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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분카레 Nov 15. 2022

시간속도를 늦추는 법

✍시간속도를 늦추는 법

어떨 땐 시간이 빨리 흐른다고 느껴지고, 어떨 땐 좀 더디게 지나간다고 느껴지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늘 소소한 화두가 되어왔다.

재미있는 시간을 가질 때 반해 지루하고 힘든 시간일 때 시간의 흐름이 더디게 느껴지는 것은 누구나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또 하나, 매일 비슷한 패턴으로 바쁘게 지내다 보면 시간은 빠르게 흐르는 것 같다.

보통은 사람 나이에 비례해 시간에 대한 속도감이 느껴진다고들 하는데 요즘 아이들한테 물어보면 10대임에도 불구하고 세월이 너무 빠르다고들 한다.

 

나 어릴 때 비하면 지금에 살고 있는 어린 친구들은 구속받는 것들이 너무 많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짜여진 시간표 속에서 규율도 넘친다. 길가에 핀 풀꽃들에 시선을 두며 걸어가는 대신 몇 번 버스와 지하철을 타야하는지 또한 살펴야 할 것들도 너무 많다. 오고가는 시간들에 나를 짜맞춰야 하고 그 패턴 또한 매일이 별반 다를 바 없다. 골목에만 나가도 계획에 없었던 갖가지 놀이가 매일 새롭게 나를 반겨주었던 것에 비하면 요즘은 놀이도 정해진 공간과 시간대로 움직여야 한다. 어른들의 일과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작은 어른의 삶이다. 이렇다보니 10대임에도 불구하고 시속10키로 속도가 아닌 4,50의 속도로 시간이 흘러가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며칠 격리생활을 하며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다보니 시간이 무척 더디게 흐름을 느꼈다. 아침에 했던 일과 생각들이 며칠 전에 한 것인 양 까마득하다. 어서 밤이 되어 잠을 자고 빨리 내일이 되고 모레가 되었으면 하는데 아직도 저녁 9시밖에 안되었다. 평소 같았으면 벌써 9시가 되었냐며 설거지를 제쳐두고 할 일들에 쫓기던 시간이었다.

 

시간의 속도는 내가 시간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달렸다는 것을 체감적으로 알 것 같았다. 시간이 빠르게 느껴진다는 건 그만큼 시간에 쫓기며 여유 없이 살았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머리를 식힌다는 핑계로 유튜브나 페북에 올라온 영상들로 허비하는 시간.

삭히지 못한 감정들이나 말 따위로 고민하며 헛되이 보낸 시간.

그때그때 메모하고 챙겨두지 않아 찾아 헤매는데 낭비하는 시간.

낙엽 끌어 모으듯 수북수북 모아 적절한 때에 알맞게 배분해서 쓰면 쫓기는 듯한 시간들에서 약간은 해방될 수 있을 것 같다.

시간의 속도를 늦춘다는 것,

그 역시도 열쇠는 내가 쥐고 있던 거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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