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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분카레 Mar 02. 2023

단어공부

< 글여정 2 >

『하루 2단어

주 5회

월 4주

㉠생소한 단어 두 개를 찜한다.(주로 책을 읽다가 발견)

㉡단어의 출처인 문장과 책을 밝히고,

㉢단어를 뜻을 사전에서 찾아 기록한다.

㉣두 개의 단어를 활용해 짧은 작문을 한다.

㉤단톡방에 공유한다. 』


일명 이 단톡 방의 작전명은 <단어찜 0기>이다. 어느 글쓰기 강좌 후 해당 선생님이 운영하는 무료 챌린지 프로그램 중의 하나이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한 번 쯤 단어에 대한 궁핍함을 경험해 봤을 것이다. 영어단어만 외워야 하는 줄 알았지 한국어 단어 공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다. 언제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발 빠르게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어 고맙다.


나는 작년 8월 4기생으로 처음 참가하게 되었고, 그 후로 계속해서 하다 보니 오늘 8기를 마쳤다. 한 기수 당 40개 단어니까 모두 200개의 단어 공부를 익힌 셈이다.


그동안 단어찜 한 단어들은 메모장에만 중구난방으로 기록 되어 있었다. 따로 단독파일작업을 해 놓지 않았었다. 자료의 중요성을 알고부터는 단어들을 언젠가는 작업을 해서 필요할 때마다 꺼내 써야지 마음먹었는데, 오늘에서야 실천에 옮겼다.


나는 중간에 그만 두었다가 다시 시작한 줄 알았더니 4기부터 참가한 이후로 현재까지 쭉 이어오고 있었다. 분명 중도에 쉬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다. 아주 오래된 일이 아님에도 이토록 빈약한 기억을 확인하고서는 기억에 대한 허망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갑자기 ‘기억이란, 쳇, 쯥, 에고’ 라는 짧은 탄식들이 저절로 입가에 맴돈다. 기억은 거미줄과도 같다. 때로는 누군가의 생명을 앗아가는 질긴 고무줄 같다가도 어떨 때는 존재여부조차 알 수 없는 무명(無名)줄 같기도 하다.


어쨌든 하나의 표 안에 기수별, 쿼터별 단어들을 붙여넣기 해서 한 눈에 단어를 볼 수 있게 했다. 뜻과 짧은 작문들은 표 아래 붙여넣기를 해 언제든 찾아 볼 수 있도록 했다. ‘잉걸불’, ‘구릉’ 과 같은 명사들, ‘무두질’, ‘다복솔’, ‘풀무질’과 같은 현대에 잘 쓰이지 않는 용어, ‘옹송거리다’, ‘새그럽다’와 같은 우리말 형용사들, ‘휘뚜루마뚜루’, ‘내로남불’과 같은 신종어, ‘후안무치’, ‘분기탱천’ 등의 사자성어 등 다채로웠다. 이 중 가장 많은 분포를 차지하는 것은 역시 우리말 형용사들 인듯하다. 찰떡같이 표현되는 하나의 형용사로 문장을 간결하면서도 수려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형용사들을 더 많이 찜하길 바란다.


책을 읽을 때 단어 뜻을 모른다고 해서 문해력에 큰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문맥상 대충 그 뜻이 파악이 되고 웬만한 한자어는 그 뜻이 유추가 되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단어를 찜하면서 가는 작업은 사실 많이 번거롭다. 읽다가 끊고 메모를 해야 하고 문장을 옮겨 써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해하는 것과 활용하는 것 사이에는 상당한 갭이 존재한다. 문장 속에서 뜻을 추측한 후 이해만 하고 지나간 단어는 내 글에서 직접 활용은 어렵다. 의도적으로 단어를 확장하지 않으면 가뜩이나 기억력이 나빠지고 있는 와중에 소실되는 단어만 늘어갈 뿐이다. 활용가능한 단어가 점점 줄어들게 뻔하다.


다음 기수 때는 한 타임 쉬고 갈까 했었는데 형편없는 내 기억력에 충격을 받아 마음을 고쳐먹었다. 찾았던 단어들의 태반 아니 거의 80%는 여전히 생소하다. 다음 기수 때는 포기대신 그동안 했던 단어 중 뜻이 명확하게 와 닿지 않는 단어들을 다시 찜해서 올리고 작문을 해 볼 셈이다. 새로운 단어를 발굴하는 것 보다 활용가능한 단어의 수를 늘리는 것이 단어찜의 궁극적 목표라 생각한다.


어떤 일을 하든 익숙해지면 어느새 지루함이 그 자리를 슬며시 차지하고선 나를 비웃는 것 같다. 한 번 익혔다고 해서 결코 그 앎이 내 안에 들어와 주인역할을 하지는 못한다. 하고 지나왔다는 익숙함만이 가짜주인행세를 할 뿐이다. 속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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