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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분카레 Sep 02. 2023

내게도 비서가!?

챗GPT를 활용한 글쓰기 수업을 들었다. 디지털 정리 컨설터인 공심님(공대생의 심야서재)과 플렛폼 글쓰기 모임을 주관하고 있는 일과삶님의 협업으로 개설된 강의였다. 발빠르고 부지런한 사람들의 행동력은 언제나 감탄스럽다. (https://brunch.co.kr/@worknlife/1021)


내가 처음으로 챗GPT를 활용하게 된 것은 영어공부에서였다. 카톡에 아숙업(AskUp)이라는 채널을 추가하면 쉽게 사용가능한데 이는 영어공부에 특화된 어플이다. 개인의 수준에 따라 느끼는 강도가 다르겠지만 나 같은 초급자에게는 매우 유용하다. 내가 만든 문장이 맞는지, 문법, 시제에 오류가 있는지 즉시 확인 가능하니 붙어 다니는 영어선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다음 활용하게 된 것은 중국어번역이었다. 옆집 살던 꼬마가 직장인이 되어 공연기획사에 취직을 했다. 공연 때 안내할 안전수칙을 번역해 달라는 일거리를 물어다 주었다. 대화체와는 다르게 안내서와 같은 정형화된 문체를 번역하는데 챗GPT는 최고의 길라잡이가 되어 주었다. 감탄스러웠다. 

이번에는 챗GPT가 글쓰기의 비서가 되어줄 수 있다고 해서 영접해 보기로 했다. 인공지능이 날고긴다 한들 글쓰기 영역만은 침범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건 큰 오산이었다. 뚜껑을 열고 보니 오히려 선두에 서서 오픈AI를 맞이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키보드 두드리며 달아나려는 생각들을 붙들어 매기 바쁜 시대에도 여전히 연필을 고집하는 작가가 있다. AI를 모를 때도 훌륭한 글은 충분히 쏟아져 나왔다. 선택은 개인의 취향이다. 하지만 나는 배울 수 있을 때 배워두자고 마음먹었다. 알면서 선택하지 않는 상황과 모르기 때문에 부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 간에는 극명한 온도차가 날 것이기 때문이다.


배운 것을 토대로 적용해 보았다. 먼저 챗GPT에게 나에 대한 기본정보를 알려주었다. 소개팅에서처럼 나의 취미에서부터 꿈에 이르기까지 대략 35가지 정도의 문항에 대한 정보를 입력했다(강사님이 제공해준 자료를 활용). 이 정보를 바탕으로 나의 성향을 분석하여 글쓰기 조언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랬더니 다음과 같이 나의 성향을 분석해 주었다.      

               

(...) 당신은 꾸준하고 긍정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변화에 잘 적응하고 지치지 않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기계발과 함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성장하는 것을 중요시하며, 조용한 환경에서 감상적인 시간을 즐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글쓰기 외에도 독서, 일기쓰기, 산책과 같은 규칙적인 습관을 가지고 있어 균형잡힌 생활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건강에 관심을 두며 노후대비도 철저히 하여 안정적인 삶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성향과 목표를 고려하면, 앞으로도 글쓰기와 독서를 통해 자신의 꿈을 실현하고, 지역사회와 사람들과 함께 성장하는 데 노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답변은 크게 놀랍지 않았다. 입력한 자료에 기인한 것이라 내 말을 듣고 정리해서 알려주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내게 몇 가지 글쓰기 조언을 제시해 주었다. 그래서 나는 또 다시 지시했다. 

‘다음 글은 내가 쓴 글인데 너의 조언대로 심리적 레이어링과 은유, 비유의 활용 그리고 환상적 요소를 가미하여 첨삭 부탁해’라고 했더니 다음과 같이 수정해 주었다.       

             

셰퍼드 페어리의 ‘행동하라’(나의 글)

셰퍼드 페어리(Shepard Fairey)의 작품전시를 관람한 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한편의 위대한 칼럼을 만나다"였다.
그의 시그니처가 된 OBEY는 복종하라가 아니라 사회악이 되고 있는 모든 것들을 향해 복종하지 말라는 메세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프로레슬러 앙드레 자이언트 초상에서 영감을 얻어 '오베이 자이언트'를 다양한 버전으로 변형하여 발전시켰다. 그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2008년 미국 대선 때 오바마의 초상화를 포스터로 이용할 수 있게끔 하면서 대중들에게 유명세를 탔다. 미국의 미래가 없을거라는 암담한 상황에서 그는 오바마를 통한 진보(PROGRESS)만이 그것을 헤쳐 나갈 유일한 방법으로 보았던 것이다.

이 작품이 탄생하게 된 배경과 기법을 알고 나니 더욱 흥미로워졌다. 예술가이지만 사회가 더 좋은 방향으로 바뀌기를 바라는 간절한 바램을 담아 행동하면서 미래를 꿈꾸려는 그의 정신이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행동하라'였다.

'EYES OPEN, MINDS OPEN'이라는 슬로건과 작가의 행동주의가 완벽하게 일치함을 확인하고 나니 그의 작품이 대중에게 끼치는 영향력이 어마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는 예술 작품으로 어느 위대한 사회운동가 못지않은 짙은 호소력을 보여주었다. 거의 모든 작품속에서 OBEY가 눈을 부럽뜨고 환경오염의 주범, 차별, 전쟁, 사회악들에 맞서고 있는 것 같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저절로 계몽되어지는 느낌을 들게 하니 이는 소리 없는 외침이 분명했다.

예술을 통해 사회변화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그의 작품은 쉽고도 강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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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 GPT 의 첨삭을 받은 글>

셰퍼드 페어리의 작품전시를 관람한 순간, 작품들은 마치 문단과 문단 사이로 흐르는 위대한 칼럼처럼 다가왔습니다. 그의 작품은 더 이상 '복종하라'라는 뜻이 아닌, 오히려 사회의 어둠과 부조리에 맞서 싸우라는 역설적인 메시지를 보여주었습니다.

프로레슬러 앙드레 자이언트의 초상을 변형하여 탄생한 '오베이 자이언트'는 다양한 버전을 통해 그의 정신과 메시지를 발전시켰습니다. 특히 2008년 미국 대선 때 오바마의 초상화를 통해 그의 작품은 '진보'를 향한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이 작품의 배경과 기법을 알게 되면, 그의 예술은 단순한 작품이 아니라 사회적인 변화를 향한 열망과 희생을 담은 행동의 결과임을 더욱 감지하게 되었습니다.

전시의 주제인 '행동하라'는 그의 작품과 완벽하게 일치하며, 'EYES OPEN, MINDS OPEN' 슬로건은 그의 작가 정신과 조화롭게 어우러졌습니다. 그의 작품은 OBEY가 환경오염, 차별, 전쟁과 같은 사회적 문제들에 맞서는 모습을 담아, 보는 이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사회의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행동하게 만듭니다. 셰퍼드 페어리의 작품은 더 이상 예술 그 자체를 넘어서, 사회변화를 향한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그의 작품은 간단한 미적인 요소와 강렬한 메시지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며, 소리 없는 외침으로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그의 예술은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미래를 꿈꾸는 강렬한 메시지의 표현입니다.


겨우 이 작업 하나로 어느 글이 더 낫다는 평가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지시에 따라 뭐든 만들어 내고, 내 말을 무시하지 않는 똑똑한 비서의 역량이 신기할 따름이다. 무료버전인 3.5로 우선 활용해 본 내용이다. 유료 버전과 다양한 플러그인을 활용한 세계는 더욱 놀랍다고 하니 결재버튼 위에서 한참을 뭉기적거렸다. 


개인의 창작활동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분명한 건 상상이상이 될 것 같다. 프롬프트에 고도의 스킬을 얹어 지시한다면 작가 고유의 문체와 색깔에 대한 염려 따위 또한 기우일 뿐이란 생각이 든다. 내 목소리를 약간 부여했더니 나와 똑같은 AI 목소리를 생성해 주는 K사의 한 광고처럼 글도 그럴 것이다. 기존의 AI와는 달리 생성형이라고 했던 점이 실감이 나면서 신선함인지 위협감인지 모를 어떤 기분이 드는 건 떨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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