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마트에서 울다

< 미셸 자우너, 문학동네 >

by 삼분카레

나는 자주 엄마와 딸을 주제로 하는 책에 관심을 갖는다. 딸이기도 하고 엄마이기도 하거니와 내 딸이 점점 커가면서 나와 맞닥뜨리게 되는 화합과 대립이 그 주요 원인일 것이다. 때로는 딸의 입장에서, 때로는 엄마의 입장에 서게 되니 같은 상황을 두고도 해석이 달라지기도 한다. 한 마디로 숲 속 동물 세계에 이권다툼이 벌어졌을 때 네 발 짐승들 편에 섰다가 때로는 하늘을 나는 새의 편에 선 박쥐의 신세와 별 다를 바가 없다. 그러면서 상황 따라 처세를 바꾸는 나를 보면서 웃음이 나기도 한다. 이율배반적인 상황을 겪으면서 겸허해지기도 한다. 이런 경험들은 나를 좀 유연하게 만든다.


한국계 미국인인 딸 미셸은 엄마를 암으로 잃게 된다. 한국말도 제대로 못한다. 자신 안에 한국인의 피는 흐르고 있지만 엄마의 죽음으로 인해 더 이상 그것을 증명해 줄 연결고리가 없어졌다는 느낌을 갖는다.


책속 한 문장:
발효는 시간 속에 존재해 변화한다. 그러니 발효가 완전히 통제된 죽음인 건 아니다.
사실상 새로운 방식으로 생명을 누리게 되는 거니까.


한국인의 음식과 습관에 대한 관찰과 표현이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다운 것은 자신의 반쪽 뿌리에 대한 갈망과 그리움의 크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치를 담그고 엄마와 함께 나누었던 한국 음식들을 통해 엄마의 부재로 인한 아픔에서 극복하게 된다. 김치가 발효의 과정을 거치면서 새로운 방식의 생명을 누리게 되는 것처럼 엄마가 자신에게 남기고 간 한국인의 삶과 문화가 자기 안에서 발효되어 새로운 방식으로 발현될 것이라는 믿음을 스스로 갖게 된다. 싱어송 라이터로도 활동하고 있는 미셸 자우너의 발효된 활약을 앞으로도 쭉 기대해 봄직하다.


엄마와 딸의 유쾌한 수다를 구경하는 느낌의 이 책은 나에게는 행동수정을 하게 한 책이기도 하다. 이 담에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때 딸이 나와의 관계에서 얻게 되는 추억과 치유에는 어떤 것들이 남게 될까 생각하니 내 행동에도 변화가 생겼다.



*추천대상


-엄마와 혹은 딸과 관계 형성을 다시 재정비하고 싶으신 분께

-막힌 눈물샘에 뚫어 뻥이 필요하신 분께

-돌아가신 엄마가 그리운 분

-엄마와의 소중한 추억을 되살리고 싶으신 분

-이방인의 삶에 대한 이해와 고난을 극복한 과정들을 보고 싶은 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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