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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분카레 Feb 25. 2023

100일 글쓰기

< 글여정 1 >

글을 잘 쓰고 싶다는 마음이 일기 시작한지는 오래 전이었다. 2년 전 ‘나도 책 한 권’이라는 염원을 버킷리스트에 올렸다. 그런 후 잘 쓰기 위해서 뭔가를 배워야겠다고 마음먹었다. 22년 1월부터 글쓰기 강좌 혹은 뒷받침이 되는 작업들을 시작했다. 첫 발을 내 딛고 나니  그 이후의 작업들은 줄줄이 비엔나소시지처럼 이어졌다.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았을 때 비하면 많은 변화가 생겼다. 언젠가 내가 나만의 책을 발간하게 되는 날이면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나의 역사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글여정>이라는 제목으로 브런치 연재을 하기로 했다. 


첫 번째 여정 : 100일 곰사람 프로젝트 (22년 3월5~6월11)


1, 시작하기 전


‘100일간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써야 한다고?’ 이 강좌 광고를 보고 솔깃함과 주저함은 몇날며칠동안 나를 고민에 빠뜨렸다. 어떤 날은 '까짓것 시작하면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대범함이 지배적이다가 또 어떤 날은 '말도 안 돼!'라며 생각의 고리를 끊으려 했다. 매일 써야할 글감을 어떻게 구할 것이며 갑작스런 집안일이 생긴다면 어쩌지'하고 어림도 없는 일로 마음을 접기로 했다. 며칠을 고민하다가 마음을 굳게 한번 다지고, 내 특유의 밀어붙이기 작전으로 등록을 마쳤다. 선택 후에는 후회란 없다. 다만 최선을 다하는 나의 곰 같은 미련함과 끈기로 '100일 곰사람 프로젝트' 착수 들어간다. 아자아자!!!


2. 시작 몇 주


100일 글쓰기는 글에 대한 기대보다 백 일간 하루도 빠짐없이 해 낼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춘 도전에 가까웠다. 글쓰기 재능을 가진 것도, 전공을 한 것도 아닌 사람으로서 이 도전은 좀 더 책을 많이 읽고 깊은 사색을 하겠다는 다짐의 우회적인 한 방법이었을 것이다.


글감을 찾고 초고를 쓰고 수 십 번의 퇴고를 하는 데는 하루 서너 시간은 기본이었다. 그런 수고로움이 힘들면서도 마지막 업로드버튼을 누르는 순간은 머리에서 불꽃놀이로 피어나는 황홀함이었다. 이렇게 대단한 일을 해 내는 나를 응원하며 한동안은 그렇게 호기로운 글쓰기가 이어졌다.


점점 글감이 바닥을 드러내고 하루하루 연명해 나가야 할 쌀 한 톨이 없어 허기진 배를 움켜지듯 허덕여야했다. 책, 칼럼, 나의 어제 오늘 내일을 탈탈 털어 글의 소재 찾기에 바빴다. 외부로부터 얻는 직접적인 경험은 한계가 있었다. 자연적으로 나의 내부에서 글감을 찾다보니 과거의 추억에서 부터 현재 처하고 있는 상황 그리고 다가올 미래까지 두루두루 배회를 했다. 이런 식의 배회로 나를 들여다보는 글을 쓰다 보니 생각들이 많아졌다.


글은 말과 실제보다 훨씬 더 미화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말은 한 번 뱉으면 끝이지만 글은 보고 또 보면서 계속 수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좀 더 순화적으로 표현되어지고 좀 더 대단한 것처럼 미화되는 것 같아 한동안 나에 대한 글을 쓰는데 회의를 느끼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무슨 일을 하더라도 회의를 느끼는 것은 한 번 쯤 거치는 통과의례라며 애써 외면하면서도 이런 감정은 지리하게 이어졌다.


3. 50일의 반성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

'무식이 용감하다.'

어설프게 알고 덤볐다가 일을 그르친다는 뜻과 모르면서 쉽게 일에 덤벼든다는 뜻을 가진 경귀다


어떤 일에 대해 잘 모를 때는 열정과 용기만으로도 시작의 동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쉬이 깨닫게 된다.


열정과 용기가 시작부분의 책무를 맡았다면, 중간부분에는 그 일에 대한 전문적인 실력과 끈기가 힘을 발휘해 주어야 할 때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실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좌절하면 결국 이 일은 실패로 끝나고 말 것이다. 포기 없이 끝까지 가자는 일념하나만을 부여잡았다.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 나지 않아도 계속 쓰고 가꾸다보면 나아질 거라는 사탕발림 소리를 믿어볼까라는 마음이 들다가도, 하면 할수록 이건 연습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들이 나를 덮쳐온다. 젊었을 때 좀 더 많은 input을 했더라면 그 인풋들이 세상을 살아온 시간들과 믹스되어 성숙된 output으로 나왔을텐데라는 아쉬움이 저절로 든다.

'공부도 다 때가 있다'라는 말이 귀에 쩌렁쩌렁 울리는 듯하다.


4. 젖 먹던 힘까지


100일은 곰이 쑥과 마늘만으로 사람이 된 인내의 시간이고, 아이가 세상밖에 적(籍)을 두기 위한 금기의 시간이며, 수험생 자녀의 합격을 기도하는 염원의 시간들이다. 100이 갖는 수의 힘을 빌어 나도 인내하고 유혹을 금하고 하루하루 염원을 담아 나아가는 중이다.


5. 완주

100일 곰 프로젝트가 막바지에 달할 때쯤이면 글을 좀 더 잘 쓰게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있었지만 글이란 것이 단기간에 느는 타자치기도 아니고 없던 문장력이 갑자기 길러지기는 일은 더더욱 없다는 것이 현실로 다가왔다.


하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끄적이는 행위를 통해 그나마 얻은 소득이라고 한다면 글감을 찾는 시간이 대폭 줄었다는 것이다. 어떤 주제를 주어도 써 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여전히 힘든 일이긴 하지만 처음 백지상태에서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아무렇게나 써보고 또 써보고 시간을 갖다보면 분명 쓸 말이 생기는 것을 경험했다.


글감을 찾기 위해 했던 행위들로 인해서 책을 좀 더 집중적으로 읽는 습관을 가지게 된 것과 지나치기 쉽고 건성으로 보고 넘길 것에도 관찰과 호기심어린 태도를 갖게 되었다.


시간이동을 통해 과거의 나를 만나고 현재의 나를 반성하고 미래의 나를 꿈꾸는 일들에 충실하다보니 어렴풋하게나마 잘 사는 방법을 조금씩 알 것 같은 것도 덤으로 얻은 소득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매일 원고지 20장 분량의 글을 쓰는 것으로 그만의 글쓰기 규칙을 지킨다고 한다. 그만큼 좋은 작품이 탄생되기 위한 조건으로 많이 쓰는 행위는 필수요건이 되어야 함을 말해 주는 것 같다,


좋은 글을 쓰려는 욕심에 앞서 다독, 다작에 충실하면서 이후 나의 글쓰기는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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