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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가 더 예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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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분카레
Apr 2. 2024
공원 산책길에서 눈이 가장 분주한 때를 말하라면 딱 지금 이 시기이다.
겨울의 찬기가 완전히 가시지는 않고, 햇살이 봄을 가득 담아 열심히 실어 나르는 이때.
피부에 와 닿는 공기와는 다르게 조금만 움직이면 몸이 후끈해지는 딱 지금 이때다.
공기의 기운이 땅으로 스며들어 덤불 숲 양지아래 제비꽃이 돋아났다.
무거운 흙과 지난 가을 내려앉은 겹겹의 낙엽들을 헬스장 바벨 들어 올리듯 번쩍 들어 올리고선 얼굴을 내밀었다.
공기의 기운은 나무 가지도 감싸 안았다.
죽은 듯 메마른 나무껍질을 여리디여린 잎순이 무슨 힘으로 뚫고 나왔을까 생각하니 경이롭기 그지없다.
이에 질세라 화반위에도 온실에서 뛰쳐나온 화초들이 대열에 맞춰 줄을 섰다.
곱게 자란 초록이 빛깔을 진하게 단장하고 꽃들을 더욱 화사하게 받쳐준다.
수수한 제비꽃과 또 다른 싱그러운 아름다움이 있다.
온실에서 자란 꽃이나 야생에서 스스로 피어난 꽃이나 모두 예쁘기는 한가지다.
하지만 줄 세워 나란히 심어져 있는 화반위의 꽃보다 낙엽들 사이로 빼꼼 나와 있는 야생화에 더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뭘까.
자연미 때문일까?
추운 겨울을 이기고 자생적으로 돋아난 꽃이어서 일까?
누구의 돌봄도 없이 강인하게 살아남아서일까?
만약 이런 이유로 야생화가 더 예쁘게 느껴진다면 우리는 꽃 그 자체만을 평가한 것이 아니다.
외로이 추운 겨울을 이겨낸 화초들에게 인간의 삶을 투영시킨 결과라 할 수 있다.
나도 외롭고 힘들 때가 있었지라며 어떻게 견뎌온지 알기에 겨울을 이겨낸 자연에게 감정이입을 한 것이다.
잘 견뎌내서 대견해 하고, 견디니 이렇게 봄이 오는게 아니냐며 힘찬 응원을 속으로 삼키고 미소로 트림한다.
이래서 자연에게서 사람들은 위안을 받고 기운을 되찾나보다.
돋아난 새싹들에 눈을 맞추고, 피어난 꽃들 앞에서 함박웃음을 짓고,
그래서 봄을 좋아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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