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부와 위로를 건네다
작가 조남주는 <82년생 김지영>에서도 그랬고, 평범한 서민들의 삶을 뼛속까지 이해하는 사람 같다. 누구나 알고 있고 누구나 얘기 할 수 있는 우리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평범한 주제로 이런 감동을 주는 글을 엮는다는 사실이 더욱 작가 조남주에게 엄지척을 들게 하는 이유다. 우리네 평범한 삶이 그러하듯 뜻밖의 결말이나 엄청난 반전으로 독자를 놀라키는 일은 좀처럼 없지만 가끔 눈을 동그랗게 만드는 진정한 이야기꾼이다.
'서영동 이야기'는 소설 속 가상의 지역이지만 내가 속해있는 혹은 내 이웃들이 겪고 있는 이야기들을 응집해서 보여주고 있다. 각 챕터별 서영동 몇몇 인물들의 삶을 클로즈업해서 그들의 삶을 집과 얽힌 이야기로 엮어갔다.
집이라는 것이 안락한 보금자리여야 한다는 기본 중의 기본개념을 상실한지 오래다. 거주하는 아파트의 가격을 올리기 위해 동주민들은 혈안이 되어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고, 작은 집을 가진 사람은 큰 집을 가진 사람에게 굴복을 느낀다. 부모로부터 집을 물려받은 남편에게 물질적 보탬이 되지 못한 아내는 주눅이 든다. 학벌도 배경도 없는 20대 젊은이는 보증금에 내몰려 몸둥이 하나 누일 자기만의 공간조차도 구하지 못한다.
작고 단순했던 이야기가 확장되고 연결되어 의미를 찾아 갈 수 있었다고 작가는 말했다. 책을 덮을 때쯤에는 하나의 커다란 퍼즐이 완성되는 느낌이었다. 작가의 작품 구성 능력이 주제만큼이나 자연스러웠다.
책은 22년 1월에 출간되었다. 한창 부동산의 열기가 치솟아 모든 국민이 엉덩이가 데일 것이 두려워 안절부절 하던 때였다.
따뜻하고 안락함을 뜻하는 home으로서의 집이 아닌, 투기와 돈과 가치로서의 house의 의미를 가진 집이 득세하던 때다. 집을 가진 자와 못가진자로 이분화 되어가는 세상 같았다. 주위 몇몇 지인 중에는 ‘나 종부세 내는 사람이야’라는 말을 하면서 눈총을 받기도 했다. 영혼까지 끌어 모아 집을 샀다고 해서 ‘영끌족’이라는 신종어가 생겼다. 치솟는 집값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세상이 몇 년간 이어졌다. 집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을 맛보고, 집 때문에 결혼을 꺼려하고, 집 때문에 출산율이 낮아지고 있다고들 한다.
땅덩어리는 작고 인구는 밀집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특수성상 집은 많은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인정하자. 그러나 크고 좋은 집에서 산다고 해서 그 속에 사는 사람까지 위대하고 훌륭한 인품을 가진 것은 아니다. 더 행복하고 더 잘 산다고도 말할 수 없다. 집 때문에 주눅 들지 말고 집 때문에 자존심 구기지 말고, 집 때문에 자신이 뒤쳐진다고 생각하지 말자고, 소설에서는 우리에게 이런 당부를 하며 위로의 손길을 뻗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