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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분카레 Jul 31. 2024

러닝 머신 위에서의 시간은 더뎌

< 근력운동 시작한 지 5, 6주째>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한 지는 5주째지만, 실질적인 운동 기간은 3주째이다. 이곳은 아파트 내의 작은 gym이라 기구들이 많지 않다. 한국에서 PT를 받을 때만큼 다양한 기구가 구비되어 있지 않다. 초보자의 장빗발 탓은 피할 수 없는 관문인가 보다. 응용이 서툴러서 있는 기구로 하려니 가호가 살지 않는다. 운동할 맛이 안 난다. 이를 어쩌지. 그냥 깨끗이 포기하고 한국 돌아가면 다시 시작할까 하는 악마의 유혹에 잠시 흔들린다.

      

하는 둥 마는 둥 했다. 그저 현상 유지만이라도 하자는 마음, 아니 급기야는 운동 안 빠지고 했다는 사실을 내게 주입하려는 목적이 더 크다. 때로는 시늉이라도 하는 것이 하지 않는 것보다 나을 때가 있다.   

  

낮에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게으름이 세력을 확장하려 든다. 게으름은 무기력을 낳고 무기력은 우울을 낳기 쉽다. 일상생활의 룰이 깨지고 새롭게 적응할라치면 언제나 겪는 과정이다. 남편이 사는 이곳에 오면 새로운 루틴을 만드는데 일주일은 꼬박 걸린다. 그러다가 새로운 루틴에 적응할라치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시간이 된다. 한국 돌아가면 또 그 시간은 반복된다. 

    

루틴을 위해 조율하는 시간이 의미 없이 버려지는 것 같아 아까웠다. 알차게 보내는 시간만이 가치 있다고 생각한 데서 나온 결과다. 의미 있기만 한 것은 썩지 않는 거름과 같은 것이다. 비옥한 거름이 되기 위해서는 세균이 필요하듯 게으름, 무기력, 우울, 외로움은 일상에서 유용한 균이 되어줄 수 있다. 

     

다시 돌아가면 치열하게 시간에 쫓기며 살 텐데 이참에 실컷 게으름을 피워도 괜찮겠다며 마음을 내려놓았다. 내려놓은 마음이 있던 공간에 여유가 생긴 모양이다. 설렁설렁한 마음으로 매일 찾은 짐이 적응되기 시작했다. 한 시간을 겨우겨우 채우던 운동시간이 어느새 한 시간을 거뜬히 넘기고 있었다. 반드시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내려놓은 데서 온 성과이다. 

     

걷는 머신 위에서 좀처럼 흐르지 않는 시간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걷는 동안 타임 계기판을 보지 않으려 안간힘을 쓴다. 보폭의 속도에 맞춰 숫자를 세어본다. 

‘이만큼의 걸음수라면 5분은 지났겠지?’

‘에고 3분도 채 안 지났네!’

이런 식의 실망은 한두 번이 아니다. 걷는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이 겅중 뛰어있길 기대하지만, 계기판의 숫자는 언제나 내게 실망을 안겨준다.  

    

Treadmill 위에서의 시간이 유난히 더디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생각해 보았다. 숫자에 의지해 나의 운동량을 억지로 끼워 맞추려 하기 때문이다. 만약 20분을 뛰겠다고 마음먹으면 온 정신이 시간에만 집중된다. 이에 비해 근력운동은 숫자로 운동량을 체크하기보다는 몸이 보내는 신호를 읽으려 한다. 몸에 집중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겅중 뛰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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