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감
by
삼분카레
Sep 22. 2022
아래로
✍감
감이 내 앞에 뚝 떨어졌다.
다섯 걸음만 앞서 갔어도 그 감에 정통으로 맞았을 것이다.
『감나무의 감을 볼 때마다 나는 늘 '감나무 밑에서 누워 감 떨어지기를 기다린다'는 속담을 생각한다.
노력 없이 좋은 결과만을 기다리는 처사를 나무라는 말이긴 한데, 그 광경을 더 올릴 때마다 그냥 유쾌하고 재미난다.
어릴 때 시골집 앞마당에는 감나무가 세 그루나 있었는데, 그 아래 평상이 있어 실제로 나는 거기 누워 입을 벌리고 있는 장난을 일삼았었다.
한 번도 감이 내 입으로 들어 온 적은 없었다.』
그 감이 떨어지기 몇 초 전 나는 어김없이 생각했었다.
'감이 내 머리 위에 떨어지면 어쩌지'
그러는 찰나 떨어진 감이라 나는 조금 놀랐다.
그래서 그 감에게 마음이 쓰였다.
떨어진 감은 곧장
비탈길로 약 50미터를 굴러가다가
담배 피느라 서 있는 사람 발에 걸려
겨우 멈췄다.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따라가 주워들었다.
시멘트 바닥에 사정없이 떨어진 것도 모자라
느닷없이 언덕배기에서 몇 십 미터를 굴렀으니
성할리가 없다.
깨지고 긁히면서 모래알들을 품었다.
어쩌다 인정사정 없는 이 도심 한복판에 터를 잡았을까
처량해서 말을 걸었다.
인증샷 남기고 곱게 올려두고 왔다.
keyword
감나무
사진
속담
11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삼분카레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소속
고래이야기작은도서관
직업
에세이스트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이웃들에게 힘이 되고 또 힘을 받는 삶을 살면서 따뜻한 이야기들을 엮어내려 합니다.
팔로워
302
제안하기
팔로우
작가의 이전글
정(情)
못된 것들
작가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