 살아야겠다고 마음을 다잡곤 했었거든. 다들 그러더라. 사람은 누구나 외로운 거라고 그 외로움을 잘 달래며 사는 것이 결국 제일 큰 숙제로 남을 거라고 말해주더군.
노년의 외로움이야말로 선택한 것이 아닌 저절로 주어진 외로움이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평생의 삶의 질이 결정 될거라고 봐. 70대인 엄마와 시어머니를 봐도 그래. 물어도 보고 관찰도 해 보지만 외로움을 어떻게 달래며 다스리는지 잘 모르겠어. 그저 눈이 뜨이니 일어나고, 일어났으니 시간을 어영부영 보내는 것 같거든. 그분들의 노후의 삶들은 내 눈에는 그다지 의미 있는 시간들을 보내는 것 같지 않아 보여. 그들을 무시해서가 아니야. 자신보다는 자식과 가족을 위해 희생만 하며 살아온 한 평생에 길들여져 ‘살기좋은 세상’을 부르짖지만 정작 자신을 위해 한 푼도 쓰지 못하는 인생이 안타깝기만 해. 우리 세대는 그러지 않을 거라고 믿고 있지만 글쎄 겪어보지 않은 일에 장담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그저 궁금증으로 남을 뿐이야. 어떤 시대를 살았던 상관없이 비슷하게 늙어갈 거라는 생각에는 동의하고 싶지 않거든.
2042년 7월 한여름을 살고 있는 나는 어떤 모습일까 상상해 봤어.
그간 20년 세월동안 각국에서 탄소중립 실천노력으로 그 전과 큰 차이 없는 지구의 온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정말 다행이야. 아침 5시면 눈이 뜨여 일어나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마당 닭장의 닭들에게 모이를 주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곤 해, 그들은 내게 단백질 공급원으로 매일 몇 알의 달걀을 선사해 주는 대단한 임무를 수행중이야. 그리고 하루를 여는 모닝페이지로 간밤에 꾸었던 꿈 이야기나 오늘 기분이나 여타 생각나는 이야기들을 메모하지. 글을 쓰고 메모를 하는 일은 나의 오래된 습관이라 이 습관덕분에 사실 노후의 생활이 더 행복할 수 있는 비결이 된 것 같기도 해. 시골생활을 시작한지 10여년, 그동안 쓴 글과 소소한 이야기들을 영상으로 찍어 올리면서 많은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상부상조하는 삶이 무척이나 재미있고 뿌듯해.
손주들의 시골체험과 들판에서의 산교육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반향을 일으켜 귀촌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매우 반가운 소식과 이주여성들과의 활발한 활동 이야기들도 좋은 귀감이 되고 있어. 그들의 유입으로 시골에 아이들이 많아지고 인구가 늘어나고 있고 덤으로 그들의 안정된 생활과 삶의 질이 보장받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지.
어쩌면 평생을 살면서 어떻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인지 방황만 하던 내가 인생 70이라는 한참 꺾어진 고개를 지날 때쯤에야 그 결실들을 얻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알고 인생 또한 내가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면서 끝까지 살아봐야 알 수 있는 것 같아. 끝으로 지금의 내가 있게 해준 나의 젊었던 너에게 열심히 살아줘서 고맙다는 말로 마칠까 해.
※ 20년 후 내가 상상하는 이런 삶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오늘도 나는 열심히 꿈꾸고, 열심히 쓰고, 열심히 읽는다. 곧 다가올 그날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