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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분카레 Nov 19. 2022

요 녀석, 고 녀석

고문 당한 모기

✍요 녀석, 고 녀석

내가 손을 뻗자 뭔가 훅 날아오르는 것은 모기였다

아직도 계절의 꽁무니를 잡고 사람 성가시게 하는 모기. 한밤 중 곤한 잠을 깨우는 요 성가신 놈을 용서할 수 없어 냅다 잡으려다 놓쳐버렸다. 내 손을 피해 도망간다는 것이 씻어 엎어둔 플라스틱 통으로 자살골을 넣듯 들어간다.


거기가 어딘 줄 알고 들어가느냐 요놈.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잽싸게 뚜껑을 닫아버렸다. 뒤늦은 후회 해봤자 소용없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요놈. 아니나 다를까 녀석은 곧 억울함의 날개짓을 보였다.

 

통 안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저 안의 산소를 다 태우고서야 기절할 수 있을까. 제까짓게 몇날 며칠을 마셔야 저 안의 산소가 다 닳아 없어질까. 그런 생각도 잠시, 난 대책도 없이 해가 쨍하고 들어오는 창가에 통을 올려두었다.

설거지를 하다가, 무심코 쳐다보니 녀석은 통 안을 이리저리 배회하며 날아다녔다. 데워지는 가마솥안의 개구리를 연상케 했다.

내가 잔인한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지난여름 고 녀석들을 단박에 훅훅 잡아 죽이면서도 죄책감이란 건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었다. 당연하다 고놈은 해충이니까.

근데 갑자기 상황이 달라지니 나는 요 녀석을 고문하며 어떻게 죽일까에 탐닉되어 있는 사이코패스 같았다. 나는 부르르 몸서리를 한 번 치고는 방충망을 열어젖혔다.

 

너 운 좋은 줄 알어. 요놈. 잘가

고문 당하던 모기는 프리덤을 외치며 힘차게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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