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삼분카레

✍감

감이 내 앞에 뚝 떨어졌다.

다섯 걸음만 앞서 갔어도 그 감에 정통으로 맞았을 것이다.

『감나무의 감을 볼 때마다 나는 늘 '감나무 밑에서 누워 감 떨어지기를 기다린다'는 속담을 생각한다.

노력 없이 좋은 결과만을 기다리는 처사를 나무라는 말이긴 한데, 그 광경을 더 올릴 때마다 그냥 유쾌하고 재미난다.

어릴 때 시골집 앞마당에는 감나무가 세 그루나 있었는데, 그 아래 평상이 있어 실제로 나는 거기 누워 입을 벌리고 있는 장난을 일삼았었다.

한 번도 감이 내 입으로 들어 온 적은 없었다.』

그 감이 떨어지기 몇 초 전 나는 어김없이 생각했었다.

'감이 내 머리 위에 떨어지면 어쩌지'

그러는 찰나 떨어진 감이라 나는 조금 놀랐다.

그래서 그 감에게 마음이 쓰였다.

떨어진 감은 곧장

비탈길로 약 50미터를 굴러가다가

담배 피느라 서 있는 사람 발에 걸려

겨우 멈췄다.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따라가 주워들었다.

시멘트 바닥에 사정없이 떨어진 것도 모자라

느닷없이 언덕배기에서 몇 십 미터를 굴렀으니

성할리가 없다.

깨지고 긁히면서 모래알들을 품었다.


어쩌다 인정사정 없는 이 도심 한복판에 터를 잡았을까

처량해서 말을 걸었다.

인증샷 남기고 곱게 올려두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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