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위해 마지막 120시간의 실습을 이수해야만 했다. 집 근처에서 실습 하게 되어 여러모로 편리하다. 실습할 수 있는 기관으로는 사회복지관, 장애인 시설, 노인요양시설, 지역아동복지센터 등 다양하다. 평소 지역아동복지센터에 대해 궁금하기도 했었는데 경험할 좋은 기회가 온 것이다. 저출산으로 아동의 비율이 낮은 지역에서는 폐소를 하는 곳이 늘었다는 뉴스도 있었다. 일정 수의 정원이 차지 않으면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없어 문을 닫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저출산과 높아진 임대료가 주요 원인이다. 하지만 저출산의 근본적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돌봄 기관이 줄어드는 일은 막아야 한다. 지역아동센터가 어떤 공간인지 알게 되면서 더욱 활성화해야 하는 이유는 명백했다.
지역아동센터란 방과 후 돌봄이 필요한 18세 미만의 아동들이 이용하는 보건복지부 소관의 기관이다. 우선 돌봄 아동들(차상위계층, 장애인, 다문화, 한 부모 등)과 정원의 50% 이내의 일반아동들이 모두 이용 가능한 곳이다. 맞벌이 가정의 자녀라면 누구라도 무료 이용이 가능하다. 센터에서는 아이들의 정서부터 학습, 다양한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내실 있게 운영되고 있었다. 선생님들이 아동들을 대하는 태도와 아동들이 갖는 자율성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구체적인 사례들을 하나하나 들려주고 싶고 모르는 분들을 위해 안내할 겸 이 글을 쓰게 되었다.
하나,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을 도모하는 곳
아이들이 선생님을 부르는 호칭에서 제일 먼저 놀랐다. 초등 저학년 아이들은 센터에 들어와서 가방을 내려놓자마자 연신 유*쌤, 수*쌤 이라고 부르며 학교에 있었던 이야기를 하거나 몸으로 장난을 시도한다. 적당히 회포를 풀고 나면 선생님은 자연스레 학습으로 유도한다. 하교 시간대별로 순차적으로 아이들이 들어온다. 언니, 오빠, 동생들이 서로를 챙기고 이야기를 나눈다. 보기 드문 대가족을 연상하게 하는 장면이다.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나름의 질서가 잡혀있다. 공부하고 놀기도 하면서 엄마․아빠가 돌아오는 시간까지 이곳은 아이들에게 낮 동안의 집이 되어준다. 이렇게 좋은 공간이다 보니 등록을 원할 경우 일 년 넘게 대기를 해야 한다는 말이 헛소문이 아니었다.
선생님들의 연령대가 다양하다 보니 고학년들은 젊은 복지사 선생님이나 대학생 멘토 샘들과 언니, 누나와 같은 편안함과 동질감으로 친밀하다. 나이 차이에서 오는 거리감이 적으니, 아이들은 마음의 문을 더욱 쉽게 여는 듯하다.
둘,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곳
요일마다 외부에서 선생님들이 파견되어 온다. 학습을 도와주는 선생님으로는 기초학습지도 선생님, 영어 선생님 그리고 대학생 멘토 선생님이 있다. 특별활동 선생님으로는 독서, 미술, 바이올린, 보드게임, 우쿨렐레 수업을 위해 요일별로 들어오신다. 수업 중에는 연령별로 나누어 수강하는 경우도 있고, 개인이 선택해서 배우기를 희망하는 경우도 있는데 수강료는 모두 무료이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대할 때 노련한 솜씨로 소통을 끌어내고, 아이들을 존중하는 마음이 기본이 되어 한없이 너그럽다. 그러다가도 거친 말이나 폭력적 태도와 예의에 대해 훈육 할 때는 단호하게 대응하신다.
셋, 간식과 따순 저녁밥도 먹게 하는 곳
하교하고 와서 살짝 배고플 시간에 제공되는 간식, 매일 달라지는 메뉴에 아이들은 오늘의 간식이 뭘까 부푼 기대를 하고 온다. 저녁밥을 맛있게 먹게 하려고 4시 이후에 오는 아이들은 저녁 식사 후 간식을 제공한다. 부모만이 할 수 있는 배려라 생각했는데 이처럼 작은 일 하나하나에도 관심과 애정이 들어 있었다. 맞벌이 부모들의 수고를 덜어주고 아이들 배고픔을 방지하기 위해 저녁도 먹인다. 균형 잡힌 식단에 따뜻한 밥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가장 소박하면서 완벽한 밥상인 집밥이라 칭할 만하다. 덕분에 나도 저녁을 먹을 수 있었는데 돌아서면 금방 소화가 돼버리는 밖의 밥과는 달랐다.
넷, 아이들 자율성을 존중하는 곳
동아리 신청을 받는다는 말에 아이들은 자발적으로 제안서와 기획서를 작성한다. 동아리는 댄스, 요리, 제빵, 중식 요리 4가지로 제안서가 제출되었다. 모집이 안 되어 폐강되는 일이 없게 하려고 아이들은 모객행위에 여념이 없었다. 댄스연습장, 베이킹 등 외부 장소 대여가 필요한 동아리 아이들은 사전 조사에 여념이 없다. 대관 가능한 곳을 검색하고 가격과 예약 상태를 알아보고 친구들과 가능한 요일과 시간을 정하는 등 이렇게 적극적이고 간절할 수가 없다.
큰 장점 중의 하나는 센터에서는 휴대전화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과 부모가 소통할 일이 있을 때는 주로 센터 전화를 이용한다. 누구 하나 몰래 스마트폰을 사용하려고 하거나 떼를 쓰는 아이도 없다. 온몸이 휴대전화 안으로 빨려들 듯 수그리고 있는 장면을 여기서는 볼 수 없었다.
아이에게는 하루하루가 즐겁고 사랑받고 보호받는다는 느낌이 들 수 있는 곳, 부모에게는 매일 마음 놓고 맡길 수 있는 곳, 이곳은 바로 지역아동복지센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