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위한 지 3년 만에 숙부인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뺏기고 2년 후 유배를 당하고 결국 사약을 받게 되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 왕. 어머니인 현덕왕후는 단종이 태어난 다음날 죽고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일찍 여의고 어린 단종의 울타리가 되어줄 사람은 아무도 남아있지 않은 탓에 계유정란, 유배, 사육신등과 같은 아픔을 고스란히 홀로 막아내기엔 너무 어렸다. 평생에 걸쳐 받을 고통 단 몇 년 만에 응축형으로 겪고 떠난 비운의 왕이었다.
강원도 영월에 위치한 청령포는 서강이 팔로 보듬듯 애돌아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인 섬 같았다. 그 탓에 지척에 있는 거리이지만 도선을 타야지만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이었다. 배에서 내려 자그작자그작 자잘 밭을 밟고 들어가니 솔숲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오랜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소나무는 푸르고 무성했다. 붉은 빛이 감도는 둥치에 큰 키를 자랑하는 미끈한 소나무들은 땅에 붙어 자라는 잡초와 잡목들에게도 햇빛을 골고루 나누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600년의 세월을 지키고 있는 관음송은 단종이 외로울 때마다 찾은 소나무라 한다. 어린 임금의 외로움과 슬픔을 나누었다 하여 볼 관(觀), 들을 음(音)자를 따 관음송이라 칭했다는데 가히 단종과 대화를 한 듯 한양의 소식을 보고 듣기위해 소나무 끝이 서울을 향해 ㄱ자로 꺽여 있었다.
망향대의 망향탑을 이루고 있는 것은 돌멩이가 아니라 켜켜이 쌓인 그리움이었다.
단종이 청령포로 들어간지 2개월 후 쯤 큰 홍수가 나서 나오긴 했다지만 유배지로서 어린 왕에게 가혹하리 만큼 철두철미하게 물색된 장소라는 생각에 더욱 가슴이 먹먹했다.
비록 생은 짧았지만 그의 이야기를 품은 송림은 지금까지도 남아 아픔을 위로하고 있는 듯 했다. 한 나라의 임금이기 전에 여리디여린 한 청춘의 생이 권력의 무자비함 앞에서 무너진 안타까움에 나 역시 엄마의 마음으로 보듬어 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