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단 것을 좋아하지 않게 된 진짜 이유

by 삼분카레

식혜는 단술이라고도 불리는데 이름에서부터 벌써 달다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어릴 때는 과자가 귀했으므로 단 음식 중 단연코 손에 꼽히는 것은 식혜였다. 우리 집은 언제나 돈에 쪼들리고 엄마는 일에 쫓기고, 명절 아닌 평소에 식혜를 구경하는 일은 언감생시. 그러다보니 명절 때만 구경할 수 있게 되는 귀하신 음료였다.


아주 어렸을 때야 사실 먹거리가 풍족하지 않아, 좋다 싫다를 따져 가려먹을 상황은 못 되었다. 없어서 못 먹었을 때였으니까. 그런데도 나는 왜 그 귀하신 몸 식혜를 싫어하게 되었을까


그때도 사춘기는 존재했었는지 조금씩 자라면서 주위 사람들로부터 관심받기를 갈구했다. 우선 관심을 받기 위해서는 뭐든지 오케이하는 수더분함보다는 조금은 까탈스러운 이미지를 내보이며 까칠함으로 내 이미지를 쇄신해 나가려는 앙큼한 시도를 했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나는 식혜가 달아서 싫다며 부잣집 외동딸이 할법한 흉내를 냈고 엄마는 내가 단 것을 싫어한다는 생각을 조금씩 굳혀갔다.


사실 정말로 내가 단 것을 싫어해서 식혜를 안 좋아하게 된 것인지, 아님 관심 끌기 위한 방법으로 선언했다가 점점 그 식성이 현실화 되었는지는 알지 못한다. 단 음식이 귀했던 시절이라 식혜를 싫어할 이유는 딱히 없었을 듯 한데 아직도 명확하게 밝혀내지는 못하고 있다.


그 이후로도 나는 젓갈 냄새가 나는 김치를 못 먹겠다고 했고 꽃게를 먹으면 실제로 머리가 아픈 느낌을 가지게 되었다. 엄마는 조금씩 딸의 호불호 음식에 조금씩 관심을 표명해 주었다. 음식에 대한 편식이 늘고 그것을 알아줄 때마다 난 좀 대우받는 느낌과 함께 그것이 무슨 멋 인양 왜곡된 방법으로 관심을 모으고 나를 내보이려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유치하고 웃긴 이야기지만 그랬었다.


그때 그런 일로 인해서인지 나는 살아오는 내내 단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식혜는 여전히 좋아하지 않는다. 식혜 뿐 아니라 단맛이 나는 음료수도 한 캔을 다 마셔본 적이 없을 정도다. 식혜를 만들기 위해서는 질금을 우린 다음 가라앉힌 맑은 물을 고실고실한 밥 위에 부어 보온솥에 하룻밤 발효를 시킨다. 밥알이 동동 떠오르면 한소끔 끓이면 되는데 이때 바로 설탕을 넣어가며 달달하게 간을 맞춘 다음 식히면 완성이다.


손이 여러 번 가는 음료지만 어른들은 쉽다고 뚝딱 만들어 낸다. 사실 소화효능에 뛰어나다지만 내 눈에는 설탕물과 진배없는 음료라 식혜로 배불리는 행위는 명절날 맛난 음식들에 대한 배신이라는 생각을 아직도 갖고 있다.


성인이 되면서 단 음식이 건강에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나는 나의 식성에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다. 어릴 적 관심 끌기 위해 까탈을 부렸던 철부지 행동이 성인이 된 후 뜻밖의 소득을 얻은 것 같다. 내가 식혜를 좋아하지 않게 된 진짜 이유를 아직도 알진 못하지만 어릴 적 했던 행동에 대한 원인과 결과를 유추해보는 일로 입가에 저절로 어른미소가 지어진다. 내가 그랬었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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