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짱 & 몸짱 _ 근력운동 3, 4주째 >
근력운동을 시작한 지 3주째 PT 1회, 혼자 1회 운동했다. 그러고는 출국하고 현지에 와서 이틀 동안 해롱해롱하면서 시차 적응을 했다. 적응도 채 하지 못하고 장거리 운전으로 여행을 떠났다. 결론은 3주와 4주 차에는 운동을 거의 하지 못했다.
남편의 미국 집에 도착했을 때 하필이면 일이 잘 풀리지 않아 남편은 시간을 낼 수가 없게 되었다. 일 년 만에 떠나게 될 가족여행인데 그는 난감해했다.
약 일 년 전부터 잡아야 한다는 Yellowstone 안의 Old faithful 호텔을 예약해 두고 가족들과 같이 갈 날만을 기다려왔다. 자신 때문에 가족 전체가 못 가게 되는 상황이 미안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우리는 고민했다. 가족여행을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남편만 빼고 예정대로 진행할 것인가. 미국에서 운전 경험이 거의 없는 내가 장거리 운전을 할 수 있을까.
조수석에 아들이 앉아서 내비게이션 역할을 해 준다면 가능하지 않을 것도 없었다. 우리는 과감히 도전에 맞서기로 했다. 남편 없이 떠나는 여행이라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지만 돌발상황 시 같은 나라에 있어 언제든 SOS를 칠 수 있다는 것으로 위안을 얻었다.
Moses lake에서 목적지인 Yellowstone National Park까지 11시간 정도를 가야 하는 거리이다. 무리한 운전을 피하고자 9시간 거리인 보즈만에서 1박을 하기로 했다. 9시간 운전하는 동안에 5시간 만인 미줄라에서 한 번 휴식 한 다음 숙소 보즈만까지 달렸다.
뻐근해 오는 어깨가 걱정되었다. 운전 중에도 으쓱으쓱 어깨를 풀었다. 자주 쉬어주어야 하지만 어서 도착해서 쉬고 싶은 생각이 더 간절했다. 이번 여행을 다녀온 후 승모근에 다시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다. 둘째 날 다시 2시간을 달려 목적지인 Yellowstone에 도착했다.
미국에서 장거리 운전은 처음이다. 사실 단거리 운전도 작년에 두세 번 해봤을 뿐이었다. 무슨 용기로 왕복 20시간이 넘는 장거리 운전을 감행할 수 있었는지 사실 모르겠다. 몰랐으니까 할 수 있었던 용기, 이름하여 ‘무식이 용감하다’는 말이 적격인 상황이었다.
긴장을 많이 한 만큼 어깨 뭉침이 심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의외로 괜찮았다. 오기 전 2주 동안 열심히 근력운동을 한 것이 효과가 있었던 것일까. 여행하면서 운동을 할 수 없으니, 마음만 불안할 뿐이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면 남편이 묵는 아파트 내 헬스장에서 열심히 운동을 하리라 몇 번을 다짐했다. 하지만 돌아온 지 사흘이 지났는데도 좀처럼 체력이 돌아오지 않아 할 수 없었다. 미국에 한 달 머무르는 동안 그동안 배운 방법으로 혼자 운동하기로 마음먹었었다. 대비하여 코치에게 혼자 할 수 있는 스쾃과 데드리프트 운동을 미리 익혔다.
장거리 비행과 여행 일정으로 13일 동안 운동을 쉬었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했다. 여행지 호텔에서도 운동하는 사람은 있었다. 나는 하지 못했지만, 여행지에서 마저 운동하는 이들의 습성은 부럽기만 했다. '지금이 기회다'를 외치며 독서와 글쓰기, 운동 모두 완전히 내려놓았다. 만약 일상생활에서 마음껏 손 놓아 버렸다면 불안과 죄책감에 사로잡혔겠지만, 여행은 좋은 핑곗거리가 되어 주었다.
이제 여행에서 돌아왔고, 아이들도 한국으로 돌아갔고 낮에는 내내 혼자 있어야 할 시간이다. 다시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와야 한다. 그러려면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운동을 해야 한다. 이런 것들이 공기를 마시며 숨을 쉬듯 자연스러운 습관이 되어야 하는데 나는 아직 그런 경지까지 이르지 못했다. 여행 왔다고 손 놔버리고, 가족들이 다 같이 있으니 맘 놓고 놀아버리고….
습관적으로 매일 해야 하는 일들로 자리 잡았다면 환경이 어떻든 간에 조금씩이라도 매일 했을 텐데…. 나의 수준은 아직 어린아이 숙제 대하듯 하는 정도이다.
좋은 습관을 들이는 데는 힘이 드나 잃기는 쉽다. 반면 나쁜 습관은 쉽게 들고 잃기는 어려운 법이다. 좋은 것들이 습이 되려면 꾸준함과 인내가 필요하다.
내일부터 운동 다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