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에는 간편식(式)이 없길

by 삼분카레

✍<공부에는 간편식(式)이 없길>

지난여름 찜통더위 덕에 나는 내돈내산 우렁된장찌개 밀키트를 사 본적이 있다. 인공감미료가 듬뿍 든 음식을 샀다는 죄책감을 줄이기 위해 집된장을 조금 추가하고 두부를 썰어 넣고 찧어놓은 마늘도 약간 더 넣어 끓였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남이 해주는 음식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맛이었다. 간편한데다가 맛도 있어 세상 참 살기 좋아졌구나 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밀키트는 meal(식사)+kit(키트,세트)의 식사세트라는 뜻으로 손질된 식재료와 믹스된 소스로 쉽고 간편하게 요리를 할 수 있는 제품을 말한다. 가정간편식과는 조금 차이가 있지만 어쨌거나 최근 몇 년 사이 밀키트와 가정간편식 제품들이 날로 인기를 더해가는 건 사실이다.

그 유행배경으로 보면 먼저 일인가구의 증가를 꼽을 수 있고, 팬데믹 시대에 재택근무가 늘고 식당 이용 등에 불편을 겪자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요리를 하게 되면서부터 일 것이다. 유력한 이유를 더 들자면, 요리에 대한 인식이 보편화되어 남녀노소 불문하고 더 간편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 것과 캠핑의 붐이 밀키트 이용증가에 한몫 했을 것이다. 밀키트가 가정간편식보다는 가격이 조금 센 편이지만 가정간편식보다는 맛이나 영양면에서 좀 더 우위에 있다는 것만 빼면 두 가지 모두의 최대 장점은 간편함에 있다.

그런데 이러한 유행이 음식에만 그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현대 사회는 바쁘고 시간이 없다는 말로 대변되기도 한다. 기계의 자동화로 시간이 남아돌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대를 사는 우리는 오히려 늘 시간이 없다고들 한다. 그래서일까 공부에도 밀키트의 형식이 전파되고 있다.


칼럼<밀키트가 된 공부>(안희곤)에서 요즘 공부는 준비가 다 된 한 끼를 간단히 구매하듯 이미 만들어져 있는 지식을 소비하는 모습과 닮아있다 라고 말했다. 강연을 듣는 것만으로 다 이해했다는 태도를 가지며 강연장에서의 책은 거의 판매되지 않고, 넘쳐나는 공짜 강의들은 잘못된 정보나 해석으로 제공되기 일쑤라고 비판했다. 칼럼에서 지적했듯이 효용성과 가성비 차원에서 점점 많은 사람들이 얇은 지식에만 기웃거리고 진정한 공부에 투자를 꺼려하고 있는 것 같다.

압축된 요약본이나 동영상으로 정보를 습득하는데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언제 어디서든 시청가능하다. 당장 필요치 않거나 듣고 싶지 않은 내용은 건너뛰기가 가능하고 2배속으로 빠르게 돌려 볼 수도 있다. 확대해서 볼 수도 있고 되돌려 볼 수도 있다. 이렇게 얻게 된 정보는 지식이 아닌 정보에 불과하다지만 간편한 것으로 따지면 비할 데가 없다. 깔끔하게 편집된 영상은 더욱더 거침없이, 실수 없이 정보 전달에 힘써 많은 사람들을 홀릴 것이다.

​진정한 공부는 그러한 영상과는 너무나 괴리감이 큰 것이 사실이다. 시간이 요구되고 수고로움이 더해져야만 이룰 수 있는 일이다. 청산유수 같지 않더라도 머뭇거림에서 생각의 시간을 가질 수 있고, 질의와 응답의 과정에서 또 다른 의문을 품을 수 있고, 오랜 시간 고민 끝에 깨달음을 얻어가는 공부야말로 오래 남게 될 것이란 걸 믿는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 배우고, 실수를 통해 깨닫기를 희망한다. 느려도 괜찮으니 시간을 들이는 공부를 하기를 희망한다. 소비하는 듯한 배움에서 벗어나 깊은 공부를 하기를 희망한다.


그것만이 밀키트 같은 공부에 현혹되지 않을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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